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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un 07. 2019

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이유


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인도의 갠지스강이 흐르는 리시케시의 요가원에서 생애 첫 요가를 배웠는데, 그때 요가 선생님이 한 말 때문이었다.


"요가를 하면 절대 늙지 않는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난 요가 선생님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곱슬머리가 동그랗게 위로 솟아 있는 귀여운 머리 모양을 한 요가 선생님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고, 옅은  갈색의 피부는 빛이 났다. (참고로 요가 선생님은 남자이다.) 인도 배낭여행 인솔 프로그램으로 함께 온 여행자들과 처음으로 더듬더듬 배운 요가였고, 막 서른을 지나고 있던 그 시절  절대 늙지 않는다는 문장은 나에겐 거의 주술처럼 다가왔다. 나는 그 문장을 가슴속에 깊이 간직하고 요가를 배우러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리시케시를 떠나기 전에 노란색의 망고를 소중히 품고 와서 요가 선생님께 두 손 높이 들어 안겨 주었다. (인도에서 불리는 내 이름은 망고이고, 이때부터 선생님은 나를 '맹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


다음 해에 나는 그동안 다니던 배낭여행사를 그만두고 리시케시로 들어갔다. 여전히 선생님은 그곳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계셨다. 요가원은 커다란 망고나무 아래 있었고, 망고라는 단어는 내게 행운의 부적 같은 것이었기에, 그 작은 요가원을 참 열심히도 다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요가를 함께 하고 역시 망고 나무 아래에 있는 짜이 가게에서 요가 후에 선생님과 다른 수련생들과 차를 마셨다. 리시케시는 곳곳에 망고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었고 난 편안함을 느꼈다.

정말 맛있는 인도 망고

그때의 요가는 나에게 몸을 수련하는 것을 의미했고 정말로 늙고 싶지 않아 시작했기에 요가 수련 내내 머릿속은 딴 생각으로 바빴다.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명상 시간에는 자꾸만 달려드는 모기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 있었고, 눈동자는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맹고"하며 내 무릎을 털썩하고 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점점 요가에 익숙해졌고 몸은 점점 유연해져 갔다. 평생 살도록 다리를 뻗어 보지도 않았던 내가 스트레칭도 곧잘 하게 되었고 두 다리에도 힘이 생겼다.


선생님과 함께 한 요가 수업은  '호흡'으로 몸을 따뜻하게 한 후 천천히 정성스레 몸을 푸는 준비 운동을 시작하고, 이후에 아사나(요가 동작)로 이어졌고, 매트 위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자세로 끝이 났다. 그리고 눈을 뜨면 가슴이 확 트이고 얼굴에 미소가 생기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요가와 조금씩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했다.

리시케시

지금 기억을 돌이켜보면 요가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기름진 커리에 로띠 ( 밀전병 빵)와 쌀을 곁들여 먹는 다른 인도인들처럼 툭 나온 아랫배는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 요가 선생님의 '절대 늙지 않는다'라는 말을 믿으며 요가 선생님을 따라다녔다. 나의 첫 번째 요가 선생님은 아직도 나의 요가 선생님이고 지금은 리시케시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요가 선생님도 한해 한해 조금씩 늙고 있고, 때로는 관절이 아프다고 나를 바라보며 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처음 봤던 그 영롱한 눈빛만은 그대로이며, 아직도 쭉쭉 뻗은 몸은 놀랍게도 유연하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정말로 늙지 않았을까?


하하하하.


당연히 나는 하루하루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이 예전 같지 않고, 때로는 눈이 침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유연해졌다고나 할까? 어려운 감정이 생길 때마다 요가는 나를 위로해주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한다. 화가 날 때마다 요가 선생님께 쪼르르 달려가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예전에 느꼈던 감정은 사라져 있곤 한다.


요가는 나에게 항상 바르게 살라고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게으른 요기(요가하는 사람)이지만 꾸준히 조금씩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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