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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맹그로브 Mangrove Feb 18. 2021

부산에서 서울로,
인테리어에서 사진으로

[Knock & Talk] 504호 인터뷰

맹그로브는 기회를 많이 주는 집이에요. 
포토그래퍼로 제안도 해주고, 제 엽서를 사서 입주 멤버들에 선물하기도 했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새로운 사고를 하게된 것도
전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사진을 공부하고 있는 504호 입니다. 원래 eBay 셀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진을 많이 찍어왔는데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이베이에서는 기타를 포함한 악기들을 파는데 주로 리스팅, 사이트 관리하고 있어요. 실용음악을 전공할 때 알던 형 작업을 돕고 있는 셈이에요. 


누구나 사진을 많이 찍잖아요. 여행을 좋아해서 기록을 하려고 휴대폰으로 많이 찍었어요. 작년에 우연히 필름 카메라를 접했는데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디지털카메라에 입문해서 재밌게 찍어보고 있어요.

사진을 공부 중인 504호님 ©504호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는 많이 다른가요?

필름을 쓰느냐 안 쓰느냐가 가장 큰 차이고 뿌리는 같은데 디지털 카메라는 빛이 필름에 맺히는 것을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게끔 해주죠. 자동 초점이나 동영상 촬영도 가능한 편리한 점은 필름 카메라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죠.


필름 카메라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해요. 그 불편한 과정을 굳이 한다는 것. 한 통에 36장밖에 못 찍고, 그걸 또 현상소에 가져가서 맡기면 1-2일이 또 걸리고. 그런 불편한 프로세스가 왠지 좋았어요. 결과물도 필름도 실물로 남으니까 내가 이만큼 찍었구나 하는 것을 더 체감하게 돼요. 한정된 컷이니 신중하게 찍게 되고요.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서 디지털로 찍을 때도 연사를 찍기보다는 조금 더 신중하게 한 장 한 장에 그 순간에 집중해서 찍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사진에 철학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에 찍은 작품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아래 드라이플라워 사진이 맹그로브를 처음 활용했던 사진이거든요. 1층 카페가 낮에 해가 잘 들어오거든요. 이 사진으로 스티커도 만들었어요, 이 공간에서 작업의 가능성을 본 것이었죠. ‘아 내가 여기서 이것저것 찍어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조명 공부를 하면서 테스트 겸 발베니 병을 찍어봤어요. 

맹그로브에서 찍은 정물 사진들 ©504호
인물보다는 정물을 선호하세요?

현재로서는 그래요. 뭐랄까 정물이 편하죠. 불평도 없고, 가만히 있고. 저는 거의 모든 예술은 사람으로 귀결을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림도 정물을 먼저 배우고 사람으로 넘어가듯이요. 제 사진도 결국 사람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술, 음악, 사진까지. 종합예술인이시군요. 그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브리티시 밴드를 가장 좋아해요. 최근에는 프렙Prep을 많이 들어요. 화가는 르네 마그리트, 뒤샹 좋아하고요. 사진가는 루이즈 기리, 만 레이도 있고요. '가르송 뭐시기'도 있었는데...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사진 관련해서는 보스토크 매거진을 재밌게 보고 있어요. 사진도 주제도 좋아서요. 이번 호는 팬데믹 관련 주제라 또 사러 가려고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보려고 노력해요. 다양한 영감을 얻고싶어요. 

퀸, 르네 마그리트 그리고 PREP
사진 말고는 또 어떤 취미가 있으세요?

사진도 결국 여행하면서 기록 남기려고 시작한 거였어요. 여행을 좋아하는데 취미라고 분리하지는 않고 생활에 가까운 것 같은데요. 영화, 음악, 책 다 좋아해요. 맹그로브에 와서는 602호님이랑 전시를 되게 많이 보러 다녔어요. 제가 따라다닌 거죠. 


제가 살던 부산에는 재밌는 전시는 적으니까, 서울 와서 가장 많이 하게 된 취미가 미술관가서 전시보는 게 좋더라구요. 


맹그로브 여기저기에 개인전을 하고 계시다는 소문이 있던데...

커뮤니티 매니저님이랑 입주 절차 진행하다가 엽서를 몇 장 드렸어요, 벽에 붙여보자 제안하셔서 시작한 게 계기가 되어서 맹그로브에서 입주민들에게 편지를 쓸 때도 엽서를 구입해가고요. 지금도 입주민들 방에는 제 사진이 많이 붙어있어요. 


