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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그로브 Mangrove Feb 02. 2021

독립을 통해 내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Knock & Talk] 202호 인터뷰

맹그로브는 한 여름밤의 꿈 같은 공간이었어요.
여기 살았던 경험들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가요. 
패션을 전공한 202호 ©최모레 ©엄종헌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고 관련 직장을 다니고 있어요. 졸업을 앞두고 동대문에서 일하면서 머물 곳을 찾다가 인천에서 왔어요, 계약이 끝나가기도 했고 곧 일을 그만둘 예정이라 본가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슬픈 사연이죠. 


하던 일을 그만두는군요,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정직원 전환을 목표로 인턴처럼 일을 시작했던건데 전환이 안될 것 같더라고요. 업무도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어서 어렵지는 않지만 재미가 없더라구요. 부딪혀보고 제가 원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아 그만두겠다고 먼저 말했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2월부터는 어떻게 지내세요?

2-3주 정도의 백수 생활을 맹그로브에서 하게 될 거예요. 충분한 잠을 자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고 건강한 삶을 살 거예요. 아, 밀린 브이로그 편집두요. 


입실 전부터 깨끗한 환경, 감각적인 가구들이 있는 곳에서 살게 될 테니 영상으로 기록을 많이 해두자! 여기서 살았다는 흔적을 많이 남겨두자! 하는 다짐을 했는데요. 틈틈히 많이 찍었는데 하나도 편집을 못했네요. 직장을 다니다 보니 여유가 없어서 미루게 되더라고요. 쉬다가 돈이 쪼들리면 쿠팡에 갈 거에요. 


직장에서는 어떤 일 하셨어요?

초반 3개월은 샘플러 일을 했어요. 샘플실에서 이모들이 샘플 만든 것을 체크하고 수정하고 옷 샘플을 담당하는 일을 했었고요. 그 이후에는 원단 스와치를 정리하거나, PO라고 상품을 발주하는 서류들을 정리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지원 업무를 했었어요. 


앞으로는 디자인이나 프로모션에 해당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반복되는 일을 선호하기보다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업무를 선호해요, 패션 디자이너, VMD나 그래픽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를 해보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제 사업을 하고 싶어요. 누구나 창업의 꿈이 있지 않나요? 하핳

잘 정돈된 방 ©엄종헌
우와 너무 좋은데요, 202호님의 브랜드를 꿈꾸시는 건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 쪽 일을 꿈꾸며 브랜드를 만드는 생각도 했었는데 현실을 잘 몰랐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돈만 있으면 의류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구나 알게 됐죠. 힘들겠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외국에서 창업을 하고 싶어요.


베를린에 있는 VOO STORE 같은 편집샵 처럼요. 직접 만든 옷과 제 스타일에 맞는 옷을 사입하는 것을 병행해보고 싶어요. 고가의 브랜드 의류를 제 기호에 따라 큐레이션 하고 그 옆에서 카페도 하고요. 

베를린 소재 부스토어 ©VooStore
저도 부스토어 너무 좋아해요! 그럼 해외에 갈 계획도 준비 중이시겠어요. 

올해 가장 큰 계획이 바로 그것이에요. 한국을 떠나는 것! 원래 대학원 석사를 따는 것을 계획했었는데 요즘은 차라리 워홀 비자를 따서 베를린에서 미니잡이라도 하면서 현지의 분위기나 전공과 관련된 것들을 수집하고 해외 취업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는 도전이네요. 202호님은 취미가 뭐예요?

어릴 때는 춤을 진로로 하고 싶었을 만큼 좋아했어요. 그 미련도 아직 남아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춤추러 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고요. 두 번째는 덕질입니다. 연예인들을 쭉 선망하고 동경해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더 찾아보게 되고 챙겨보게 되고... 그럼 꼭 눈에 또 잘 생긴 분들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분들을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죠. 


쭉 샤이니를 좋아했고 최근에는 스트레이키즈를 좋아해요. 가끔 나의 맹목적인 애정에 현타가 올 때도 있지만 저는 지금을 즐기겠습니다.

매월 챙겨읽는 패션 매거진과 덕질의 흔적 ©엄종헌
아주 건강한 자기소개 감사합니다. 202호님은 스스로 자기 모습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나요?

애니어그램 아세요? 그 심리검사를 했을 때 원숭이가 거의 만점에 가깝게 나왔단 말이죠. 근데 그 성향의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면 이것저것 좋아하고 잘하는데, 하나를 진득하게 이루는 법은 없다는 거죠. 취미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끈기 있게 성공시키지는 못해요. 재밌는 거 좋아하고 따분한 거 싫어하는 그 성향 자체가 저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처음 방문해서 둘러보는데 집이 너무 예쁜 거예요. 이 곳에서는 브이로그도 찍고 꿈꾸던 것들을 다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입주에 망설임이 없었어요.


맹그로브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직장을 핑계로 독립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어요. 저는 인천 사람이거든요. 서울과 집값이 달라요. 독립 자금에 맞춰서 집을 알아보니, 혼자서 독립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있던 거죠. 그래서 셰어하우스를 찾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어요. 맹그로브 보증금이 딱 좋았고 월세가 예산보다 높았지만 흐린 눈했어요. 


처음 맹그로브에 방문해서 둘러보는데 집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 때부터 월세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부모님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오게 되었습니다. 보증금은 일단 맞았으니까요. 가구랑 인테리어가 다 새 제품인데다가 튼튼하고 예쁘니까, 이 곳에서는 브이로그도 찍고 꿈꾸던 것들을 다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풀옵션이라는 게 그런 거 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망설임이 없었죠. 보증금 300에 어떻게 풀옵션을 구하겠어요... 이미 반해버린 상태였습니다.

