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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Mar 29. 2021

남인도 음식, 시금치 도사

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어제는 아침에 아엥가 요가원으로 가서 샐프 프렉티스를 마치고 고요한 마음으로 혼자 요가원 근처의 ‘마드라스 카페’로 들어갔다. 사실 대부분의 식사는 숙소에서 만들어 먹고 있지만 이 날은 그동안 언젠가는 먹어봐야지 했던 ‘시금치 도사 ( 쌀로 만든 크레이프 안에 시금치가 얇게 발라져 있는 남인도 음식 )’를 먹고 싶었다. 오전 요가 수련이 늦게 끝나기도 했고, 음식을 해서 먹을 기력이 조금 모자라기도 했다. 다행히 점심시간 바로 전이라서 식당은 한 테이블에 커플 손님이 앉아 있었고 다른 공간은 비어 있었다.


홀로 앉기 편안한 작은 테이블 앞에 앉은 후에 메뉴를 갖다 주자마자 시금치 도사를 시켰다. 시금치 도사는 일반 도사보다 조금 가격이 있어서 과감히 음료수는 마시지 않기로 했다. (인도는 보통 식전에 음료수를 시킨다.) 가지고 온 생수를 조금씩 마시면서 목을 축이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푸르른 색감의 커다란 삼각형 모양의 시금치 도사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도사 안에는 시금치가 얇게 발라져 있었고 넉넉한 양의 시금치 커리까지 같이 나왔다.


시금치 도사


얇게 부친 도사 안에는 녹색의 시금치가 발라져 있고, 함께 나온 시금치 커리를 감싸서, 삼바 (매콤한 야채 수프)에 푹 적신 후에 코코넛 처트니 (코코넛 소스)를 가득 얹어 먹었다.


시금치 커리에는 땅콩이 씹혀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졌고,  야채를 오래 우려낸 맛의 깊은 삼바와 달콤하면서도 약간 매운맛의 코코넛 처트니가 끝내줬다.


너무 맛있어서 혼밥의 어색함도, 핸드폰을 만지작거릴 새도 없이 싹싹 긁어 국물 한 방울, 바스락 부서지는 도사 한 조각까지 단숨에 다 먹었다.


도사는 사실 눈 앞에서 만드는 과정을 보다 보면 너무 신기해서 결국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나는 남인도로 내려간 김에 도사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 찾아간 곳에서 마음을 빼앗겨서 일주일 동안 남인도 음식을 더 배운 적이 있다. 그만큼 도사는 우리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는다.


도사 만들기


미리 발효시킨 쌀가루 반죽을 두껍고 단단한 팬에 한 주걱 부은 후에 반죽을 얇게 일정한 방향으로 펴줘야 한다. 자칫 힘을 너무 주면 반죽에 구멍이 날 수 있으니 일정한 힘으로 누르면서 손목을 한 방향으로 돌려주며 반죽을 펴야 한다. 그리고 원하는 양념을 안에 넣고 삼각형, 사각형 모양 또는 길게 돌돌 말아주어도 된다. 가장 일반적인 도사는 감자 양념을 넣은 마살라 도사이다. 간단하고 가벼운 도사를 먹고 싶다면 양념을 넣지 않은 플레인 도사도 깔끔하고 괜찮다.


가끔 도사 전문점에 가보면 일 미터 크기의 거대한 도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콧수염을 기르고 나비넥타이를 한 웨이터가 위풍당당하게 가슴을 쫙 펴고 한 손으로 기다란 도사가 놓인 접시를 들고 오던 모습은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각양각색의 도사


쌀가루로 만드는 도사는 쌀이 주식인 남인도에서 나온 음식이지만 워낙 일반적인 식사로 자리가 잡혀서 북인도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도사는 먹는 재미도 있지만 보는 재미까지 있어서 자주 생각나는 음식이기도 하다. 함께 곁들여 나오는 매콤한 삼바 한입은 혀가 얼얼해질 정도로 짜릿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가는 느낌이 들고, 코코넛이 씹히는 코코넛 처트니는 너무 달콤해서 단숨에 기분이 좋아지게 만든다.


도사를 손으로 바스락 소리를 내며 뜯어 한 입 먹을 때의 그 즐거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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