이방 저방에 붙어있는 504호님의 사진들 ©엄종헌
네. 사진에 관한 깊을 열정 잘 들었고요. 사진으로 이행시 부탁드립니다.

사: 사진 사세요.

진: 진짜 사세요… 제 계좌번호는...


504호님은 스스로 자기 모습이 연상되는 동물이나 사물이 있나요?

닮고 싶은 동물은 꿀벌이에요. 꿀 빨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부러워요. 꿀벌이 꿀 빨다가 밤이 되면 그 꿀에 박혀서 자거든요. 그 꿀벌 엉덩이 짤이 있어요. 그거 보면 겁나 귀엽고. 저도 그렇게 인생 꿀 빨고 싶다. 꿀에 빠져서 살고 싶다.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해줬더니 얼마나 놀라시던지...


제 종아리에 꿀 빠는 친구들로만 문신을 새기고 있어요. 나비 새겼고, 꿀벌 새길까 벌새 새길까 고민 중이에요. 얼마나 꿀을 빨고 싶었으면 타투까지 새겼겠어요. 

꿀을 먹고있는 꿀벌의 귀여운 뒷모습
맹그로브에 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전공을 그만두고, 인테리어 일을 했었는데 잘 안풀렸어요. 고생을 씨게 하면서 막연하게 서울에 가겠다고 생각했죠. 우연히 맹그로브를 봤는데 꽂힌 거에요. 자금을 더 모아서 여유롭게 오려고 했는데 맹그로브에 오려고 조금 더 서둘렀죠. 제가 기다리는 것을 진짜 잘 못하거든요. 택배 시키면 다음 날 받아야 해요. 


그래서 맹그로브 들어오는 것도 ‘아... 나 여기 들어가야겠는데!’ 했고, 다음 날 바로 왔어요. 결정 내리기 전 까지는 고민을 진짜 오래 하는데, 고민이 끝난 이후에는 바로 해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그래야 삶의 질이 보장된다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적절했죠. 코리빙 구조에서 메리트를 많이 봤던 거 같아요.


뭐에 그렇게 꽂혔어요?

서울 생활 뻔하잖아요. 일 > 집 > 일 > 집, 가끔 친구 만나고. 저는 거의 집에 있거든요. 어떨지 너무 보이는 거예요. 일단 서울에 가겠다는 마음은 먹었는데, 삶이 건조할 게 눈에 보였던 거죠. 셰어하우스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그래야 제 삶의 질이 보장된다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적절했죠. 코리빙 구조에서 메리트를 많이 봤던 거 같아요. 


언제 입주하셨어요? 뭐 들고 올라오셨나요?

2020년 8월, 장마철에 입주를 했어요. 개인 짐이랑 컴퓨터만 들고, 옷은 다 택배로 받았어요. 기차 타자마자 비가 왕왕 쏟아지는 거에요. 걱정했는데 막상 내리고 나니까 비가 잠깐 그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낑낑대면서 들고 왔어요. 정말 무거웠어요.  


그럼 8월부터 지금까지 어떠셨나요? 만족스러우신가요?

만족스러워요. 소기의 목적이 사람들이랑 교류하며 지내는 거였는데 충분히 잘 지내고 있고. 처음에는 카페 공간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는데,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까 이 공간이 엄청 중요하더라고요.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쳐요.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엄청난 메리트인 것 같아요.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여러 면에서 만족해요. 


맹그로브에 살면서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사건이 있나요?

같이 영화 봤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앙: 단팥 인생 이야기>를 봤었는데요. 이 곳에 오기 전에 그렸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달까요. 맛있는 음식들 나눠먹으면서 얘기하고요. 사진집 만들었을 때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602호랑 친해서 이것 저것 많이 하는데 실물로 뭔가 생산했던 거는 그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고장난 프린터로 인쇄를 했었는데 절반만나오고 절반은 안 나왔어요. 그래서 반으로 접어서 제본을 했죠. 진짜 재밌는 작업이었어요. 디자이너인 602호님이 제 명함도 만들어줬고, 203호님이 커피도 내려줬고, 사람들한테 도움 많이 받았죠. 각자 잘하는 것들을 많이 나눠주는 것 같아요. 

