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하탄K Sep 17. 2016

헤르만 헤세 : 소년 한스와 소년 싱클레어

그리고 소년 헤세

  헤르만 헤세는 내 인생에 꽤 큰 영향(?)을 준 인물 중 하나인데 음..그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기기로 하고, 어쨌든 여러모로 나와 엮인(?) 작가 중 한 명이므로 그는 나의 꽤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던터라 그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오늘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 중 꽤나 잘 알려져 있는 "수레바퀴 밑에서"와 "데미안"을 통해 헤르만 헤세의 성장기를 살펴보려고 한다. 헤세의 글에는 그의 삶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오늘 살펴볼 두 작품에서의 주인공인 한스와 싱클레어는 그의 성장기를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 글은 몇년 전 학기 과제로 제출했던 글을 재편집 한 것으로 각주 등이 제대로 달려있지 않음을 밝히고, 양해를 구한다. 참고문헌은 글의 하단에 첨부한다.


 년 들 : 한스, 싱클레어, 그리고 헤세


1. 앙팡테리블헤  세

  헤르만 헤세는 선교사이자 출판업자인 요하네스 헤세와 신학자의 딸, 마리 사이에서 1877년 7월 2일에 태어났다. 경건주의적인 신앙심으로 가득한 가정에서 헤세는 자라났다. 그러나 어린 그는 그리 경건하지 못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헤르만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만 들으면 나는 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 “이 아이를 교육시킬 힘을 가지도록 저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라며 그런 힘듦을 이야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바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던 헤세는 고향인 칼브로 돌아와 라틴어 학교에 다니게 된다. 여전히 앙팡테리블이었던 헤세는 1890년, 주정부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괴팅겐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헤세는 시인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모범생이 된 헤세는 이듬해 시험에 합격하여 마블론 신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가 집에 보내는 편지에는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생경함과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편지 속의 이야기와 그의 실상이 달랐다는 것이다. 헤세는 기분의 기복이 무척 심했고, 그러한 상태에서 결국 헤세는 일을 저지르고 만다. 학교를 탈출한 것이다. 경찰의 손에 이끌려 돌아오긴 했으나, 이후에도 동료를 협박하는 일 등을 일으키자 학교는 결국 헤세를 쫓아내고 만다. 이후, 바트 볼의 요양소로 보내지게 된 헤세는 엄격한 룰에서 벗어나 한동안은 잘 지내는 듯 하였다. 그러나 7살 연상의 연인에 대한 첫사랑의 실패와 더불어 가정과의 고립은 이제까지 그의 비행을 덮을만한 사건을 일으키게 한다. 자살시도였다. 결국 그는 슈테텐의 한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그 후, 부모님과 완전히 틀어져버렸던 헤세는 부친의 노력으로 김나지움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그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는 악랄하기 그지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서 이 몸, 미친 개를 죽게 내버려두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제 부모님이 되어주세요.”,“다시 편지를 쓰고 싶으면 다시는 당신들의 예수님을 언급하지 말라.” 등이 그러하다. 이 당시 헤세의 세상(혹은 가족)에 대한 적개심을 절절히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그 곳에서 또 한번 권총을 구입했고, 모친인 마리 헤세를 힘들게 했다. 결국 마리는 김나지움에 헤세의 자퇴서를 제출했고, 그의 외삼촌네로 향했다. 그 때부터 그는 서적 도제 견습생, 시계공장의 기계공 견습생 등의 일을 시작했고, 이후 서점 도제로서 직장을 구해 사회생활에 뛰어든다.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까? 서점에서 일하던 헤세는 시로 먼저 데뷔를 하였지만, 2년여 후 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한 방을 날리게 된다. 그 것으로 일약 스타가 되어 전업작가로 전향하게 된다.       


