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지 않는 뚜벅이처럼

나가며

by 지뉴

오늘도 엄마와의 동거는 계속되고 있다.

엄마와 나의 이야기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내가 계속 쓰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엄마를, 그리고 엄마와 나를.



그동안 쓴 글들을 되돌아보려니 복잡한 감정이 든다. 짧은 순간에도 여러 감정의 줄기들이 얽혀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그 복잡 미묘한 것들이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리되고 조금 더 명징해진 것 같다.

엄마를 보며 나는 이젠 잊고 싶은 아빠를, 돌아가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이모들을 떠올린다.



엄마의 이야기지만 한편으론 엄마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에 관한 기록이기도,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모습에서 엄마와 아빠를 발견하며, 그런 와중에도 간절하게 엄마와 아빠의 흔적을 지우고 싶어 하는 내가 나약해 보이고 때론 안쓰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엄마와 내가 만든 가족과 함께 씩씩하게 살아가려 애쓰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엄마를 이 세상에 남기기 위해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쌓여온 글 하나하나가 결국엔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글을 쓰며 무겁게 가라앉는 마음을 끌어올리고 따뜻한 공감에 위로받으며, 조금이나마 성장하는 느낌을 받았다.



내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나눠 준(줄)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여주는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이들이 있다면, 거친 세상도 살맛 나는 곳이 된다는 사실을 글을 쓰며 새삼 깨닫게 된다. 글쓰기란 철저히 혼자 해내야 하는 작업이지만 내 이야기를 찾아와 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결국 나는 혼자가 아니라서 참 다행이다 싶다.



가족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내밀한 이야기들을 여기에 올려도 될까 적잖이 고민도 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하는 마음보다는 용기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기꺼이 귀한 시간과 마음을 내어 준 이들이 있어 힘을 얻을 수 있었기에.

마음의 벗들 덕분에 ‘행복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통해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나가며.



엄마로 인해 화가 나고 울적해질 때도 있지만, 엄마가 뿌려준 글감들을 통해 내 마음에 물을 주며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으니, 이 애증의 이야기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순간까지 한번 데려가보고 싶다.



다짐해 본다. 앞으로도 계속 엄마와의 '동거기(同居記)'를, 조약돌로 탑을 쌓듯 차곡차곡 괴어보자고. 그런 마음으로 남은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보자고.

지치지 않는 뚜벅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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