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부터 밝혔다.
내년 4월쯤에 결혼한다고.
거의 결혼 이야기가 나온 초반에 얘기했으니까.
생각해보면 어찌 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
그냥 밝혀 버린 거다.
그러면서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웃으면서 덧붙였다.
`만약에 그때까지 안 헤어지면 결혼식에 꼭 와주세요`
대부분 웃으며 무슨 소리냐며 그랬다.
어쩌면 결혼 사실을 눈치 보지 않으면서 밝힐 수 있다는 게
내게 축복일지도
자주 들어가 보는 웨딩카페에서
언제쯤 직장에 밝히는지에 대한 문의가 종종 있다.
대부분 3개월 전이라고 대답하고
한 달 전에 밝히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내가 속한 곳은 왠지 미리 밝혀서 생기는 손해보다
나중에 밝혀서 생기는 서운함이 더 클 거라는 생각에
거의 결혼이라는 걸 하기로 마음먹자마자 주변에 알렸다.
그렇게 밝혔던 게 작년 4월
결혼이라는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일상적인 이벤트를
매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곳에서
일부러 숨기면서 눈치 보고 싶지 않았고
불이익도 받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런 걸로 불이익을 주는 조직이 전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무의식 중에 배려라는 이름으로 일에서 배제된다거나
나 또한 `결혼`이 업무에 핑계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노력하면서도 스스로 피해망상에 사로잡히지 않아야지 했지만
(이건 내가 속한 조직 분위기가 절대 이런 걸로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노력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내 미래 가치에 있어
결혼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머리로는 아닐 거야라고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꽁한 마음이 있다.
무려 일 년 전에 밝힐 수 있는 조직에서도 이렇게 생각하는데
지금도 주변에 당당하게 밝히기 어려운 곳곳의 직장인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주변의 인식과 싸우고 있는 걸까.
22년이 되고 한 살 더 먹으니까
그런 인식과 내 현실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이상하게 매일 일은 그만하고 쉬고 싶은데
능력은 온전히 주변에 인정받고 싶다.
결혼과 그에 수반되는 내 인생의 일상적인 요소들로
노력과 능력이 깎아내려지는 걸 참을 수가 없다.
그 참을 수 없음에
오늘도 부단히 야근하고 노력했다.
이제 한 4개월 남았는데
이 일상적인 이벤트를 치르고 나면
다음 스텝은 더 일찍 밝혀봐야겠다.
이 모든 게 당연하면서도 업무와 연관 없는
개인의 일임을 주변에 인정받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