출처: pixabay


2. 수레바퀴에 매달린 한 스 

  아이를 목사로 만들겠다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그에게 기대를 거는 수많은 사람들. 그러한 기대는 한스를 수레바퀴에 매달아 놓고 계속 돌려댄다. 헤세의 라틴어 학교 시절 만났던 목사, 교장, 그리고 그 신학교에서의 생활들을 헤세는 한스에게 행하도록 시킨다. 순수한 시골 소년이었던 한스는 신학교에서 처음에는 모범생으로서 영예를 떨친다. 하지만 그 곳에서 그는 친구 헤르만 하일너를 사귀게 되고, 점차 그는 헤세와 같이 질풍노도를 겪게 된다. 헤르만이 학교를 떠나게 되자, 한스 역시 더 이상의 적응이 힘들어지고 결국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견습공으로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한스의 삶은-죽음을 제외한다면.- 어딘지 우리에게 익숙하다. 너무나도 섬세한 내면을 지니고 있던 앙팡테리블 소년 헤세가 아닌가! 헤세는 페터 카멘친트 발표 후, 이렇게 그의 소년기를 그린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는데, 수레바퀴 밑에서는 그의 작품 중 그 어떤 것보다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설의 결말은 어떠한가. 필자는 데미안을 먼저 읽었던 터라, 그런 ‘완성’으로 나아가는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스의 죽음. 그것은 곧 헤세의 실행하지 못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다. 심연의 폭풍을 감당할 수 없던 헤세가 자살을 시도했고, 헤세는 실패한 죽음을 한스에게로 이양시켜 그 수레바퀴에서 해방시킨다. 이러한 한스의 이야기는 데미안만큼은 아니지만, 그 또래 청소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후에 한 독자가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편지를 헤세에게 보내자 헤세는 그에게 자신은 그것을 견뎌냈다라고 말한다. 그의 초기 작품에 나타나는 이러한 방랑과 죽음이라는 결말은 초기라서 나타날 수 있는 질풍노도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후에 쓴 작품들 속에서는 그는 인간의 완성과 조화 등을 이야기하게 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어디선가 제목인 “Unterm Rad”를 “수레바퀴에 깔려서”라고 번역을 해둔 것을 보았는데, “아래서”, “밑에서”보다는 깔려서가 확실히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닌가! 더불어, 이 작품은 독일의 교육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교육제도혁명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3. 데미안 – 남자도, 여자도 아닌. 어른도, 어린이도 아닌.

  데미안은 1917년 랑과 함께 하던 정신분석 치료에 자극받아 쓰기 시작한 ‘꿈들-일기’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그는 꿈 속에서 술에 취해 “밤에 돌아다니는 한 인물”을 만났고, 그가 ‘데미안’이었다. 꿈 속에서 둘은 뒤엉켜 싸움을 벌였고, 헤세는 그에게 지고 말았다. 패배가 부끄럽던 헤세는 이내 그에게 마음이 끌렸다. 그리고 이 꿈은 헤세에게 전쟁 구호활동과 자신의 정신분석 등으로 손에서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글을 다시 쓰도록 자극했다. 그 자극은 굉장히 강했고, 헤세는 몇 주 만에 이 이야기의 집필을 마치게 된다.

  데미안 역시 수레바퀴 아래서처럼 소년기 시절의 체험을 형상화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초반부가 꾸며진다. 하지만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는 한스와 달랐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한스는 더 이상 “이 시기”의 헤세가 아니었다. 싱클레어는 한스처럼 견딜 수 없음에 도망가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막스 데미안”이 있었다. 한스의 친구, 헤르만 하이너와는 달리 그의 구도자 역할을 하는 데미안은 그를 떠나지 않고, 싱클레어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나타나 깨닫게 하고, 그를 완성의 길로 이끌어 준다.(이것이 바로 청년 헤세가 전환기를 맞이한 것이 엿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데미안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완전한 인간상이며, 이러한 그의 지혜는 싱클레어의 모범이 된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에게서 여자도, 남자도 아닌 얼굴을 발견하고, 어른도, 어린아이도 아닌 모습, 수천 년은 된 듯하면서, 초시간적인 다른 시대의 사람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데미안의 모습에서부터 우리는 헤세의 단일(單一)사상을 조금씩 살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실히 표출되는 것은 데미안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이다. 싱클레어가 이제껏 알아온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며, 데미안은 싱크레어가 인생의 양면성을 단일(單一)성으로 존경하고 두 개의 세계를 똑같이 신성하게 생각할 것을 가르쳐 준다. 이러한 데미안의 생각은 아브락사스로 나타난다. 신인 동시에 악마이여, 남자인 동시에 여자인, 모든 양극성,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것들을 하나로 합일시키는 존재이다. 데미안과 에바부인은 아브락사스의 화신(化身)인 것이다. 마지막 장면인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키스는 이제까지 겪어온 싱클레어의 분열과 세계와의 대립 등이 비로소 합쳐지는 자기완성을 상징함과 동시에, 이 “완성”은 곧 싱클레어 또한 아브락사스의 “화신(化身)”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데미안 작품 이전까지의 헤세는 앞서 말했듯 자살로 끝나는 결말을 통해, 자기 실현을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는 하나의 세상만을 알았다면 이 위기 시대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명상, 정신분석 등을 통하여 갇혀있던 지난 날에서 벗어나, 비로소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헤세에게 있어 전쟁이라는 “세계”의 대립과 자신의 “자아”의 대립을 극복하는 것은 모든 것이 하나에서 기원하고, 결국엔 하나로 귀결되는 이 단일(單一)사상이었고, 이러한 점이 아마 그 시대의 청년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비로소 그가 또 다시 열정적으로 건필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4. 끝맺으며

