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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an 07. 2021

요가 시작, 그리고

리시케시 생활이야기

리시케시에 도착한 후 일주일의 휴식 시간을 가진 후에 요가를 시작하였다.  


12월 내내 서울의 요가원이 문을 닫아서 요가를 할 수 없었고, 겨울의 찬 공기 때문인지 요가를 할 마음도 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씩 하는 스트레칭 외에는 한 달 내내 요가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인도로 출발하기 전까지 베이킹을 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쏟아서 에너지가 부족하기도 했다. 내가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빵과 케이크 그리고 쿠키를 주문 하기 시작하였고, 친구들이기 때문에 거절을 할 수도 없었기에 주문을 거의 다 받아 아침저녁으로 베이킹을 하였다.


인도로 이동을 하는 동안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체력이 저하되어 있었고, 인도의 추운 날씨 덕에 몸이 많이 굳어 있었다. 하지만 리시케시에 온 이상 요가를 하고 싶었으므로 일주일 동안 적응 기간을 가진 후에 곧바로 수린다 선생님에게 갔다.


스와스티 요가원은 장소를 옆 건물로 옮겨서 요가 클래스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도 모르고 첫날은 헛걸음을 하고 돌아왔지만, 선생님께 연락을 하여 제대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요가원으로 가는 길은 내가 지내고 있는 숙소에서 도보로 30분이 걸린다. 갠지스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서 여행자들이 많이 머무는 지역을 지나 숲길로 죽 걸어가는 길이다.



약간의 오르막을 넘어가는데 멀리서 절뚝거리는 소년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 소년은 나랑 가끔 밥도 먹고 차도 마시던 소년 삔뚜였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병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늘 웃고 있는 활발한 소년이었다. 사뿐사뿐 걸어 가서 그의 앞에 서니 나를 자세히 바라보더니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고개를 젖히고 손으로 찻잔을 잡는 모양을 만들더니 "짜이' 하고 외친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크게 웃다가 30루피를 쥐여주었다. 그는 그 돈으로 짜이도 마시고 그가 좋아하는 님부빠니 (레몬 워터)도 마실 것이다. 앞으로 걸어 가는 그를 바라보니 왠지 이곳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게 실감이 났다.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요가원의 문을 여니 아무도 없었다. 두꺼운 양탄자에 햇볕이 비취고 있었고, 새로운 장소로 옮긴 후에 사진으로 보았던 장소라서 그런지 익숙한 느낌이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전에 몸을 풀어야 했으므로 요가 매트를 바닥에 급히 깔고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굳은 뒷 무릎을 펴기 위해 다리를 찢고 등을 펴고 있으니 수련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락다운 기간에 인도에 머물렀던 여행자들이 아마도 계속 요가를 하는 모양이었다. 누운 자세로 미소로만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명상 또는 몸풀기를 하며 수업 시간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누워서 두 다리를 접어 몸에 붙이고 있는데 선생님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 몸을 일으켜서 앉는 자세로 급히 바꾸었다.


선생님은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뒤에서 기도를 하였고, 요가 매트에 앉으신 후에도 눈을 감고 계셨다. 오늘의 수업을 위해 또 우리를 위해서도 기도를 하신 후에 눈을 뜨셨는데 바로 앞에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살짝 빛나면서 내게 고개를 살짝 내렸고 나도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두 손을 합장하고는 수업 시작을 알리는 만트라가 시작되었고, 함께 암송하는 내내 감동이 밀려 들어왔다.


요가 아사나 수업이 시작되었다. 나를 포함한 수련생들은 모두 8명이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많은 동작을 하는 대신 한 동작을 오래 하였다. 내가 그렇게 수업 시간에 많이 했던 삼각자세, 전사 자세, 다운 독 자세를 주로 했고, 마지막은 핸드 스탠드로 마무리를 하였다.


오랜만에 하는 요가라서 그런지 그동안 쓰지 않은 근육을 많이 쓴 느낌이었고 다음 날 아침이 두려워졌다. 아마 미세한 근육 모두에 알이 배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린다 선생님은 늘 그렇듯 요가를 마치고 난 후 우리에게 이야기를 해주셨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그동안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많이 했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과정일 것이라고. 우리는 현재에 더 감사하고 요가와 명상을 통해서 우리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요가를 수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훨씬 정겹게 느껴졌다.


내 눈빛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예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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