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브런치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꼭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비장한 각오 같은 건 없었다. 몇 번의 고배를 마시더라도 꺾이지 않고 도전하기를 거듭할 만큼 애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글쓰기를 배우고 나눠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함께 한 글벗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합격하는 모습을 축하해 주던 어느 날,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라는 생각으로 브런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운 좋게도 큰 고난 없이 이곳에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사실 시작점에 있던 내게 브런치는 '도전의 대상'이었을 뿐, 나 스스로 브런치가 지속가능한 대상인지에 대한 생각도 확신도 없었다. -브런치 심사팀에게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 문득 무료해질 때, 핸드폰 속 다양한 브런치 글을 통해 누렸던 '알찬 시간 죽이기'의 무료 수혜를 받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내가 그 순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 자체가 ‘멋진 끌림'으로 다가왔었던 것 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브런치와의 인연이 다음 달이면 1주년이 된다.
그 사이 브런치로 인해 나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문득 결산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번주에 달리 생각나는 주제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가시적으로는 그동안, 아~주 작고 귀엽긴 하지만, 구독자 수가 늘었고 감사하게도 '좋아요'와 댓글도, 아직은 셀 수 있을 만큼이긴 하지만,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그런데 가시적인 것보다 더 많이 변한 건 브런치를 대하는 내 마음과 태도이다.
한번 더 고백하자면, 지금의 난 브런치를 더 많이 애정하게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에는 주로 무료함을 달래고자 브런치 창을 열고 생면부지 타인의 얘기들을 주워 삼켰다면 지금은 마음이 허해질 때, 무엇인가를 알고 싶어질 때,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답답할 때 벗의 조언을 경청하는 마음으로 브런치를 찾게 된다.
이제 브런치는 내게 자신의 삶을, 글쓰기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기꺼이 함께 나누는 글벗들이 가득한 곳, 마치 보물들이 가득 묻혀있는 대양과도 같이 느껴진다.
브런치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내 질문에 친절히 댓글을 달아주는 동지들이,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알기 쉽게 -그것도 돈 한 푼 받지 않고-풀어주는 스승들이, 마치 내 마음과 생활을 들여다보듯 공감 가는 글들로 내 삶을 어루만져주는 치료사들이 있다. 그리고 이 '느슨한 연대'를 이루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내 삶의 멘토가 되어준다
물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구독'과 '좋아요'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세 자리, 네 자리 구독자 수를 자랑하는 분들이나 브런치 홈에 여러 번 등장하는 작가님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편 올리는 것도 간신히(!) 해내고 있는 수준인데, 일주일에도 몇 번씩 글을 올리는 분들이나 한 번에 다 읽기도 힘들 만큼 품이 드는 긴 글을 정성스럽게 써내는 작가님들을 보며 그 순수한 열의에 감탄하다가도 나 자신의 게으름을 타박하고 얕은 자괴감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건, 브런치를 하며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선.
해서, 이번 주도 ‘바다의 보고’에 금가루 파편 하나라도 묻는 심정으로 꾸역꾸역 글을 써 올린다. 단순히 보물을 찾아 헤매는 소비자보다는 꼬리가 될지언정 생산자의 입장에 서보겠다는 일념으로.
그래도 역시, 글을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즐겁지만 동시에 괴롭고 힘들기도 한 이 매력적인 ‘애증'의 관계는 한 번 발을 들인 이상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서 이 인연을 이어나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키보드를 마주한 내 마음과 몸이 완전히 방전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고백하자면, 글 하나를 써 올릴 때마다 '도토리' 하나라도 주어진다면 참 좋겠다 싶다. 그러면 도토리를 조금씩 정성스럽게 그러모아 저축해 가는 바지런한 다람쥐의 마음으로 겨울이, 방전의 시간이 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