 이번 글을 준비하며 헛웃음을 흘렸던 때가 많았는데, 내가 상상했던 헤세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정원을 가꾸며 글을 쓰는 고요한 인물일 줄 알았던 헤세는 그의 문체처럼 섬세(이 섬세는 지나쳐서 신경질적이 되기도 한다.) 하면서도 때로는 어린 청년 같으며, 신비로웠다. 이러한 그의 성향은 그의 작품에 보여지고 있고, 그와 함께 그의 인생도 반영되어 있다. 유년기를 그린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과 더불어 여름에 빠져 살았던 시기에 쓴 클링조어의 여름, 무도회의 맛을 알게 된 후 쓴 황야의 이리 등 이 대부분의 작품들이 다 그러하다. 싯다르타를 집필하던 중에는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는데, 그 때 그의 일기에는 “내가 인내자이며 고행자인 싯다르타, 이를테면 분투하고 고통을 겪는 싯다르타의 모습을 끝마치고, 이제 싯다르타를 승리자, 긍정하는 자, 성취한 자로 형상화하려고 했다. 바로 그때부터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라고 적혀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써왔기 때문에 헤세 역시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슬럼프에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는 싯다르타는 물론이고, 동방순례,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작품인 유리알 유희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라고 할 지라도 그 속에는 그가 삶의 여정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나타난다. 특히 유리알 유희는 이전까지 그의 작품을 총망라한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유년기의 방황이 나타난 수레바퀴 아래서부터 말년의 자신의 모든 작가적 주관(主觀)을 집대성한 유리알 유희까지, 헤세는 자신의 현실적인 이야기에 낭만주의적인 환상적 요소와 신비주의, 그가 가고자 했던 합일, 단일(單一)의 길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한 진리인가를 알려준다.

 ‘사람’으로서의 ‘완성’의 길로 싱클레어를 이끌어주는 ‘데미안’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바로 그, 헤르만 헤세로 나타났다. 방랑을 끝내고 하나의 길로 올곧이 걸어간 헤세. 그는 당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들의 구도자일 것이다.


-


글의 길이가 너무 길어질까 원글에서 데미안 이전 순서로 소개했던 전쟁과 신비주의 부분은 제외하였는데요. 혹 궁금하신 분이 계시다면 덧글로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 일이 바쁜 통에 길게 글을 쓸 지구력이 떨어져 버려서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쉬면서 헤세 이야기를 하니, 헤세가 그린 그림들과 데미안이 문득 떠오르고, 그가 아르바이트생으로 지냈던 서점을 발견했을 그 때의 기쁨도 다시 떠오르네요. 그리고 그 때 저를 둘러싸고 있던 여유까지 흑흑.. 조만간에 재밌는 글로 찾아올게요. :)


- 참고문헌

정경량 , "헤세와 신비주의" ,1997. ,한국문화사 

Hesse, Hermann , "데미안" ,1974. ,문정 

Hesse, Hermann , "수레바퀴 아래서" ,1973. ,범우사 

프린츠, 알로이스 , "헤르만 헤세 : 모든 시작은 신비롭다" ,2002. ,더북                

이인웅 , "헤르만 헤세:인간 헤세와 그의 문학세계" , 외국문학 ,- /39 ,1994. ,253-267 ,열음사 

노태한 ( Tae Han Noh ) , "독문학 : 헤르만 헤세의 "위기 시대" 시(2): 1920-1927 -체험과 고백의 산문시" , 獨語敎育 ,51 /- ,2011. ,329-356 ,한국독어독문학교육학회 

노태한 ( Tae Han Noh ) , "헤르만 헤세의 "위기 시대" 시 (1): 1914-1920" , 독일언어문학 ,53 /- ,2011. ,1-26 ,한국독일언어문학회 

김석도 ( Seok Do Kim ) , "헤르만 헤세의 교육관 -학교 교육에 대한 그의 부정적 시각과 교사상을 중심으로-" , 人文論叢 ,24 /- ,1990. ,73-94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백주희 , "헤르만 헤세의 생애와 작품 『데미안』에 나타난 자기발견 과정 = Hermann Hesses Selbstverwirklichungsprozess im Leben und Werk 『Demian』" ,2004. ,학위논문(석사)-- ,목원대학교 대학원           

작가의 이전글 포켓몬GO, 내가 대박난다 그랬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