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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Jan 02. 2023

짠하네. 아내의 직장생활..

2022년 12월 15일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다.


전날 퇴근할 때도 눈이 그렇게 많이 오는 것 같더니만 아침이 눈을 뜨니 온 세상이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이곳으로 이사 오고 두 번째 맞는 겨울인데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었다.



‘와아 이거 출근할 수 있겠나?’




나도 아내도 출근길이 구간단속구간도 있는, 말 그대로 신호등 없는 자동차도로이다.

눈이 잘 녹지 않고 제설작업이 늦어지는 길이란 뜻이다.

아내는 이 날 종강기념파티가 있어 식사자리가 있다고 했다.


‘불안하다. 불안해.’


혹시 차가 미끄러져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밤이 되면 길이 훨씬 더 미끄러울 텐데.


출근하는 와이프에게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조심해서 운전을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 나도 출근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도로는 무척 미끄러웠다.

항상 20분 정도면 도착했던 거리인데 이 날은 1시간도 넘게 걸렸다.

다행히 출근하고 나서도 아내에게 연락이 없었다.


‘무사히 도착했군.’


저녁이 되자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퇴근해 집에서 아내를 기다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헉! 설마’


“오빠 나 지하주차장인데.”



예쓰! 다행이다. 무사히 잘 도착했군.



“어! 왜? 짐이 많아?”


“아니 그게 아니라. 사고 난 거 같아…”


“뭐!!?? 사고 난 거 같다고? 사고 난 게 아니고? 뭐지 그게?”


아내는 종강파티장소의 주차장에 직장동료의 차와 나란히 주차를 해놓았는데, 자리가 끝나고 직장동료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먼저 갔다고 한다. 그리고 술을 한잔도 못하는 아내는 차를 빼는데 약간의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바로 차에 내려서 아무리 살펴봐도 부딪힌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왼쪽 펜더가 찌그러져 있다고 전화를 한 것이다.



주차장에 내려가서 확인을 해 보니 엄청나게 잘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이걸 어떻게 못 봤냐고?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으이구. 빨리 그분한테 전화해서 차 좀 보고 연락 달라고 해.”


“어. 그런데 아까 보니까 차를 식당에 놓고 택시 타고 갔더라고.. 내일 학교에 나오면 오전에 전화해 볼게. 오빠 미안. ㅜㅜ”


“뭐가 미안이야. 신경 쓰지 마. 차야 뭐 고치면 되지!”


아예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지만 차는 고치면 그만이고 상대방 차도 고쳐주면 그만이다.




사실 신경이 쓰이는 건 그 사고를 낸 상대방이었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 온 지는 몇 년이 되었지만 그 분과의 사이는 좋지 않았다. 성향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자주 부딪히는 위치에 있어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뭔가 오해가 쌓여 그럴 수도 있고, 여하튼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그냥 서로 신경 안 쓰고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것 같았는데 하필이면 그 사람 차를 긁어먹다니.

다음날 아내는 그 동료에게 신경 쓰게 해서 죄송하다고 차 확인하고 연락을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답장은 없었다. 오후에도 감감무소식.

또 그다음 날 연락이 없어 전화를 걸었다.

그제야 지금 고향 내려와 있다고, 바빠서 아직 확인을 못 했다고 한다.

아내는 점점 불안해졌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보통 내 차가 사고가 났으면 아무리 바빠도 파손정도를 눈으로 빨리 확인하고 싶어지지 않나?

여자들은 안 그런가?

내 아내는 무척 소심하다. 주말 내내 차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게 눈에 보인다.


“아니 자기야! 자꾸 신경 쓰지 말라니깐. 자동차보험을 왜 드는 거야. 이럴 때 보험 처리하려고 드는 건데. 사람을 친 것도 아니고. 그냥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돼. 신경 쓰지 마. 주말 내내 그러고 있냐?”


아마도 사고 낸 상대방 차가 <비싼 외제차>라서 더 그런 것 같다.


아내는 월요일 출근해서까지 별다른 말이 없자 사무실까지 찾아갔다.

그분 말씀으로는 원래 그 쪽 부분에 스크래치도 많이 있었고, 별로 심하게 부딪힌 것이 아니라서 그냥 안 고쳐도 되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아 그래? 잘 됐네. 정말 주말 내내 되게 바빴나 보다. 그분 너랑 사이 별로지 않았어?”


“어. 한참 동안은 매일매일 부딪히고 그랬는데 지금은 서로 그냥 그러려니 해.”


“그래 뭐 별말 없었어?”


“응. 그런데 말이야. 마지막에 나한테 그러던데.”



주말 내내 힘드셨겠어요.
이제 발 뻗고 주무세요.




으 응? 뭐야?


이제 발 뻗고 주무세요? 그럼 주말 내내 신경 쓸 거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아내의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다.

하긴 평소에도 껄끄러운 사람에게 계속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굽신거리기가 쉽지 않겠지.^^;;


짠하네.
쉽지 않다. K직장생활.
아내에게 잘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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