함께 영화를 본 날, 하우스 메이트와 만든 사진집과 명함 ©504호
그럼 맹그로브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처음엔 라운지였는데 요즘은 1층 코워킹 카페요. 넷플릭스를 여기 와서 라운지에서 처음 보기 시작했단 말이죠. 라운지에 자주 머물다가 최근에는 재택도 하고 작업도 많이 하면서 방보다 카페에 오래 있는 것 같아요. 스피커도 괜찮고 소파도 눕기 딱 좋고. 카페가 이제 방 같아요.


최근에 재밌게 본 프로그램은?

최근에는 밥 먹는 동안 다큐멘터리를 보기 시작했어요. <Abstract> 시리즈 정말 재밌었고, 하우스메이트가 추천한 <인사이드 빌게이츠>도 재밌었어요. 수도나 폐기물 오염 처리 정화조 같은 시설이나 도시 인프라에 관심이 많거든요. 근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잘 몰라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있어요.

맹그로브에 와서 새로 구매하신 게 있나요?

정말 많지만 3가지만 얘기하면 카메라, 포스터, 식물이에요. 카메라는 제가 살 수 있는 예산의 최대치를 샀어요. 색감이 살짝 달라져서 적응하고 있어요.


이번에 구매한 DSLR ©504

첫 번째 식물은 생일선물로 선물 받은 거예요. 뭔가를 키우는 처음인데 새로운 세계더라고요. 제가 보살펴야 하고 날마다 물 주면서 햇볕을 보게 하는 그런 노력을 들이니까 겨울인데도 정말 잘 자라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게 정말 즐거운 일이었고, 지금은 4개까지 늘었어요. 맨 처음 산 친구가 리다고, 그다음이 리우, 리좌. 가장 최근에 들어온 애가 리움이에요. 


성장과정을 자주 찍어서 스토리로 올리는데 주르륵 넘겨 볼 때 되게 뿌듯해요. 커가는 게 눈에 보여요. 키도 커지고, 색도 변하고, 꽃도 맺히고, 잎도 자라나고. 얘들을 키우면서 그런 세계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동물을 키운다거나, 애를 키운다거나 하는 거요. 식물은 말도 못 하고 하는 데, 말하고 뛰어다니는 애들을 키우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순서대로 리다, 리우, 리움 ©504

마지막은 코우너스에서 산 포스터인데 꽤 비쌌어요 포스터 한 장 치고는. 어딘가에서 작품을 보고, 이건 사야겠다 하고 찾아가서 구매해오는 과정을 거치는 거가 처음이었고 남의 작품을 제 방에 건 게 이례적이었어요. 제 공간에 더 좋은 것들을 채우고 보면서 좋은 방향으로 나가야지,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어요. 


동묘라는 동네는 어때요?

동묘 아주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시장 근처에서 살았었어서 애착이 있어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이제는 많이 못 가는데, 상경 초기엔 일주일에 1-2번씩 시장에 놀러갔어요. 마음에 드는 것도 사오고요. 


맹그로브는 504호님께 어떤 집이에요?

기회를 많이 주는 집이에요. 이 인터뷰에 사진을 찍을 기회도 줬고요. 입주 멤버에게 제 엽서를 사서 준 것도 기회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여태까지 못했던 생각들을 접하는 것도 기회라고 생각해요. 제가 부산에서, 혹은 서울에서 혼자 지냈다면 절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생각들을 접했어요. 여기서 제 작업도, 개인적 가치관도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진지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맹그로브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이네요. 504호님은 맹그로브 와서 어떻게 바뀌어서 나갈 거라고 생각하세요?

결론적으론 그거에요. 어쨌든 저는 지금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거든요. 여태까지 계속 헤맨 것 같아요. 사진이라는 재밌고 의미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만났지만 앞으로의 삶에 얼마나 비중을 차지할지는 아직 전혀 모르니까요. 이게 업이 될지, 취미로 남을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서요.


내가 좋아하는 일의 삶의 비중을 확실하게 찾아야겠다!를 목표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아닌 것들을 추려나갈 수 있게 되길 바라요. 결국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보는 게 목표예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도록.


이미 맹그로브에서 많은 것을 경험해왔기에, 앞으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서울이라는 지리적 특성도 그렇고, 맹그로브라는 여러 사람이 섞인 환경도 그렇고.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을 잘 이용해서 제가 명확해질 수 있기를 기대해요.



맹그로브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 홈페이지

나도 여기서 살아볼 수 있을까?  입주 대기 상담


 김기태

사진 엄종헌, 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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