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무실로 학생이 찾아왔습니다. 친구와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그로 인해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마 학생도 예상하지 못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학생의 걱정은 이러했습니다. 전에 학교에서 자신이 좀 안 좋게 살았다. 술담배를 한 것은 아니지만 공부도 안 하고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었다. 새로운 학교에 와서 다시 시작해 보려는데 쉽지 않다. 여전히 안 좋은 모습들은 존재하고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문제를 알아야 문제를 해결할 텐데 자신도 문제를 모른다니... 하긴 어른들도 그런 모습들을 많이 가지고 있지요.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생을 보고 있으니 제 옛날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저는 일기를 열심히 썼었는데 일기의 가득 담긴 내용들은 대부분 저 스스로를 비난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열심히 살지 않는 것. 잘못된 행동을 한 것. 더 나아지지 않은 것 등 일기장이라기보다 저의 감정 쓰레기통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가 한 영어 교재에 적혀있던 문구를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If I don't love myself first, no one loves me"
내가 나를 먼저 사랑해야 다른 사람도 나를 사랑해 준다는 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나를 제일 잘 알고 있는 내가 나를 싫어하는데 그런 나를 누가 사랑하겠냐는 진실의 말이었습니다. 그 후 저는 저를 아껴주고 사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부족한 부분도 이해해 주고 말이죠.
상담을 온 학생도 비슷했습니다.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의 안 좋은 모습만 보고 있었죠. 좋은 장점들은 다 무시한 채 싫은 모습, 나쁜 모습에 매몰되어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전해주니 조금은 마음이 움직인 모습입니다. 길었던 상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의 어깨가 여전히 처져있지만 그래도 오늘 해준 말이 마음에 남아 자신을 사랑해 주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