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가 우리 집에 온 후부터 지금까지 망고는 총 3차례의 피부병 재발과 외이도염, 그리고 허피스와 방광염을 앓았다. 그중에서도 나와 망고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마지막으로 재발했던 피부병과 허피스였는데, 그중에서도 나의 속상함과 분노, 그리고 망고에 대한 미안함이 정점을 찍었던 허피스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집 근처에 한 동물병원이 있었다. 이 동물병원은 특수동물이자 소동물이었던 나의 펫테일 저빌 아가들 중 아디와 감자가 다닌 병원이기도 했다. 실제로 감자의 경우, 해당 병원에서 자궁축농증을 발견하고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물론 감자는 수술 당일 회복하는 과정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을 1년 넘게 봐주었던 병원이었기에 믿고 망고의 예방접종들과 중성화 수술까지 해당 병원에서 진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진료를 볼 때마다 찝찝한 구석(당시 망고의 귀에 새까만 귀지가 가득 차 있었는데, 귀에는 문제가 없고 단순히 폴드 종이라 귀지가 잘 생기는 거라며 귀 청소만 자주 해주라고 진단을 내리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찝찝함이 폭발하게 된 시점이 바로 망고의 허피스 사건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망고가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한 두 번씩 하던 재채기는 시간이 지나자 주기적인 기침으로 변했고 망고의 눈에는 눈물까지 한가득 고여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다급히 다니던 병원으로 망고와 함께 내원하였다. 그동안 관찰했던 망고의 증상들을 상세히 설명했으나 그 의사는 단순 감기인 것 같다며 검사조차 하지 않고 내복약만 지어준 채 나를 돌려보냈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망고의 증상은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증상이 점점 더 악화되어 갔다. 약 처방을 받은 지 일주일이 되던 날에 나는 망고를 데리고 다시 병원에 방문해 허피스 검사를 요청했다. 우려하던 대로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그리고 검사 결과를 확인한 나는 두 번 다시 그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다.
망고의 허피스 양성 판정 이후, 나는 병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동안 혹시 몰라 촬영해 둔 망고의 기침 영상, 숨 쉬는 영상 등을 새로운 병원의 주치의 선생님께 보여드렸고 선생님은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며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허피스는 완치가 없어 발현되는 증상에 대응하여 약물 처방을 받게 되고, 지금 망고의 경우에는 네뷸라이져 치료도 필요하다는 점과 차후 증상이 완화되어 완치된 것처럼 보여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또 간단한 검진도 함께 진행해 주셨는데, 망고의 귀 상태를 보더니 언제부터 이런 귀지가 생겼는지를 물으셨다. 이전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담은 나의 대답에 주치의 선생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알고 보니 망고는 외이도염을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까만 귀지는 외이도염 때문에 생긴 것이었으며 아무리 폴드 종이어도 그런 귀지는 생기지 않는다며 망고 귀에 가득 찬 새까만 귀지는 외이도염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전 병원에서는 외이도염이라는 말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망고가 외이도염이었다는 사실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진료를 마치고 내복약과 네뷸라이져 용액, 외이도염 약을 처방받고 돌아가는 길 속에서 나는 처절한 분노와 속상함, 그리고 망고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진료와 처방으로 거액의 병원비만 청구하고 돈을 벌었던 그 의사와 그로 인해 같은 증상으로 힘들고 괴로웠을 망고를 생각하니 복잡한 감정이 들어 혼란스러웠지만, 나에겐 망고가 1순위였기에 우선 아이의 치료와 케어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꽉 막힌 코로 인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새벽마다 기침을 하는 통에 잠도 편히 못 자던 망고. 그리고 그런 망고를 보며 나 역시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하루에 두세 시간씩 쪽잠을 잤고, 밤마다 망고의 증상과 잠자리를 살피며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새 병원을 다녀온 그날 밤,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던 나는 망고가 누워있는 방석으로 다가가 맨바닥에 누워 방석과 함께 망고를 끌어안았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좀 더 제대로 알았더라면, 그런 병원인 줄 알았더라면 네가 조금 덜 힘들었을 텐데. 엄마도 고양이 집사가 처음이라서, 엄마가 미안해.’ 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새 병원을 다닌 지 2-3일 정도 후, 막혔던 망고의 코가 뚫리면서 허피스 증상이 눈에 띄게 완화되었다. 코가 뚫리자 식욕을 되찾고 다시 잠을 푹 잘 수 있게 된 망고는 빠르게 회복해 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토록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던 허피스 치료를 종료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망고는 그 당시 외이도염 치료 후부터 지금까지 깨끗한 귀를 유지해오고 있으며, 그 후로 단 한 번도 까만 귀지가 찬 적도 생긴 적도 없다는 사실을 알리며 허피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