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망고아미고 Mar 26. 2023

천재견 행복이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짐승

푸른 향기출판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푸른 향기 서포터스 8기>로 활동하고 있다.

하는 일은 한 달에 2권 정도 출판사 책을 제공받아 SNS에 서평을 올리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가끔씩 여러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써왔지만, 이렇게 꾸준히 책을 보내주는 서포터스 활동은 처음이다.

이번에 받은 책은 <금쪽같은 내 강아지, 어떻게 키울까?>라는 반려인을 위한 책이었다.




사실 난 7년 넘게 털이 억수로 빠지는 포메라니안과 살고 있는 중견 반려인이다.

그 포메라니안 이름은 코코.

지금 같이 사는 코코


일련의 사건 때문에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반려견에 대한 책을 읽다 보니 강아지에 대한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결혼하기 훨씬 전, 부모님과 함께 살던, 그 짧은 시기에도 강아지와 함께였다.

부모님은 50대 초반 꽤 젊은 나이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게 됐다. 마당 있는 집이 부러우셨는지 아버지 직장 근처 대전 근교에 집을 지었다. 마당이 넓은 주택에 살게 되면 58000% 확률로 강아지를 키우게 된다. 우리 집도  자연스럽게 강아지가 집으로 오게 되었다.


진돗개, 풍산개, 래브라도 레트리버… 이름은 <행복이 원>, <행복이 투>, <행복이 쓰리>였다.

그중 단연 똑똑했던  <행복이 원>은 어이없는 사건으로 인해 우리와 헤어지게 된다.





<행복이 원>은 정말 똑똑한 아이였다.


행복이 원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반짝이는 털이 가지고 있던 진돗개 <행복이>는 낯선 사람이 집 근처에 배회하면 무작정 짖지 않고, 대문 앞으로 뛰어나가 눈빛으로 겁을 줘서 쫓아 보냈다. 눈빛이 안 통하면 그제야 컹컹 짖기 시작했다. 반대로 한 번이라도 집에 방문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짖지 않고 꼬리를 살랑대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처음 우리 집에 방문했던 우체부 아저씨는 대문 앞에서 전화를 걸어 ‘강아지가 죽일 듯이 노려본다’고 무섭다며 우편물을 대문 앞에 놓고 가셨는데, 두 번째 방문에는 행복이가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니 너무 놀랬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배가 고프면 짖지 않고 현관 앞에 밥그릇을 가져다 놓고 문쪽으로 밥그릇을 밀면서 노크를 했다. 그리고 문을 아무리 활짝 열어놔도 집안으로 절대 들어오지 않았다.

또, 동네 들개가 와서 까불어도 꾹꾹 참으면서 마당 앞으로는 뛰쳐나가지도 않았다.

동네 깡패 강아지들

부모님 항상 흐뭇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웬만한 사람보다 낫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직장 때문에 본가에서 나오게 되었다.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다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행복이 원>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행복이 어디 간 거야?”


“아니 그게…”



어느 날인가부터 행복이가 응가가 마려우면 몸을 뒤틀 정도로 참다가 대문을 열어주면 쏜살같이 뛰어나가 동네 공터에 싸고 온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마당에 변을 보면 아버지가 치우면서 가끔씩

“어이구 저놈 또 여기다 똥 싸놨네.”

하고 호통을 친 것이라.


행복이는 그 소리가 듣고 밖에 나가서 변을 본다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변을 참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행복이를 보고 그냥 대문을 열어놓고 생활을 하셨다고 한다.

열린 대문

그리고 어느 날 사고가 터진 것이다.


행복이가 사람 반만 한 장닭 3마리의 목을 비틀어서 우리 집 마당에 반듯하게 놓았다고 한다.


그 장닭은 밑동네할머니가 키우던 장닭이라.. 동네가 난리가 났다.

행복이는 자기보다 큰 장닭들을 물어다 놓고 부모님이 소스라치게 놀라든 말든 해맑은 표정으로 칭찬해 달라고, 어서 잘했다고 쓰다듬어 달라며 보고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전래동화 <호랑이 형님>이 생각났다. 짐승을 잡아다 나르며 효도를 할 셈이었나?

정말 시대를 잘못 타고난 슬픈 짐승이로구나...


그 일로 인해 마을 주민들의 회의 끝에 행복이는 우리 집을 떠나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안락사 같은 끔찍한 결과가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다.

당연히 우리 집의 불찰이다. 행복이와 헤어지는 게 정말 슬프기도 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좋은 결정을 내려준 마을 사람들에게 고맙기도 했다.

행복이는 외가 쪽 친척댁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아직도 가끔 부모님께서는 행복이를 추억하며, “내 평생 그렇게 똑똑한 개는 처음 봤는데..”라고 말씀하신다.

이제 할아버지가 된 행복이는 행복이라는 이름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평일에 쉬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