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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Jan 14. 2023

아이가 생겼다. 한 달간의 행복이 찾아왔다.

행복이 가고 난 후 슬픔이 찾아왔다.


2017년 드디어 우리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아내의 공부, 그리고 조금 긴 신혼생활을 즐기고 싶던 우리는 아이를 갖는 걸 미뤄왔다.

사람일이라는 게 웃긴 것이 이제 아이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고는 그렇게 소식이 없었다.

오랜 준비 끝에 임신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을 보게 됐다. 너무나 기쁘고, 드디어 나도 아빠가 되는 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자. 이제 뭐부터 해야 하는 거지? 그냥 전부 다 조심해야 하는 건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엄마 뱃속에서 나오면 어떻게 생겼을지도 너무나 궁금했다.

기대에 부푼 그 기쁨 충만한 시간들을 만끽했다.




딱 한 달.

딱 한 달간의 행복이었다.

임신소식을 알려줬던 병원에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됐다.

아마도 기억을 더듬어보면 세 번째 방문 때였던 것 같다. 의사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그 말을 듣기까지 10초도 채 안 되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이가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그러겠지만, 그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지? 왜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거야? 초음파기계가 오류가 났다는 이야긴가?


그 말을 듣고 바로 내 입에서 나왔던 말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 대답이다. 사람이 당황하면 아무 말이나 튀어나온다.

선생님께서는 익숙한 듯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계류유산>이라고 하는데요. 증상 자체도 전혀 없어서 산모들이 사전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지금처럼 초음파검사로 아이심장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에만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산이라는 거예요? 왜 유산이 되는 건데요? 그냥 심장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릴 수도 있죠?”


“사실 계류유산은 대부분 염색체 이상이 원인입니다. 그 말은 예방방법도 없고, 산모분이 몸관리를 잘 못했다거나 하는 잘못은 전혀 없다는 말이에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지요. 마음이 너무 안 좋으시겠지만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보다…”


의사 선생님은 절대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강조하셨다. 하지만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일이 없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내와 난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근처에 있는 다른 산부인과에 가서 또다시 초음파검사를 했다.

결국 계류유산이라는 단어를 한 번 더 듣게 되고 나서야 슬픔이 밀려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어느 정도 계류유산에 대해 알고 나서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했지만, 자꾸 내 탓인가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계류유산: 임신이 되고 초음파에서 아기집도 보이나 발달과정에서 태아가 보이지 않는 경우 혹은 임신 초기(일반적으로 20주까지)에 사망한 태아가 유산을 일으키지 않고 자궁 내에 잔류하는 경우를 말한다.


아내는 며칠 후 소파수술을 받았다. 그 후로 다시 웃음을 짓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우울했는지 굳이 쓰지 않으려 한다. 구체적인 슬픔이 아니다. 그러므로 설명할 수도 없다.


아무리 힘든 시기를 겪더라도  우린 살아간다. 살아가야 한다.
일도 해야 하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아무 일 없는 듯이 해내야 한다.
어쩌면 끝없는 슬픔의 늪에 빠져들기 전에 우리를 꺼내주는 것은 계속 살아가고 해내야 하는 이런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느 정도 슬픔이 삶에 무뎌질 때쯤 다행스럽게 또 하나의 생명이 다시 우리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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