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계발서를 쓴 초보 작가 올림
우리는 매일을 산다. 매일 비슷한 일을 하며 살지만 매일매일은 다르다. 흔히 인간을 습관으로 이루어진 동물이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습관이라는 것은 스스로 무엇인가를 매일매일 반복하면서 형성되는 하나의 체계적인 행동방식이다. “매일”은 없던 것을 생기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행동을 꾸준히 하는 것, 다시 말해 똑같은 행동으로 시간을 축적해가는 것은 우리를 한 차원 높은 삶의 무대로 안내한다.
이번 챕터에서는 매일 글을 쓸 수 있게 만드는 3가지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자기계발을 시작하면서 매일 연습장에 생각을 끄적이다가 기록을 보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중을 향해 발행한 글은 블로그 시작 시점보다 한참 뒤였지만,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주 1~2회 꾸준히 글을 써왔다. 어떤 날은 일기를 썼고 또 어떤 날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겼다. 그러다 보니 하나 둘 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앞에서 매일이라고 언급했던 바와 같이 시간의 축적은 나를 점점 글을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갔다.
매일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항상 매일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연속해서 거르는 일은 없도록 나를 단속했다. 그러다 보니 2017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약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나는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짧게는 몇 문장에서 길게는 A4지 5~6장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주제와 소재를 버무려 글을 써왔다. 매일 쓰다보니 어느 순간 생각의 물꼬가 트이게 되었고 이제는 글쓰는것에 부담감을 내려놓은채 쓸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해서 한줄 한줄에 정성을 다해 자신의 글을 세상에 드러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 진중하게 펜을 누르고 있는 타입은 아니다. 나는 일단 생각을 배설하듯 빠른 시간에 글을 써나가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면서 어색한 부분을 다듬는 정도다. 그래서 내 글은 비교적 쉽다. 시간은 나를 이렇게 글쓰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쓰다 보니 문장력은 조금씩 늘었다. 같은 내용을 다시 쓰더라도 조금씩 단어나 문장이 세련되고 조금 더 논리적으로 글이 전개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사람들은 글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어떤 일이든 부담스럽지 않으려면, 그래서 잘하려면 노력은 필수다. 노력은 매일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즉, 매일이라는 단어에는 땀이 숨어있다. 그래서 자신의 글쓰기가 부담스럽지 않을 단 한가지 방법은 쓰는 것뿐이다. 제 아무리 깊이 고민하고 머릿속으로 문장을 그려내더라도 직접 문자화 시켜내지 못하면 그건 글이 아니라 생각일 뿐이다. 나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이 “글”이라고 생각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긴 하지만, 그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더 부럽다. 말은 애드리브의 영역이라면 글은 깊은 사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한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자 그럼 이제 여러분에게 “매일 글을 쓰게 만드는 3가지 꿀팁”을 귀띔해주도록 하겠다.
1. 7개의 주제를 정해라
밥과 반찬이 필요하다. 싱싱한 재료로 요리한 반찬이 다양하면 밥이 꿀맛이듯 글도 소재가 신선하고 다양하면 글을 풀어가기 쉽고 맛이 좋다. 나는 매일 글쓰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소재의 고갈로 힘들었다. “오늘은 또 뭘 써야 하지?” 이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 확장했더니 소재가 무한정 뿜어져 나왔다. 그 생각의 확장이 바로 “주제 특정하기”였다.
나는 매일 글을 쓰고, 한 달 단위로 글의 주제를 몇 개씩 바꾼다. 예를 들어, 6월이 시작되기 전 “6월에는 어떤 내용으로 글을 써볼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9개의 주제를 정했다. (보통 7개의 주제를 정한다.)
일주일은 7일이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면 일주일간 매번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쓸 수 있다. 그래서 7개의 주제를 정하고 그것을 노트에 정리해두는 것이다. (보통은 마인드맵 형태로 그려서 정리한다.)
이런식으로 미리 정리를 해두면 해당 주제에 맞는 소재를 찾아 열심히 관찰을 하게 된다. 빈 여백에 무엇을 쓸지 고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당신의 글쓰기에 대해 서술하시오”라는 보기가 있다면 그 부분으로 국한시켜 생각을 확장시켜가기 때문에 훨씬 쉽게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준비된 주제를 바탕으로 일상의 전반에 걸쳐 내 주변의 사물과 상황을 관찰하며 소재를 찾는다.
