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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an 21. 2021

인도 리시케시 뮤직 페스티벌

일상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


가끔 오전에 하타요가 그리고 매일 저녁의 아엥가 수업을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베란다가 딸린 내가 좋아하는 망고 색의 커튼을 드리운 방에는 인도의 여느 게스트하우스에는 없는  고풍스러운 책상까지 있어서 방에 있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망고 색의 커튼 뒤에는 파란 하늘이 보이는 드넓은 창이 있고 열대 나무 가지를 엮어 만든 책상에 노트북과 물을 끓일 수 있는 주전자와 커피와 티를 놓아두고는 많은 시간을 보낸다. 피곤함이 느껴지면 바로 옆에 있는 침대로 퐁당 들어가면 되니 무엇을 더 필요로 하겠는가.


처음 리시케시에 왔을 때는 오전의 하타 요가와 오후의 아엥가 수업을 다 듣고 싶은 마음에 무리를 하며 수업을 다녔지만 지금은 몸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아침 수업은 가끔 그리고 저녁 수업을 매일 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계절이 겨울이니만큼 차가운 아침 공기에 몸이 굳어서 몸이 예전 같지 않기도 하다.


지난 일요일 한낮의 태양이 따사롭게 느껴지는 오후 시간에 리시케시 뮤직 페스티벌이 열렸다. 오랜 전부터 알고 지내는 여행자이자 음악가인 일본인 친구 호시가 공연에 참여한다고 하여 요가 선생님과 함께 가기로 했다.



히말라야로 통하는 도로는 큰 트럭과 차들로 혼잡스러웠다. 커다란 차들이 매연을 내뿜으며 빠르게 달리는 인도가 따로 나있지 않은 도로를 걸으며 리시케시가 점점 커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요가원도 몇 개 되지 않았고 정감 있는 게스트 하우스와 아쉬람이 전부였다. 갠지스 강에 몸을 담그기 위해 오는 순례자들과 요가를 하러 오는 요기들이나 보통의 여행자들이 오던 이곳이 이제는 래프팅을 즐기러 오는 인도의 젊은이들과 가족 단위의 인도 여행자들이 늘어나서 커다란 관광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코로나로 여행자들이 거의 없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들어서는 큰 호텔, 여기저기서 하고 있는 도로 공사와 수도 공사가 한창이다.  다행히 갠지스강 주변은 여전히 평화롭고 조용하며, 요가원을 들어서면 세상과 조금 떨어진 고즈넉함이 느껴져서 매년 이곳으로 오게 되는 것 같다.


도로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매연 탓에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오른쪽을 바라보니 뮤직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커다란 호텔이 보였다. 야자수를 죽 이어 심어 놓은 풀장도 가지고 있는 이층 건물의 근사하고 자연 친화적인 호텔이었다.




옷을 멋스럽게 차려입은 도시에서 온듯한 인도 여행자들이 대분분의 관객이었고, 외국인 여행자들도 드문드문 보였다. 입구에서는 인적사항을 적게 하고 하얀 면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정면에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고, 곧 시작될 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리허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른쪽 아래에 마련된 근사한 풀장의 선베드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아엥가 요가 수업을 같이 듣는 프랑스에서 온 친구인 마엘과 아엥가 비기너 요가 수업을 가르치고 있는 엑타가 음악을 들으러 온 것이다. 우샤 선생님의 아엥가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옆자리에서 같이 수련을 하고 있는 친구인 마엘은 작년 가을에 학생 비자를 받고 열심히 아엥가 요가를 배우고 있다. 우샤 선생님의 고함 소리에도 전혀 기가 죽지 않고 크게 웃기만 하는 귀여운 친구이다. 우리는 공연장 뒤편에서 파는 짜이를 한잔씩 마시고는 공연장 앞으로 나갔다. 공연이 2시간이나 지연되어 2시부터 인도 그룹의 노래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허스키한 목소리의 보컬이 매력적인 그룹으로 유행하는 인도 영화 음악과 리시케시의 전통음악을 부르며 모두가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머리 위로 드론이 날아다니며 촬영을 하고, 고급스러운 영상 편집 기술이 함께 하여 무대 뒤의 스크린에서 고함을 지르며 즐기는 우리 관객의 모습, 앞자리를 차지하고 멋스럽게 춤을 추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계속 비쳤다.


드디어 몇 명의 음악가들의 공연 후에 내 친구 호시가 무대 위로 나타났다. 우리는 그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무대 앞까지 나아갔다. 호시는 전자 드럼을 신나게 두드리며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다. 그리고는 직접 만들었다는 호주의 전통 악기인 디젤리두를 불었고, 곧 하피 드럼을 고요하게 치며 조용한 명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가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려는 찰나, 함께 무대를 즐기고 있던 마엘이 큰 소리로 앙코르를 외쳤고, 곧 모든 관객이 함께 앙코르를 원해서 호시는 마지막 무대로 드럼을 신나게 두드리며 마무리를 하였다.



마스크를 쓰고 조심스럽게 어울리며 음악을 즐기고 춤을 추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동안 항상 누렸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 시간인가를 정말 처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인도는 작년 3월부터 9월까지 이어졌던 락다운 기간을 거치고 코로나가 많이 안정이 되어 올해 1월에 정부에서 뮤직 페스티벌을 허가해 준 것이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던 시간이었다.


모두들 양쪽 어깨에 힘을 빼고 얼굴에 가득 신나는 미소를 지으며 음악을 즐겼던 그 시간들은 오래도록 선명하게 기억에 남을 즐거운 추억이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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