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리시케시 생활 이야기
오늘도 평소처럼 요가 시간에 맞춰 합승 릭샤를 타러 가는 길이었다. 내 앞에는 인도의 사막 지대인 라자스탄에서 온 듯한 가족들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로 걸어가는 소년을 보고는 매해 겨울에서 보내던 인도의 보드가야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저 멀뚱히 그들을 바라보며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소년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함께 걷던 아버지가 거대한 소똥을 푹하고 밟은 것이었다. 그 슬픈 광경을 바라보고는 웃고 있다가 어찌어찌하여 같은 릭샤에 올라타게 되었다. 웃음을 감추지 않고 소리 없이 웃는 얼굴의 나를 보고 똥을 밟은 아저씨가 다리를 꼬더니 신발을 구석 쪽으로 감춘다.
내리막 길에 다다르자 운전사 아저씨가 시동을 끄고 그야말로 미끄러지듯이 천천히 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크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앞을 바라보니 한두 명의 사내들이 눈을 치켜뜨며 큰소리를 내고 있었는데 운전하시는 분께서 고개를 돌리더니 갑자기 싸우는 곳 바로 옆에 릭샤를 세웠다. 인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싸움 구경이라도 하는 건가 했더니 싸우고 있는 친구의 이름을 불러 세우며 이유를 묻는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서 진정시키고 소다 한잔이나 같이 하자며, 옆에서 싸움 구경을 하던 있던 소다 왈라 ( 레몬 소다를 만드는 사람 )에게 빨리 소다를 만들라고 외치니 소다 왈라는 급하게 근처에 있는 그의 가게로 뛰어가서 소다를 만들기 시작했고, 운전사 아저씨는 나와 그리고 함께 타고 있는 가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릭샤를 멈추고는 소다를 기다린다. 싸움을 하던 몇 명의 사내들도 싸움을 멈추고는 옹기종기 소다 가게에 모여 앉아서 소다를 기다리며 언제 싸웠냐는 듯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괜히 바쁜 척 핸드폰을 꺼내어 시간을 체크했지만 요가 시간까지는 20분이나 남아 있었고, 옆에 있는 가족들도 시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시원한 소다 한잔을 한 모금 마시더니 천천히 릭샤에 시동을 걸고 다시 운전을 하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려 멍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소다 왈라의 얼굴을 바라보니 소다 아저씨는 내게 찡끗하며 웃음을 보낸다.
요가원 앞에서 릭샤를 세우고는 상황이 너무 웃겨서 계속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리자마자, 핸드폰으로 릭샤 사진을 찍으니 운전사 아저씨와 라자스탄 가족들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웃음을 짓는다.
요가 가는 길의 풍경.
좀처럼 싸우지 않는 사람들.
좀처럼 바쁘지 않은 사람들.
인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