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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24. 2021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한동안 아엥가 인텐시브 코스를 따라가랴, 케랄라에서 온 친구와 시간을 보내랴 지난 2주는 물 흐르듯이 빠르게 지나갔다.


매일 두시간의 아침 요가 수업을 마치고 긴 산책코스를 걸어가서 함께 점심을 먹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점심은 인도 정식인 탈리를 먹고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저녁 요가를 듣고 저녁을 함께 숙소에서 만들어 먹으면 하루가 그냥 지나가 버렸다. 요가 수업이 없는 일요일에는 갠지스강변에 있는 카페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마시고 힌두교 기도의식에 참여 했다.


친구와 함께 있을때는 방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던 나를 밖으로 끌어내어 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함께 하는 식사시간도 너무 즐거웠다. 물론 친구가 지나치게 자기 관리를 잘하고 세심한 면이 있어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았던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함께 보낸 친구는 다시 케랄라로 돌아갔고, 공항 택시를 타고 떠나는 친구를 배웅한 토요일 낮부터 월요일 오후까지 숙소 근처에 있는 야채 가게를 간 것을 제외하고는 나는 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식사는 간단하게 오트밀을 뜨거운 물에 부어 먹거나 간단한 샐러드와 야채를 물에 익혀 먹었다. 하필 방에 머물던 이틀 내내 인터넷 연결이 안되어서 모바일 데이터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웹서핑이나 SNS 만 하니 시간은 더 더디게 갔다. 그러니 몸은 늘어지고 머리 속이 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도로 들어오기전에 막연하게 계획했던 일들은 미루고 그냥 하루하루를 보냈다. 코로나라는 상황을 핑계로 생각하며 일을 미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이 무엇을 하기에 정말 어려운 것인지도 헤깔리기 시작했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나가는 성향이라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이번에는 너무 빨리 나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한국에 두고온 일들에 대한 미련도 있었다. 그동안 해왔던 요가여행과 요가수업 그리고 비건 빵집까지 지금 한국에 있었더라면 다 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지난 아엥가 요가 인텐시브 수업은 예전과 다르게 적은 인원이 참가했다. 항상 자리가 만석이라 웨이팅 리스트 안에 들어 있으면서 수업을 못 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60명의 외국에서 모여들은 수련생들이 빽빽하게 앉아서 함께 했던 그런 수업이 아니라 이번에는 20명 남짓의 수련생들과 함께 했다. 특이하게도 지난 코스에는 많은 인도인들이 참여하였는데 그들 대부분이 몸에 이상이 있거나 요가 수련을 많이 한 사람들이 아니라서 수업 내용이 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조금 느슨하기도 했고 느리기도 했으나 적은 수련생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더욱 깊게 들어가기도 했었다.


주말을 방안에서 보내고는 드디어 월요일 오후부터 다시 요가 수업에 들어갔다. 인텐시브 코스를 위해 모여든 수련생들이 아닌 리시케시에 머물며 오래동안 수련을 하고 있는 일반 수업은 오히려 더 강도가 세다. 그런데 이번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수업은 더욱 무겁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핸드스텐드부터 머리서기 그리고 어깨서기와 다운독 자세를 팔에 벨트를 매고 해야 하는데 몇가지 동작만 했는데도 몸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15명의 적은 인원 때문인지 한사람 한사람의 동작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셨고 하필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던 나도 혼이 났다.


선생님은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간 것처럼 항상 혼란스러울때마다 요가 아사나 자세를 잡아주며 혼을 내신다. 그러면 나갔던 내 정신이 쏙 다시 머리 속으로 들어와서 집중을 하게 만든다.



내가 미련이 있었던 국내 요가 여행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차피 지금은 진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요가 수업도 아주 적은 인원만 가능하기에 내가 수업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때이며, 연습삼아 하고 있었던 비건 제빵도 사실은 수익이 거의 안나는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기는 했지만 지금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요즘 인도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대폭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리시케시는 그동안 안전한 곳에 속한 편이었는데 요즘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는 축제인 '쿰브멜라'축제로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요,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마을 주민들과 여행자들이 아주 많다. 요가 선생님께서는 거의 1년 동안 지속되었던 락다운 시기가 오히려 가장 평화롭고 안전한 때였다면서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니지 말고 요가 수업에 집중하며 생활하라고 하셨다. 매일 오전에 혼자 연습하는 셀프 프랙티스와 저녁 요가 수업에 충실하며 몸과 마음의 조화를 지키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서.


지금은 그런 상황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시기이므로, 현재 생활에 충실하며 마음을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제 마음 속으로 상황을 받아들이고 생활을 할 것을 다짐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매번 흔들리고 흔들리지만 마음의 중심을 잡으며 현재 있는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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