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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22. 2021

요가 선생님과 함께 보낸 아침

이번 주 수요일부터는 8일 동안 이어지는 아엥가 요가 인텐시브 클래스가 시작되는데 마침 이틀 동안은 수업이 없어서 친구 하나코와 사이 요가의 하타요가 클래스에 참가하기로 했다. 지금처럼 티처 트레이닝 중심의 상업적인 요가센터가 거의 없었을 무렵, 리시케시에는 오래전부터 인도 전통을 지키며 요가를 가르치는 몇 곳의 요가원이 있었는데 15년 전에 내가 처음 요가를 배운 곳인 '사이 요가'도 그중 하나였다.


 인생의  번째 요가 선생님인 산딥이 운영하고 있는 '사이 요가' 여행자들이 많은 거리에서 벗어나 마을 주민들이 사는 동네로 오래전에 자리를 옮겼다.


시끄러운 거리를 지나쳐서 조용한 동네의 골목길로 올라가다 보면 사이 요가 센터가 나온다. 평소와 다름없이 삐그덕 거리는  걸쇠를 돌려 열고 '산딥' 하고 부르니 '예스, 망고 (인도에서의  별명이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할로우'라며 밝게 인사를 하는 하나코를 산딥에게 소개하고는  뒤쪽의 내려가는 계단을 통해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요가원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창이 양쪽으로  있는 요가원은 고요했고 아침 햇살이 들어와서 밝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울창한 나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공간이다.


 

사이 요가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산딥의 하타요가 클래스는 시바난다 아쉬람의 하타 요가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오히려 듣기 쉽지 않은 전통적인 인도 요가 수업이기도 하다. 산딥 선생님의 목소리는 여전히 영롱하고 깊고 깨끗하여 함께 옴과 만트라를 합창하다 보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정원 한편에 마련된 넓은 요가원은 조용했고 학생은 우리 둘 뿐이라 자세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많은 컴퓨터 작업으로 어깨와 목이 아픈 하나코를 위해서 호흡으로 몸을 이완시키고 몇 가지의 아사나 동작을 한 후에 고요하게 명상을 하고 싶다는 하나코를 위해 호흡을 하며 명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을 마치고 난 후에 산딥은 비건인 우리를 위해 늦은 아침 식사로 알루 파라타 (감자가 들어간 북인도 밀전병)와 가지 커리를 만들어 주었다. 스파이시한 인도 음식을 못 먹는 하나코를 위해 고추를 잘게 썰어 넣는 대신 감자 양념을 맵지 않게 만들고 커리 역시 부드러운 맛으로 바꿨다.


나도 알루 파라타를 먹어만 보았지 만드는 것은 처음이라서 우선 산딥이 먼저 우리에게 시범을 보여 주었다. 미리 발효시켜 놓은 통밀가루 반죽을 한주먹 떼어 밀대로 둥글고 얇게 민 후에 커리 가루와 고수잎으로 양념한 으깬 감자를 밀가루 반죽 안에 넣고 왕만두처럼 동그랗게 뭉친다. 동그란 반죽 모양을 손바닥으로 살짝 누른 후에 다시 밀대로 조심스럽게 둥근 원이 되도록 얇게 밀고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굽는다. 예쁘고 동그랗게 골고루 밀되 반죽이 터지지 않게 굽는 것이 포인트!



선생님의 시연을  숙지한 후에 우리도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알루 파라타를 만들어 보았다. 산딥은 역시 익숙한 솜씨로 빠르게 둥글고 얇고 일정한 모양의 알루 파라타 몇 개를 금세 만들어내었다. 남인도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북인도는 처음인 하나코는 처음에는 좀 머뭇거리며 조심스럽게 반죽을 밀었으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음식 솜씨를 발휘하여  괜찮아 보이는 알루 파라타를 완성하였다. 나는 인도에서 쿠킹 클래스를 여러  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여유로운 자세로 감자를 한 움큼 넣어 반죽을 얇게 밀었으나. 내가 만든 파라타는 울퉁불퉁하여 감자가 조금 삐져나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울퉁불퉁한  파라타가 아주 귀엽게 보였고 만족했다.


커리로 양념된 부드러운 감자가 가득 들어간 뜨거운 알루 파라타를 손으로 찢어가지 커리를 감싸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손을 후후 불어가며 뜨거운 것을 찢어서   베어 무는 맛은 기가 막힐 정도로 맛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김이 나는 뜨거운 알루 파라타와 야채 커리를 입안에 가득 넣어 먹으며 요가에 대해, 현재 생활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귀여운 알루 파라타
감자가 가득 들어간 알루 파라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는 대화는 참으로 진솔하다. 하나코는 다시 시작하는 카페에 대해, 나는 인도에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요가만 하고 있는 삶에 대한 불안감을 농담을 하듯이 던졌다. 산딥 또한 요가원을 찾는 여행자들이 없지만 조용한 이 시간이 좋다는 말을 하였다. 이렇게 하는 대화는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의 있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정리를 할 수는 있는 것 같다. 툭툭 던지는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음식까지 먹으니 기분이 좋아지면서 유쾌해지기까지 하게 되어서일까. 요가 선생님과 함께 보낸 아침은 조금 우울했던 내 생활을 다시 유연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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