202호님의 취향이 묻어나오는 포스터들 ©엄종헌
8월부터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셨나요?

네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지금 제 방과 너무 정이 들어버려서, 어떻게 떠날까 하는 생각에 이미 머리가 너무 아파요. 하지만 현재 제가 재정적인 안정이 뒷받침 되고 있지는 않다보니 매번 월세 내는 날이 조금 숨 막히게 느껴졌어요. 월급이 들어오는 날짜와 월세를 내는 날짜가 차이가 나고 그 날짜가 조율이 안되다 보니 숨이 좀 막히는 거죠.


맹그로브에 살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건이 있나요?

김장철에 수육을 해서 먹던 날이 있었어요. 같이 사는 사람들과 밥을 한 자리에서 나눠 먹는 게 마치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나오는 장면 같았는데, 서울의 1인 가구에게 흔치 않은 풍경일 거에요. 수육을 만들어서 김치랑 먹는 게 제 인생에서 한 번도 못 경험해 본 일이라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도 살면서 얼마나 더 경험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최모레 작가님이랑 방에서 사진을 찍었던 거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사진 찍는 거를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을 사진에 담는 것을 되게 좋아하는데 누가 나를 찍어주는 건 실로 오랜만이라고 생각했죠. 증명사진도 찍은 지 한 4~5년 된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제방은 제 스위트홈이라 애정을 되게 많이 들여서 꾸민 공간이니까. 그런 공간과 저를 같이 찍어주는 게 되게 영광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말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방 청소 하고 꾸며보기도 했던 그런 하나하나가 되게 기억에 남네요. 

홈메이드 수육과 집에서의 촬영 ©김기태 ©최모레
맹그로브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제 방만한 곳이 없죠, 원래도 집순이여서요. 제 방에는 모든 게 있어요. 냉장고도 있고 세면대도 있고. 콤팩트 룸이니까 진짜 콤팩트해서 침대에서 손 뻗으면 웬만한 것에는 다 손이 닿아요. 저는 제 방이 너무 좋아요 진짜. 맨날 더럽게 써서 미안하죠. 허헣..


맹그로브에서 사는 데 있어서 꿀팁을 하나 공유하자면? 이건 살아본 사람만 아는 거다... 하는 게 있나요?

가구에 일부가 철제로 된 구공판으로 되어있어요. 자석을 붙일 수도 있고 고리를 사서 꾸밀 수 있는데 진작 활용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서야 발견했거든요. 


방에 조명이 한 스위치에 다 연결되어 있잖아요. 스탠드를 미리 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너무 편하더라고요. 인터스텔라로 5개월 전으로 갈 수 있다면 스탠드부터 사라고 해주면 되겠다... 생각했죠. 그러고보니 진짜 시간을 돌리고 싶네요. 시간을 되돌리면 퇴사부터 해서 적성에 맞고 급여도 괜찮은 일부터 좀 더 빨리 찾아보지 않았을까... 그럼 좀 더 맹그로브에도 오래 있을 수 있었을... 네... 그렇습니다. 

구공판 가구 ©엄종헌
저는 숭인동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어딜 가든 1시간 안에 갈 수 있죠. 
동묘라는 동네는 어때요?

인천에서는 카드만 있으면 결제가 안 되는 게 하나도 없었는데, 오히려 서울 한복판 동묘에서는 현금만 되는 곳도 있어요. 그래서 역으로 굉장히 신선했어요. 근데 현금만 받아서 그런가 물가가 정말 싼 곳들도 있고요. 문제는 현대인이 지갑에 현금이 어딨어요. 얼마 없죠. 그래도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있어서 재밌던 게 있죠.


위치도 너무 좋아요. 어딜 가든 1시간 안에 갈 수 있어서 맹그로브가 위치도 너무 좋죠. 그래서 저는 숭인동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아이 러브 숭인동!!


맹그로브는 202호님에게 어떤 집이에요?

한 여름 밤의 꿈같아요. 내가 앞으로 이런 곳에서 또 살 수 있을까? 이곳에 살며 만난 사람들이나 이곳에서 받았던 서비스, 소셜클럽 등이 맹그로브만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끔씩 꽃이나 유산균을 선물해주는 것도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선물 받고 이벤트가 있고, 이런 부분들이 되게 좋았어요. 


내 감각을 녹여낸 방을 가지는 게 처음이었다보니 하나하나 너무 설렜어요. 저의 25살 하반기에 머물렀던 곳이고 시간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기에 그 자체로 소중한 거죠. 그래서 한 여름밤의 꿈같은 그런 곳이지 않나. 


마지막 질문이네요. 퇴실을 앞두신 202호님은 맹그로브 와서 어떤 것을 얻어가시나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가요. 가족하고 이렇게 떨어져서 살아본 거 처음이거든요. 요리도 살면서 한 번도 안 해봤어요. 맹그로브와서 처음 해봤어요. 소소한 취미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맹그로브에서 혼자 살아보니 이 안에서 행복을 많이 느끼는구나 하고 자주 생각헀고, 앞으로 독일을 가는 계획이나 또 다른 형태의 독립을 하는 것이건 제가 혼자 있을 때 강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겼어요. 원래 독립적인 성격이기도 한데 직접 해본 건 처음이니까요. 


그 결과 나는 어디가도 잘 살겠구나,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어갑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 202호님 ©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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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

사진 엄종헌, 최모레, 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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