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가 우리 집에 오게 된 날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던 무더운 여름날이었고, 이마에선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흘러내렸던, 또 내뱉는 숨이 유독 더웠던 여름이었다. 망고는 집에 오는 차 안에서 끼융끼융 울기만 했고, 나는 '아가, 괜찮아. 집에 가는 거야.' 하며 달래기 바빴다. 서럽게 울던 망고는 차에서 내려 집 엘리베이터를 타는 그 순간부터 울음을 뚝 그치는 신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의 머리로 멋대로 이해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때의 내 눈에는 망고가 이곳이 자신의 집인 걸 아는 것처럼 보여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집 안으로 들어온 망고는 좀 전의 감격스러움이 무색하게도 이동장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안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아 한껏 웅크리고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빤히 쳐다보는 게 부담일까 싶은 마음에 애써 외면하며 다른 일들을 하곤 했지만 내 신경은 온통 작은 고양이가 숨어있는 이동장을 향할 뿐이었다. 망고는 결국 꼬박 한 시간 이상을 그 이동장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겁도 날뿐더러 여기가 안전한 곳이 맞는지를 그 작은 머리로 고민하고 또 고민했던 것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고민이 끝난 후, 조심스럽게 이동장에서 나와 집안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망고의 모습도 여전히 눈에 선하다. 작고 동그란 뒤통수, 올망졸망한 이목구비, 짧고 통통한 팔다리,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위아래로 움직이던 수염까지. 그 모든 순간과 그 순간의 모든 행동이 우리에겐 무척 소중한 순간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이동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온 망고는 다행히 준비해 두었던 밥도 물도 모두 잘 먹어주었다. 스크래쳐도 잘 뜯었고, 사냥놀이도 서툴지만 열심히 했다. 그때는 아직 어린 5개월의 캣초딩이었던지라 체력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망고는 코가 새빨개지고 개구호흡을 할 때까지 열심히 뛰어놀았다. 그러다 문득 이름을 짓지 않았다는 생각에 다급히 남집사와 고양이의 이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나온 이름 후보는 참 다양했다. 그중 기억나는 이름들을 손꼽아본다면 얼굴이 납작하다는 의미에서 생각해 낸 '짜부'와 '찌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작스럽게 떠올랐던 '쪼리'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우리의 고민과 노력이 무색하게도 이 작은 고양이는 불러준 모든 이름에 반응해주지 않았다. 그때 때마침 같은 회사를 다니던 선배가 카톡으로 '망고'라는 이름을 추천해 주었다. 이유는 당시의 내가 매일 망고주스를 사서 마셨기 때문이라는 다소 단순한 이유였지만, 어쨌든 추천받은 이름이기에 조심스럽게 '망고야' 하고 불러보았다. 신기하게도 아무 반응이 없던 고양이가 귀를 팔랑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모습에 '이름이 마음에 드나 봐!'라며 호들갑을 떨던 나는 내 첫 고양이에게 망고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망고가 집에 온 첫 날밤은 이름을 지어주었다는 만족감과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한 것 같은 망고의 모습에 기쁜 마음으로 잠에 들었다. 그러다 푸르스름한 새벽즈음 침대 아래서 들려오는 낑낑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기도 했는데, 머지않아 그 소리가 망고가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졸린 눈을 채 뜨지 못한 상태로 두 손을 뻗어 망고를 안아 침대 위로 올려주었다. 침대 밑에서 서럽게 끼잉 하고 울던 망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와 남집사 사이에서 골골송을 부르며 한껏 애교를 부렸다. 갑작스러운 울음소리에 또 한창 잘 시간에 잠이 깨버렸지만, 그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부스럭거리던 이불 소리는 하나도 불쾌하지 않았다. 단잠을 깨운 망고의 사랑스러운 애교를 느끼며 남집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네가 우리를 선택해 줘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