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ngo Nov 18. 2015

인도 홍차 '짜이' 한잔 하실래요?

-그들의 부엌에서 지내고 싶어 찾아간 마을, 보드가야. 인도

난데없이 내게 누군가가 인도 홍차인 '짜이' 한잔을 건넨다. 작은 유리잔에 담긴 우유가 가득한 짜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앞을 보니 붉은 사리를 입은 인도 여인이 잔잔한 웃음을 지며 내게 짜이를 건네고 있다. 그때 나는 소년들과 식당에서 쓸 야채를 사러 노점 시장에 와 있었고, 싱싱한 양배추를 고르고 있던 참이었다. 난 난데없이 나타난 이 여인인 짜이를 파는 장사치인 줄 알고 손사래를 치며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니 내 옆에 있는 소년이 '이 사람은 인도 짜이 안 마셔, 원두커피만 마시지'라고 돌려 보낸다. 사실 나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다. 그래서 짜이를 거부한 것이지, 다른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게만 짜이를 권했던 그 여인은 야채를 파는 상인이었다. 외국 여행자인 나를 보고는 새벽 짜이를 한잔 건넨 것이었다. 나는 곧 그 여인에게 사과를 하고는 짜이를 달라고 크게 외쳤다. 그랬더니 그 여인은 크게 웃더니 커다란 짜이를 한잔 더 받아온다.


오랜만에 두손 가득 쥔 짜이가 든 작은 유리잔. 그리고 따스한 김이 나는 짜이를 한잔 마시니 짜이의 달콤함과 따스함이 온몸에 흐른다.


이곳은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으신, 인도 동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인 '보드가야'이다.

짜이 한잔이 내가 지금 인도에 와 있고, 그토록 그리워하던 보드가야에 와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보드가야의 마을 풍경


전에는 '보드가야'란 내게 그저 갠지스강이 있는 '바라나시'를 가기 위해 건너가는 시골마을일 뿐이었다. 물론 보드가야에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나무 사원이 있었고, 도를 닦았다는 산골 마을이 있었고, 인도 중부에서 굶주린 배를 티벳 음식으로 채울 수 있는 티벳 식당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위해 가기에는 가는 길이 너무 험난했고 또한 나오는 길도 험난하였다.


터덜터덜 먼지 많은 흙길을 걸었다. 왼편으로 부처가 걸어서 건너갔다던 나란자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었고, 내가 걷고 있는 오른편 도로엔 사이클 릭샤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보드가야로 갔던 그해는 마침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 있었던 해로, 사실 그 당시에는 달라이라마의 이름만 들었지 그가 하는 티칭인 ‘칼라차크라’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로 그 마을로 들어갔었다. 다만 여전히 보드가야로 향하는 허름한 기차에는 사람이 많았고, 서 있을 공간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난 그때 배낭여행자를 이끌고 보드가야로 들어가서 아마도 보드가야의 여행자 숙소 중 가장 허름했을 게스트하우스 도미토리에 몸을 뉘이고 다음에 갈 도시인 바라나시를 생각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모하메드 레스토랑



그럴 즈음, 그들을 만났고, 그들의 부엌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난 한마디로 반해 버렸다. 그곳은 ‘모하메드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의 티벳 음식을 파는 천막 식당이었는데, 한가로이 가운데를 텅 비어 놓고 모든 사람들이 벽을 빙 둘러 마주 보며 식사를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약간 쌀쌀한 겨울 시즌이었기 때문에 천막 중앙을 관통하는 햇빛도 참 보기 좋았다. 나는 이곳에 일 때문에 왔으므로 천막 식당 주인인 ‘모하메드’를 불러 달라고 했다.


난 그를 만나기 이전부터 그에게 전혀 흥미가 없었다. ‘모하메드’라는 딱딱한 이름과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을 가진 사람이라면 중년을 훌쩍 넘은 사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리를 꼬고는 삐딱하게 스프라이트를 하나 주문하였다. 곧 누군가가 내 앞에 앉았다. 귀여운 콧수염을 기르고 머리에 단정히 기름을 바른 회색 운동복을 위아래로 깔끔하게 입은 그, 모하메드였다. 나이는 꽤 어려 보였고 능숙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 하고 그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그는 그 당시 26살의 젊은 요리사이자 식당 주인이자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었다. 웬일인지 나는 그를 보자마자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 불편했던 배낭여행팀의 숙소를 바꾸기 위해서 그를 찾아간 것이었고, 그의 깨끗한 숙소를 둘러본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내가 묶은 숙소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차가운 물도 지하수에서 퍼서 저장해야 하는 곳이어서 이틀 동안 제대로 씻지를 못했었다. 그런 나의 부탁에 딱딱한 그의 말투는 부드러워졌고, 바쁜 일정 탓에 곧 일을 해야 했는 내게 다음 날 아침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햇빛이 들어오는 따뜻한 부엌, 모하메드 레스토랑


다음날 아침 일찍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사원을 몇 바퀴 돈 후에 나는 그의 식당으로 갔다. 이미 아침 식사 시간이 지났는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모하메드는 내게 그가 선택한 아침 식사를 가져다 주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내놓은 아침식사는 실로 거대한 양으로, 꿀이 가득 발라진 두툼한 바나나 팬케익과 야채가 가득 든 오믈렛 그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티벳탄 브래드에 커피였다.


우리들은 만나자마자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정말 신기하게도 할 말이 많았다. 그 당시에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유쾌한 웃음소리가 계속 되었다는 것밖엔.

어느덧 시간은 흘러 점심 식사를 하러 여행자들에게 가야 했고, 그는 나를 저녁식사에 또 초대하였다.


모하메드 레스토랑의 아침세트


그곳의 음식은 참으로 맛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인도의 식당과는 많이 달랐다.

보드가야는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한 곳으로 여행자들이 특별히 먹을 만한 괜찮은 식당이 없는데  그중 그의 식당은 단연 인기였다. 아마도 90%의 여행자들은 그의 식당을 이용하는 것 같았다.

뜨거운 김이 나는 커다란 모모 (야채 만두)에 야채가 가득한 뚝바(티벳식 칼국수) , 뗀뚝(티벳식 수제비)은 그들의 대표 메뉴였다. 이곳에 오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불교 수행자들이기 때문에, 바깥에서 오체투지를 하거나 달라이 라마의 티칭을 듣고 오기 때문에 따뜻한 음식을 먹기를 원하였다.


천막 식당 밖에는 티벳 복장을 하고 있는 많은 티벳인들이 다니고 있었고, 고즈넉이 불경 소리가 들렸다. 곧 나는 보드가야에 전에 없이 친밀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전 06화 내가 요가를 시작하게 된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