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 조벽
책제목: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믿습니다.)
작가: 조벽
출판사: 해냄
여러분은 사탕을 입에 넣자마자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천천히 녹여 먹는 사람인가요?
요 근래에 사탕 한 개를 정말 달콤하게 그 맛을 음미하며 먹은 적이 있나요?
저는 입에 넣자마자 바로 와그작 깨물어 먹습니다. 이것은 제 성격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성격이 꽤 급한 사람이에요. 남편은 사탕을 함께 먹을 때마다 "이번엔 천천히 녹여 먹어봐. 그건 훈련이야."라고 말하지만, 저는 늘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또 씹어 먹고 맙니다. 저도 천천히 녹여 먹고 싶은데 참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정말 훈련인가 봅니다.
조벽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정신차림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사탕하나 음미하며 먹어볼 시간 없이 하루가 흘러갑니다. 요즘 뭐 하나 골똘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생각해 보니 별로 없네요.
"창의력은 정신 차린 상태에서 발휘됩니다. 정신을 집중하면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 비전'이 된 상태이고, 정반대로 정신 차림은 시야가 확 트이는, 알아차림이 확장된 상태입니다. 보이지 않던 해결 방안들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 상태입니다. 기존 생각의 틀을 뛰어넘는 직관과 영감을 만날 수 있는 창의적인 상태입니다."
"정신을 어디에 집중해야 정신 차린 상태가 될까요? 무엇이 소중한지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정신 차린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조벽 교수님의 책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고 집중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알려주십니다. 그중에 하나가 '젤리빈 천천히 먹기'입니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몇 번 씹지 않고 삼키는 것이 아니라, 젤리빈 하나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입에 머금어보고,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먹어볼 것!
요즘 아이들, 제 아이들만 봐도 물질이 넘쳐나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다양한 맛의 젤리빈을 입에 한가득 물고 우기적 우기적 씹는 모습이 요즘 아이들의 모습. 그러니 젤리빈 하나의 소중함도 알 수가 있나요? 젤리빈 하나에 몰입한다니.. 상상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여러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어 섞어 먹는 대신, 젤리빈 하나의 맛을 천천히 알아차리고 음미하는 순간, 그 작은 한 개에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물질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줍니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난청아이 초등학교 준비"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준비를 제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브레인스토밍을 했더니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습니다. 2시간을 주어도 모자랄 것 같았습니다. 강의 시간이 30분 밖에 되지 않아,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키워드를 뽑아내야 했습니다. 마구잡이로 넣은 내용들을 추리고 추려도 30분이 훌쩍 넘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구기고 욱여넣었겠지만, 이번에는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정말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쓰던 걸 멈추고, 강의 ppt를 바라보며 며 칠을 지냈습니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굴려보고, 마음속으로 진심을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마구잡이로 넣으려고 했던 쓸데없는 어휘들이 날아가고 진정 키워드만 남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을 탈 때도, 아침에 멍하니 커피를 마실 때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강의 준비를 눈으로 보고, 머리를 굴려보고, 아주 천천히 신중하게 정신을 차려보니 조벽 교수님의 말씀처럼 알아차려지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혜안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에서 어느 날 갑자기 발휘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음미하고 생각하고 몰입해야 쓸데없는 생각이 걷어지며 내가 말하고자 했던 그 본질이 번뜩이는 것 같아요. 알아차리고, 보이지 않던 해결 방법이 보이고, 혜안이 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는 요즘 그럴 시간이 있나요? 눈을 뜨면 아이들 학교 보내고, 유튜브를 켜고, 책을 읽지만, 유튜브에서 배운 내용을 머리로 정리할 시간이 있었나요? 책을 읽고 멈춰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나요? 알아차림을 통해 정신을 차리고, 깨끗한 머리로 창의적 생각이 번뜩이게 됩니다.
얼마 전 집에 넘쳐나는 필기도구를 정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필은 몇 번 쓰고 닳으면 바로 새 연필로 바꾸고, 한두 번 쓰다 만 볼펜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습니다. 다이소 같은 가게에 들어가면 펜 하나쯤은 늘 사서 나오곤 합니다. 이렇게 물건을 사고, 정리하고, 버리고, 널려있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점점 물건의 소중함을 잃어갑니다.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려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고, "소중함"이 무엇인지 경험할 기회가 사라집니다.
물건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이나 관계도 대수롭지 않게 대하게 됩니다. 친구와의 관계나 내가 맡은 일들조차 가볍게 여겨집니다. 일을 하다가 조금 어렵거나 잘 안 풀리면 쉽게 그만두고, 또 다른 것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는 매일의 작은 소중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저 인생에서 큰 이벤트나 특별한 순간들만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중요한 순간들조차 급하게 지나쳐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조벽 교수님이 강조하셨듯이, 알아차려야 정신을 차릴 수 있습니다. 내가 무슨 맛을 먹는지도 모르면 안 됩니다. 젤리빈 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소중함을 느끼는 훈련이 단순한 행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처럼, 우리 삶의 매일을 의식적으로 살아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작은 물건 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그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을 더 소중하게 만드는 시작일 것입니다.
1. 나는 매일 하는 일들 속에서 작은 것들을 얼마나 잘 느끼고 있는가? 예를 들어, 오늘 먹은 음식의 맛이나 주변 사람들과 나눈 대화에서 기쁨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세요.
2. 내가 급하게 지나쳐 버린 일들 중, 천천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냥 빨리 끝내버린 일이 있나요? 그중에 더 집중해서 해봤다면 좋았을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3. 매일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은 무엇일까? 일상적인 일들이지만, 그 속에서도 내가 미처 감사하지 못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