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냐. 더 힘들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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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브런치 작가이신 북이슬님의 <1인가구는 아프면 안 된다.>라는 글을 읽었다.
그렇지.. 혼자 사는데 아프면 너무 힘들겠다.
우연인지 몰라도 나는 지금 엄청난 감기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상태라 그런지 무척 공감이 되는 글이었다.
물론 나는 1인 가구가 아닌 딸과 아내와 함께 사는 3인 가구이다.
지금 글을 쓰는 지금도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감기인지 뭔지 이름 모를 바이러스가 온몸을 폭격한 수준이다.
벌써 일주일이 넘어간다.
첫날에는 목이 살짝 깔깔하더니 다음날부터 온몸이 아프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졌다.
앉아 있다가 일어나면 잠깐 기절한 건가 착각할 정도로 현기증이 나고 코에서는 콧물이 꽉 차 있고, 가래는 노랗게 나오는 것도 모자라 검은색인지 녹색인지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색깔로 변했다.
그뿐만 아니라 밤이 되면 오한이 너무 심해져서 전기장판은 최대로 올려놓고 내복을 껴입고, 수면양말까지 신고 잠자리에 든다. 그래도 아침까지 벌벌 떨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올초 코로나에 걸렸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감기에 걸린 날부터 딸내미도 아프기 시작했다.
잘 놀다가 저녁에 보니 눈에 주먹만 하게 부어 있고, 눈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한 고름 같은 게 눈에서 흘러나왔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아픈 게 대수냐.
바로 응급실에 가서 3시간을 기다려 간신히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안과진료를 받으려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안 것과, (내가 사는 곳은 대학병원은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조치는 항생제 점안액뿐이라는 점이다.
밤새 걱정하다가 다음날 아침에 아이 눈을 보니 눈곱이 흘러나와 굳어서 스스로 눈을 뜰 수도 없는 지경이었다.
미온수로 살살 닦아내고 눈을 보니 ㅠㅠ 웬 못난이가...
아침부터 안과에서 안약을 처방받고, 아데노바이러스일 가능성이 있어 소아과도 가봐야 한다고 해서, 소아과에서 약처방도 따로 받았다. 낮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급하게 대전에서 아버지도 올라오셨다.
며칠이 지나고 아이는 다시 예뻐졌다.
하지만 나는 더욱더 못생겨지고 있었다. 눈의 다크서클은 말할 것도 없고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해 얼굴도 푸석푸석해지고, 목소리는 쉰소리만 나왔다.
평일 휴무날에 시간이 맞아, 오전에 병원진료를 받고, 아내와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둘 다 좋아하는 낙지볶음 맛집을 갔다.
주문을 하고 서로 마주 앉아 얼굴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가 소리를 지른다.
“우리 남편 얼굴 왜 이래! 아이고 안쓰러워 죽겠네. 어떻게 된 거야? 많이 아파?”
주변 테이블에서 있던 사람들이 쳐다보며 킥킥댄다.
‘아니, 얼굴이 어떻게 됐길래 저렇게 소리를 지르며 놀라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빤히 보는 아줌마도 계신다.
거울을 보니, 먹을 거 찾으려고 며칠을 돌아다니다가 식당 쓰레기통을 뒤지는 도중에 주인아줌마한테 물세례를 맞는 똥개 같은 몰골이..
이제야 아픈 남편을 알아보는 아내다.
난 아픈지 일주일이 넘었다.
일주일 동안 끙끙거리면서 한숨도 못 잤단 말이다. 지금이라도 알아줘서 고맙긴 하다만.
말이라도 고마웠다.
역시 아플 땐 가족이 있어야 된다.
그날 퇴근한 아내는 집에 오자마자 할 일이 많다고 툴툴거린다. 내일 딸이 소풍을 가는데 준비도 하나도 안 했고, 저녁준비도 못했다고, 집도 지저분해서 청소도 해야 한다고 구시렁거린다. 아까 분명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해서 그냥 쉰 건데.
그건 맞단다.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할 일이 많다고 토로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다.
난 아직 많이 아픈데. 아마 오늘밤도 아플 것 같다.
역시 1인가구도 아프면 안 되지만, 3인가구도 아프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동시에 아프다면 아픈 사람 중 한 사람은 더욱 힘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