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 이은경
책제목: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작가: 이은경
출판사: 서교책방
한줄평: 내 자식 둘도 비교 대상이다.
별: *****
첫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집안의 모든 애정을 듬뿍 받고 자라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둘째가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면서부터, 제 마음 한편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건강한 첫째가 점점 미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아프지 않으니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째에게 자연스럽게 더 큰 기대와 완벽함을 요구하게 되더라고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며 혼내는 일이 잦아졌죠. 첫째와 둘째는 네 살 차이였고, 첫째가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첫째를 대했어요. 돌이켜보면 참 가혹하고 비극적인 일이었을 거예요, 첫째에게는요.
그러다 둘째가 조금씩 자라면서, 아주 작은 성취에도 제 마음은 가슴이 벅찰 만큼 기뻤어요. 아픈 둘째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감동적일 수가 없었어요. 반면에 건강한 첫째에게는 모든 걸 당연하게 기대했고, 작은 부족함도 용납하지 않았어요. 이웃집 아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오히려 제가 스스로 두 아이를 비교하며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는 걸 느꼈어요. ‘왜 내 마음이 이럴까?’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어요. 이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 건, 첫째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친구 관계에 자꾸 문제가 생기고, 아이가 날카로워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였어요.
이은경 선생님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선생님도 고등학생과 중학생 두 아들을 키우시는데, 둘째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모든 일들이 둘째에게는 쉽지 않고 더디게 진행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첫째가 수학여행을 잘 다녀온 것만으로도, 또 아무 문제 없이 알아서 해내는 모습 하나하나가 예쁘다고 느껴지신대요. 비슷한 상황이면서도, 선생님이 첫째를 바라보는 그 따뜻하고 고마운 시선에 충격을 받았어요. 나는 왜 이렇게 달랐을까? 예쁘기만 한 첫째를, 나는 왜 그렇게 미워했던 걸까?
내 마음을 꼭 닮은 책 한 구절 - p 95
차고 넘치는 걱정덩어리인 존재가 인생의 유일한 비교 대상인 인생. 학교에서 안 좋은 일로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학원에서 한 번도 쫓겨나지 않았다고, 주말이면 친구와 늦도록 농구하고 왔다고, 수학여행에 잘 다녀왔다고, 수행평가를 제날짜에 제출했다고, 매일 아침 학교에 간다는 이유로 칭찬과 신뢰를 받아 누리는 드물게 운수 좋은 인생. 이 인생이 금수저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둘째를 키우며 너덜너덜해진 나는 큰애가 숨만 쉬어도 고맙다.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당연하다는 듯 해내는 것이지만, 유일한 비교 대상인 동생이 안 하거나 못하는 것을 때에 맞게 해내며 큰일 없이 커가는 첫째를 생각하면 변기를 닦다가도 눈물이 난다. 중학생이지만 초등학생의 어느 즈음의 시간을 살아가는 동생 때문에, 중학생이 중학생답다는 이유로 깊은 칭찬을 보내는 것이다.
첫째가 초등학교 4~5학년을 지나며, 저는 아이에게 저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했어요. 함께 앉아 울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시간을 가졌죠.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아이는 그런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어요. 그리고 그 후로 신기하게도 첫째가 제게 달리 보이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예민하게 보이던 아이가, 알고 보니 상황 파악이 뛰어나고 사회적 감수성이 높은 아이였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부족하다고만 느꼈던 아이가, 떨어져서 지켜보니 따뜻하고 현명한 아이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분명히 같은 아이인데, 내 시선이 바뀌니 아이가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거예요. 아이가 조금 늦게 일어나도 ‘어젯밤에 공부하느라 힘들었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그렇게 저는 예전보다 2~3배는 더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한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마음을 이제는 따뜻하게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면서요. 얼마 전, 아이의 14번째 생일 아침에 서프라이즈 파티를 준비했어요. 아침에 깨우면서 ‘00야, 생일 정말 축하해. 그리고 너무 사랑해’라고 이야기하며 꼭 안아줬어요. 다른 가정에서는 당연할 수 있는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사랑을 나누는 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순간이었어요.
이제는 아이에게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아요.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그의 존재를 온전히 수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첫째에게 둘째나 옆집 아이가 가진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아요. 대신 첫째만이 가진 강점과 예쁜 마음을 더 칭찬하며,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스스로 독립하고 성장하길 기다리고 있어요. 이 과정까지 오면서 정말 바다만큼 많은 눈물을 흘렸고, 잠 못 이루는 밤을 수없이 보냈어요. 지옥 같은 나날을 지나고 바닥을 치고 나니, 문득 정신이 들더군요. 나와 결이 다른 아이를 억지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걸요. 단순한 육아 지침 같지만, 진짜 정답이 거기에 있더라고요.
이제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아픈 아이든 건강한 아이든 그 아이에게 맞는 속도로 지켜봐 주는 다정한 관찰자, 그게 제가 되고 싶은 엄마의 모습이에요.
내 마음과 닮은 책 한 구절 - "다정한 관찰자"
아이의 할 일을 대신해 주거나 먼저 나서서 돕기보다는 스스로 해볼 시간과 기회를 주는 부모 유형.
아이에게 닥친 곤란한 상황을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지만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아이가 처한 곤란한 상황마다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 나갈 것인가, 한 발짝 떨어져 아이의 힘겨운 도전과 성장을 지켜볼 것인가. 마음처럼 되지 않아 속상하고 답답한 아이에게 필요한 건 즉각적인 도움과 빈틈없는 해결이 아니라 끝내 닿을 때까지 제법 오랜 시간을 다정한 온도로 기다려주는 어른일 것이다.
오늘의 질문 3가지
1.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할 때, 우리는 어떤 구체적인 방법으로 ‘다정한 관찰자’가 될 수 있을까?
2. 아이와의 관계에서 내 기대가 어느 선을 넘는 순간, 그걸 어떻게 깨닫고 바로잡을 수 있을까?
3. 아이들 각각의 성향과 고유함을 인정하려고 할 때, 무의식적으로 생기는 ‘비교’는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