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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Jan 08. 2023

접촉사고 피해자를 혼냈습니다! (왜 그랬을까?ㅜㅜ)

제가 사고 낸 사람 남편인데요! 거 너무하는 거 아니요!


주말 내내 지난주 차사고 때문에 발 뻗고 못 잔(?) 아내는 다행히 코도 골면서 잘 자는 것 같다.


<이제 발 뻗고 주무세요> 사건

https://brunch.co.kr/@mangoamigo/38



일단 지난번 차사고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그렇게 폭설이 내린 후 기온이 전혀 떨어지지가 않아 도로는 계속 미끄러운 상태였다.

아내는 상대적으로 큰 본인 차를 당분간 운전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해한다. 마음고생도 심했고 당분간은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긴 하다.

그렇게 내 차와 바꿔 타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내가 타는 차는 스파크이다. 작년에 사고를 당해 기존에 타던 차를 폐차시키고 때마침 백수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차 없이 생활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어 급하게 580만 원 주고 산 중고차이다. 주차하기도 편하고 아담하니 잘 타고 다닌다.


눈이 녹을 때까지만 차를 바꿔 타기로 한 첫날.


“아직 도로 얼어있으니까 운전 조심해. 정말 이번에는 천천히 조심조심해서, 알았지?”


“알겠어. 조심할게 걱정하지 마.”







벨레렐렐레~ 벨레렐렐레~


“여보세요!”


”자기야! 나 지금 도청 사거리인데 또 사고가 났어...ㅠ”


(또? 또 사고가 났다고!?)


”어!? 어떻게 된 거야? 다친 데는 없어? 이번엔 또 뭔데.”


“아니.. 헤헤.. 거기 큰 사거리에서 분명히 속도도 줄이고 갔는데 차가 미끄러지는 거야. 그래서 브레이크를 밟으니까 더 쭈욱 미끄러져서..”


“휴우.. 그래.. 일단 안 다친 거지? 옆차선으로 가던 차를 받은 거야? “


”아니.. 근데 그게...”


“으응?”


듣고 보니 약간 애매한 상황이었다.


차가 미끄러지면서 다른 차를 부딪힌 건 맞는데, 우리 차와 부딪친 그 차는 이미 사고가 나서 보험회사를 기다리고 있던 차였던 것.


대략 이런 상황


이미 사고 난 차를 또 박다니!

그럼 사고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애매한 상황이라 사고처리를 끝내고 자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인 듯했다.


“응. 그럼 지금 어디야? 보험회사 불렀어?”


“아니. 나 지금 학교 가고 있는데?”


”그냥 가면 어떻게 해.”


“아. 그 피해자 차주인이 한숨 푹푹 쉬면서 그냥 어차피 사고 난 차니까 그냥 명함 주고 가라고 하더라고. 수리비 나오면 연락 준다고.”


“그래? 음.. 좀 찝찝한데. 일단 알겠어. 조심 좀 해.”


일단 그렇다고 하니 뭐 별일 있겠냐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후에 그 피해자 차주에게 보험처리를 해달라고 전화가 왔다는 것이다. 눈이 많이 와 차안에서 사고처리를 기다리는 중에 우리 차가 부딪쳐서 그 충격으로 몸이 안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다.


조금 어이가 없었다.

사고 난 사진도 보고 아내 말을 들어봐도 미끄러져 스쳐 지나간 상황에다, 사고 난 직후에 본인이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하며 그냥 가라고 했다는데.


대인처리까지 할 생각인 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사실상 이런 경우에는 이유를 막론하고 피해자가 해달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이야 고쳐주면 되는 거지만 아프다고 하는 건 조금 억울하다.

사고 후 뒤쪽에 있던 차량이니 앞의 사고는 본인이 잘못을 했을 거고 그 부분까지 우리에게 합의금을 받아 처리할 생각인가?

일단 우리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보험 담당자 말도 난감한 상황이긴 한데 그쪽에서 대인접수를 해달라고 하면 해줘야 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억울했지만 보험담당자에게 그 피해자와 통화를 할 때 본인이 그냥 가라고 했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이야기한 부분을 강하게 어필해 달라고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다음날 피해자와 우리 쪽 보험 담당자와 어떻게 이야기가 됐는지 궁금해서 내가 직접 담당자와 통화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내에게 담당자 전화번호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010-****-****


“네 여보세요. 어제 아침에 도청사거리에서 사고 난 당사자 남편인데요. 뭐 좀 여쭤보려고요.”


“네...”


“아니 어제 뭐 그 사고당사자가 아프다고 그렇게 말씀을 하셨다고 하던데.
상식적으로 그 상황에서 그게 말이 됩니까?
좀 억울하네요. 사고당사자도 그래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가라고 해서 간 거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 그냥 갔겠어요? 앞의 사고내용까지 다 파악하고 과실 다 따지고 처리하고 갔겠죠? 안 그래요?”


“.……..”


‘뭐야 이 사람 말을 왜 안 해? 아침이라 피곤한가.. 보험직원이 되게 이상하네?’


“아… 어제 담당자랑 통화하고 그냥 대인접수는 안 하고 대물접수만 해서 차만 고치기로 했습니다.”


“그래요? 뭐 잘 됐네요. “


‘어라? 그런데 담당자? 담당자랑 통화를 했다니 무슨 말이지? 당신이 담당자잖아.’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닌데

보험직원이랑 통화하면서 이렇게 전화를 성의 없이 받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상하네.


왠지 지금 나랑 통화하는 사람이 보험회사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그럼 누구지?


“네.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지금 통화했거든. 그런데 전화를 좀 이상하게 받아. 목소리에 힘도 하나도 없고. 번호 좀 확인해 줄래?

010-****-****

이거 보험직원 번호 맞아?”


“어머나! 오빠!  전화번호를 잘못 보냈다. 그거 그 사고 난 사람 번호네..”


“뭐라고?”


그렇다.

난 사고피해자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사고 난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왜 아프지도 않으면서, 그냥 괜찮다고 가라고 했으면서 대인접수를 하려고 하냐고 호통을 친 상황이었다.


‘아 내가 뭐 말실수 한 건 없었나? 혹시 욕을 하진 않았겠지?’

기분이 나빠서 그냥 대인접수해달라고 다시 전화 오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전화번호를 잘못 알려줄 수가 있는 거냐… 이 마누라야.ㅜㅜ>



그리고 이제 그냥 버스 타고 다녀.. 부실 차도 없어 이제…




지난주 발 뻗고 못 잔 아내.
이번주는 내가 발 뻗고 못 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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