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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n 18. 2020

강아지 덕분에 매일 만보 걷게 된 썰

반려견은 사랑입니다.



우리집 서열 1위 : 젤리님



나는 장모 치와와 두 마리의 아빠다.

아내와 나, 아들과 딸, 그리고 모카와 젤리 이렇게 여섯 식구다. 내 서열은 6위다. 난 참 행복한 아빠다.


우리 집은 개판이다.
모든 소식의 최우선에 모카와 젤리가 자리한다. 애들은 아빠나 엄마가 보고 싶은 게 아니라 모카와 젤리가 보고 싶다며 밖에서 연락한다. 이 두 녀석은 우리 집의 구심점이다.


모카는 양보쟁이다. 먹는 것만 빼고는 모든 걸 젤리에게 양보한다. 엄마 옆의 포근한 잠자리도 젤리에게 뺏겼다. 그래도 녀석은 그러려니 한다. 모카는 아빠와 아들에게만 짖는다. 강아지도 수컷은 수컷을 싫어하나 보다.


젤리는 망나니다. 집안의 법도가 있는데 그 법도를 깡그리 무시하고 산다. 아무 데나 오줌을 싸고 똥을 싼다. 많이도 싼다. 연초의 글에서 언급한 적 있는데, 녀석은 우리 집에 오자마자 했던 검진에서 심각한 심장병을 발견했다.
우리 가족은 혼신의 힘으로 병원을 알아보고 수술을 시키고 케어했다. 덕분에 녀석은 새 삶을 얻었다.

그랬던 녀석이 이제는 집안 서열 1위로 망나니 짓을 하고 다닌다. 깨물고, 어지르고, 형(모카) 밥도 못 먹게 물어뜯고... 암튼 오냐오냐했더니 전혀 버릇이라곤 없다. 사람이면 몇 대 쥐어박았을 텐데 작은 녀석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혼내는 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맞다.



서열 2위 : 모카님

젤리가 건강해지면서 녀석들을 데리고 산책을 시작했다. 저녁이면 날씨도 선선해지고 집 앞 공원에는 온 동네 강아지들의 퍼레이드다. 그 속에 우리 가족도 한 몫하고 있다.

처음에는 걸으려고 하지 않아서 “이게 호강에 겨워서...”라며 당황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자 녀석들은 이제 계단도. 오르락내리락하고 친구들이 뭘 숨겨놓았는지 킁킁대며 목줄을 당긴다. 덕분에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섰다. 서로 강아지 줄을 잡으려고 싸운다. 그렇게 공원을 걷는다.

지난 2월 말부터 달리기를 시작한 나는 요즘 매일 집 앞에서 걷거나 뛰는데, 항상 돌아오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하면 때맞춰 강아지들을 데리고 공원에 나온다. 그리고 함께 한 시간 정도 걸으며 시간으로 보낸다.
강아지 덕분에 운동을 하고 있으며, 강아지 덕분에 대화가 많아졌다. 물론 강아지 덕분에 지갑도 가벼워졌다. ^^

이렇게 운동 후 산책하는 루틴이 만들어지면서 나는 매일 저녁 만보를 걷게 되었다. 온종일 사무실에 앉아있고, 자가용으로 이동하다 보니 하루 5,000보를 걷기도 쉽지 않다.
철저한 운동부족이나 귀차니즘 때문에 거실에서 팔굽혀펴기 몇 개 하는 것도 미뤄댔다. 하지만 이제 변했다.
내가 변했고 가족이 변했다.

강아지 두 마리 덕분에 점점 가족이 뭉친다. 이게 반려견의 힘인가 보다. 녀석들 덕분에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고, 길가에 혼자 있는 개나 고양이에게 관심이 생겼다.
적은 돈이지만 블로그에 글을 써서 생기는 수익을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관심이 생기면 찾아보게 되고, 찾아보니 더욱 흥미로운 것이 많아진다. 이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어간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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