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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an 10. 2021

인도 락다운 이야기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어제는 몸의 구석구석이 다 아파서 침대 위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날이 환해졌는데도 눈을 감고 있다가 느지막이 일어나서 점심과 간식을 사 오고 방에서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에는 보일러가 얼어서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서울에 있는 친구의 카톡을 받고는 눈이 번쩍 떠졌다. 서울에 한파가 들었다는 소식에 나는 잠에서 깨어 제시간에 요가 수업에 갈 수 있었다. 인도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에 비하면 추운 것도 아니지만 건물에 난방 장치가 없는 이곳의 겨울도 매섭기는 하다. 이곳 저곳 이동을 하는 여행자들은 인도의 기차역에 부는 휑한 바람을 알 것이다. 게다가 히터가 없는 저렴한 열차 칸에 타면 열려 있는 출입문과 유리창의 틈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할 수 없다. 산과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리시케시 겨울은 냉기가 가득한데 이번에는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방을 좋은 가격으로 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물 자체의 냉기는 막기 쉽지 않다.


갠지스 강을 건너 요가원으로 가는 산책길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고 난 다음 날 아침이라 기분이 상쾌했고, 인적이 드문 거리는 아주 조용했다.



수린다 선생님의 요가 수업이 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수리아 나마스까 ( 태양 숭배 자세 )를 위주로 수업을 많이 하셨고, 매번 꽉 차는 수련생들 사이로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교정을 해주셨다. 그런데 요즘에는 7-8명 정도의 수련생들과 함께 하고 TTC (요가 자격증 코스) 코스를 막 끝낸 학생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라서 그런지 강도가 세지고 너무 디테일해지셨다. 두 시간 내내 한눈도 못 팔고 다른 생각을 전혀 할 수 없게 세심하게 수업을 하신다. 아직 요가 적응기라서 그런지 요가 수업을 마치고 나면 온몸의 근육이 다 아프다고 난리다.


수업을 마치고 길을 걷다가 친구 무케시를 우연히 만났다. 언제나 그렇듯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인도인들은 삶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만나서 인사를 할때면 모두 얼굴을 활짝 피고 웃는 얼굴을 한다. 평소 얼굴이 무표정하고 마음 상태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내가 배워야 할 점이다.



무케시는 근처에서 '아유르베다 카페'를 열고 건강 음식을 만들고 있는 청년이다. 오랫동안 스치면 인사만 하고 지내던 동네 청년이었는데 알고 보니 꽤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였다. 안부를 물으며 걷다가 자연스럽게 그를 따가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때가 때이니만큼 카페 안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무케시는 들어가자마자 재빠르게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서 허브티를 만들기 시작했고,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다. 사실 나는 이스라엘 음식인 '후무스와 팔레펠'이 먹고 싶었으나 그 시간에 하필 전기가 나가서 후무스를 주문하지 않았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블랜더로 곱게 갈아 만드는 페이스트인데 요즘같이 손님이 없을 때에는 보통 미리 만들어 놓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 하에 다른 메뉴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년에 이 근처에서 요가를 할 때 쉬는 날이면 친구들과 이곳으로 몰려와서 특별식을 먹곤 했었는데, 그중 가장 맛있었던 '아유르베다 아침 세트'를 골랐다. 포장을 해가야 하므로 샐러와 음료는 빼고 시금치가 들어간 밀전병인 '빨락 로띠'와 야채 커리만 싸 달라고 했다.



무케시는 함께 일하는 다른 요리사에게 요리를 맡기고는 허브티를 들고 내 옆에 앉았다. 우리와 함께 들어온 동네 청년 몇 명도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았다. 며칠 전에도 이곳에 한번 오기는 했으나 장사는 잘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인도 전역이 락다운 기간이었기 때문에 문을 닫아야 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하며 지냈냐고 물으니,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밥을 해 먹고 카드 게임을 하다가 자다가 또 밥을 먹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답답한 날이면 동네 친구들을 모아서 새벽 일찍 경찰의 눈을 피해 요리 도구들을 챙겨  한시간 동안 걸어가서 물가에서 수영을 하고 숲을 산책하고 불을 지펴서 밥을 해 먹었다면서 사진을 보여준다. 폭포 아래에서 시원한 물살을 즐기는 모습, 쭈그리고 앉아서 야채를 다듬어 렌틸콩 수프인 달과 밥 그리고 야채 커리를 해서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락다운 기간에 경찰에게 걸리면 인도 경찰들이 으레 들고 다니는 기다란 막대기로 맞기 때문에 경찰이 없을 시간에 자연으로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시간이 참 즐거웠다고 했다. 락다운 기간에는 모든 사람들이 활동을 멈추고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야 해서 필요한 것만 있어도 생활이 즐거웠는데 막상 락다운이 끝나고 모두 가게를 열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졌다면서, 빨리 일상으로 회복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나보고 예전처럼 친구들하고 같이 식당에 오라고 했지만, 현재의 나는 대부분의 시간은 방에서 보내고 있고, 요가 수업을 마치자마자 혼자 하는 산책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친구가 없다고 하니 노 프라블럼이라고 답한다.



인도 락다운 기간 동안 한국에서 비교적 편하게 지내다가 이후에 인도로 들어온 내가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들의 힘겨웠던 시간을 미쳐 생각하지 못한 채 지금 이 시간을 혼자 즐기고만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앞으로 인도에서의 시간을 이곳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더 잘 보내야겠구나 하는 새로운 생각이 생겨났다. 내가 이곳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친구를 못 사귄다면 혼자라도 자주 와서 이야기도 나누고 밥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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