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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아미고 Jul 04. 2023

나르시시스트와 가스라이팅


1. 어제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다.


날짜를 보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발행한 지 딱 2주째 되는 날이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처음 받아보는 알림이다. 처음으로 2주 동안 글을 발행하지 않은 것이군.

이 알림을 받아보지 못한 작가님들도 많겠지?

사실 항상 뭔가를 끄적이고 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서 열심히 서평도 쓰고 있다.

브런치에는 웬만하면 나의 일상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은데, 사실 요즘 일에 너무 치이는 중이라.. 아무튼 비겁한 변명이군.

그래도 은근히 압박을 주는 저 알림으로 브런치 어플을 켜게 됐다.


글을 발행하지 않을 뿐이지 뭔가 계속 쓰고 있긴 합니다만…


그냥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어서…





2. 올해 초부터 푸른향기 서포터스 8기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2권 정도씩 책을 보내주는데, 푸른향기 출판사는 여행과 에세이 위주로 출간하는 출판사다. 너무 사랑스러운 출판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스마일펄 작가님의 <나에겐 상처받을 이유가 없다>를 읽었다.

브런치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님이라 더욱 반가웠다.

이 책 역시 브런치북으로 엮어냈던 글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프롤로그>

이 책은 정서적 괴롭힘을 서슴지 않은 알코올 의존증 아버지와 이를 방관하고 동조하며 가스라이팅을 일삼은 어머니가 한 가정을 어떻게 붕괴시키는지 구체적인 일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부모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서적 학대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갇혀버린 자식의 영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파괴되는지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괴롭힘과 가스라이팅, 착한 아이 콤플렉스 등 익숙한 불행에서 벗어나 저를 함부로 대하는 이들에게 비로소 나 자신을 보호하고, 행복해지는 선택을 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습니다.


<본문 중에서>

십 대 시절 술주정이 심했던 아빠, 현재도 여전하다.

아빠가 평소보다 귀가가 늦어지면 슬슬 불안했다.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거실에는 항상 다투는 소리가 났다. 시험기간에도 술에 취한 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19살이 되던 해 그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 수술과 치료를 위해 몇 년간 집을 비웠을 때, 비로소 온전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이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평온한 시기였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걸 이해하더라도 책에서 부모님에 대한 감정이나 표현이 상당히 날이 서있다.

말하기 힘든 과거를 책을 통해 이야기하는 건 쉽지 않다.

어느 누가 나의 부모를 <술에 취한 짐승>이라고 묘사하는 게 쉬울 수 있을까?

그보다 더 힘든 건 이 글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과연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이 작가를 위로해 줄까?

작가의 부모님을 대신 욕해줄까?

아마도 그렇진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쓴 작가님도 알고 있겠지.


“아버지가 밖에서 힘들게 일하고 술 한잔 먹고 들어올 수도 있지.”

“아버지의 주정을 엄마가 말려주지 못했다고 엄마를 가스라이팅하는 사람처럼 표현을 해?”

“엄마도 어쩔 수 없었던 거 아냐. 엄마도 힘들었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도 군대를 전역하고 20대 후반이었나? 그전까지는 날이 서있으니..


나에겐 지금 누구보다 인자한 아버지가 계신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엔 평상시에 눈을 마주치기도 힘든 아빠였다.

아버지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고, 퇴근하시면 인사를 하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조그만 잘못을 하게 되면 일단 손부터 올라갔다. 항상 고리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항상 매질에 노출되어 있었고, 그런 아버지를 무서워했고, 눈치를 보기 바빴다.

무척 오랜 기간 동안 말이다.


지금은 120% 그때 아빠를 이해한다.

당시 아버지의 직업은 경찰이었다.

항상 거짓말하는 사람, 나쁜 사람들만 보다 보니, 자식도 그렇게 될까 걱정했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버지도 아빠가 처음이었으니까.


나의 아버지는 그때도 날 사랑했고 지금도 날 사랑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 우리 가족은 어느 집보다 화목하고 행복하다.



작가님과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힘듦, 괴로움과 같은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소위 세상에서 가장 힘든 부대는 <자기가 나온 부대이다.>

해병대? 특전사? 아니 그냥 내가 경험했던 내가 나온 부대가 가장 힘든 부대이다.

남녀 간의 사정 또한, 둘만 아는 것이다.

가족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듯 무작정 누구의 생각을 동조하거나, 반대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안타깝다.

우린 과정은 비슷해도 결과가 다른 일들을 많이 본다.

힘듬의 정도가 달라서 <모르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말했듯 힘듬의 정도는 주관적이다.


일단 책을 읽으면서 중간중간 느낀 건 <불편>하다는 것이다.

편하지가 않다.


왜 그럴까?

<작가님이 과거와 나의 과거가 관통되는 지점>이 보인다. 그래서 불편하다.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읽기 잘 생각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알게 되었고, 조금 더 작가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작가님이 지금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고 후회했으면 한다.

그래도 조금 더 힘을 내어 용서하고 극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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