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크 Aug 18. 2020

왜 느린가?

그렇다면 왜 빨라야하는가? 

어떤 의욕이 넘치는 친구가 이야기한다. "우리 회사는 너무 느립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일이 잘 안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하던간에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가 빨리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지요? Ownership이 이미 프로젝트팀에 내려와 있으니 대표 의사결정도 이제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속도에 집중하는 것, 그 외에 무엇이 중요하단 말입니까?"


그렇다, 스타트업으로서 속도는 생명과도 같다. 제한된 자원과 시간 내에 원하는 걸 만들려면, 무조건 빠르게 실험을 하고 결과를 봐야 그 다음 실험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들면, 연말까지 앱업데이트 5회 남아서 그 동안에 할 실험이 5개인데, 열심히 기획하고 디자인 치고 개발해서 10회의 실험을 할 수 있으면,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지는 거 아니겠느냐... 또는 연말까지 마케팅 이벤트 5개를 할 수 있는데, 더 빠르게 실행하면 10회를 할 수 있으면 그 중에 하나는 hit하지 않겠느냐...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시대에, 더 많은 실험/테스트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건 맞다. 그러므로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구성원이 똘똘 뭉쳐서 업무간의 구분 없이 무엇이던 더 빨리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지만 조직 규모가 커져있는 경우, 담당자별 업무는 이미 전문화가 되어서 자리 잡혀있어서 빠르게 하고 싶다고 바로바로 되지는 않는다. 다루는 spec의 범위가 크고 마케팅 버짓이 클 수록, 영역별 전문가들이 미세하고 디테일한 부분을 다루어주어야하고, 업무 효율을 위해서 나름대로의 업무 프로세스를 정의하고 조직 내에 전파하게 된다. 그러기에, 마케팅, 영업, 제휴, 디자인, 개발 등등에서 기존 업무가 queue에 있을 경우엔 방금 내가 input한 업무는 당연히 지연이 발생하게 된다. Queue에 쌓여 있는 업무들과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려면 담당자/조직장과 협의하면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고, 그러면 "우리 회사 너무 느립니다"가 나오고, 그 다음에 하게 되는 말은 "그냥 그거 제가 할께요"이다.  


작은 조직에서 담당자가 능력자라서 다른 영역 업무도 소화해낼 수 있으면 큰 문제는 없다. 한 사람이 모든 업무를 가져가서 최대한 빠르게 해보는 것이다. 서비스 초기에는 품질보다는 속도가 더 우선시 될 수 있다. Quick and Dirty. 그러나, 사내 조직 규모가 커져서 전문 영역이 넓어지면, 그들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고 품질을 더 챙기는 게 맞다. 농업적 근면성으로 자잘한 실험을 10번을 해본들, 잘 기획해서 크게 히트한 한번의 실험이 더 impact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규모가 크고 프로세스가 잘 갖추어져 있는 조직에서 서비스 성격 상 10번의 실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조직을 더 세부하게 나누고 프로세스 자체를 해체하거나 플랫폼으로 모듈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 전체 조직을 작은 조직/셀로 나누어 그들에게 '극도의 자율성'을 부과하는 것이다. 무엇을 할지 말지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자기가 가져가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공통 업무를 표준화해서 누구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해야 한다. 예를들어, 디자인 가이드 플랫폼을 만들어 누구든 접속해서 component로 디자인할 수 있으면 아마추어도 전문가 수준으로 꾸준한 품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각종 마케팅 툴이나 BI도구를 사용하기 쉽게 공통화하면, 누구든지 가져다 자신의 프로덕트에 캠페인을 만들고 트래킹 할 수 있다. 기업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Supercell은 여러 셀(cell)을 한데 묶어 각각에게 극단의 자율성을 부여하여 회사 이름도 그렇게 지었다. 


그래서 질문은 "우리가 왜 느린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여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데이터 사이언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