예를 들어 지금 내가 글 쓸 때 사용 중인 “아이패드”를 글쓰기의 소재로 넣어 “아이패드를 사용하면서 글쓰기가 자유로워졌다.”라든가, 내 앞에 놓여있는 커피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집중이 잘된다.”, 또 옆의 휴대폰을 보면서 글쓰기와 연관시켜보면 “글 쓸 때 휴대폰이 방해되지 않게 하려면?”과 같은 여러 소재들을 엮어 몇 줄의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이렇듯 주제를 미리 정하며 그 방향으로 생각이 확장되고 그 속에서 충분히 소재가 관찰되는 것이다.
어떤가? 엄청 대단한 글을 쓸 것이 아니라면, 글쓰기를 습관화해서 필력을 키워보고 싶다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면 우선 7개의 주제를 먼저 정해보자. 분명 주제는 여러분을 한걸음 글쓰기에 다가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2. 관찰하라
그의 놀라운 문장력에도 매료되지만 특히 나는 그가 가진 독특한 관찰력에 혀를 내두른다. 한동안 김훈의 글에 빠져 그의 눈을 내 눈과 바꿔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첫 번째가 주제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는 바로 소재다. 위에서 소재를 구하는 법을 살짝 언급했지만, 소재는 관찰로 장만된다. 우리가 시인같은 감수성을 가지기는 어렵겠지만,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을 유심히 볼 수 있는 시력은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항상 보던 것을 조금 다르게 보겠다는 생각만 있으면 된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항상 움직이고 있고, 심지어 멈춰 있으면서도 눈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자신의 시야에 수많은 사물과 상황이 지나간다. 그중 하나를 건져내기만 하면 된다. 전혀 특별해보이지 않은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의 눈과 생각이다. 우리는 모두 연금술사다. 그러니 글 소재가 없다는 생각은 떨쳐라.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글이 소재가 될 수도 있고, 여러분의 휴대폰 모양이나 케이스, 스크래치 하나가 모두 여러분의 글 반찬이다. 누구는 길가에 굴러다니는 연탄재로도 멋진 문장을 만들지 않던가!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예전에 이어령 씨의 <디지로그>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가 얼마나 박학다식한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생각 확장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느 날 축구 골대를 쳐다보던 그는 축구골대의 그물이 육각형인 것을 보고 거기서 생각을 확장해 역사/경제/사회/문화의 변천사을 풀어내는데, 어찌나 자연스럽고도 명확하게 그것들을 연결지어 설명을 해내던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 여러분의 문장력, 소재 발굴력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꾸준한 관심이 여러분을 차원 높은 글쓰기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오로지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고 모든 사물과 상황을 조금 더 깊숙이 그리고 다른 각도에서 관찰해보길 바란다. 그것들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 없다.
3. 한 줄이라도 써놓고 고민해라
“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남한산성, 김훈>
위 문장은 소설 <남한산성>의 첫 문장이다. <칼의 노래> 첫 문장과 함께 많이 회자되는 문장인데, 김훈은 소설 <남한산성>의 전반을 흐르는 정치적인 말의 허망함과 이중성 그리고 뻔뻔함을 첫 문장을 통해 드러내기 위해 엄청난 고민을 했고 그 결과 위 문장을 썼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깊고 우월하고 야심찬 문장을 쓰고 싶어서 지금까지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솔직히 말해줄 수 있다. 여러분은 죽을 때까지 이런 문장 못쓴다. 적어도 지금 뭐라도 쓰고 있어야 저런 경지에 비슷하게 다가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독설로 들렸다면 미안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첫 문장 때문에 고민하느라 시작을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첫 문장을 시작하지 못하겠다면 비워놓고 두 번째 문장부터 써보길 바란다. 아마 두 번째 문장도 못쓸 것이다. 이게 다 처음이라는 마수에 걸린 일#종의 집착이다.
편하게 생각하고 무작정 써보기를 바란다. 혹시 내가 쓴 글을 아는 사람이 읽고 “글 진짜 못쓰네!”라고 이야기할까봐 두려운가? 그런 걱정 역시 할 필요가 없다. 지금 여러분이 제 아무리 글을 써도 하루 10명도 그 글을 읽지 않는다. 아마 조회수가 0일 확률이 높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글쓰기 어렵다는 생각은 버리기를 바란다.
일단 쓰자. 보여주기 두렵다면 비공개로 써라. 하지만 비공개보다는 공개하여 조회수 1이 건네는 쾌감이 당신의 글쓰기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내가 자주 언급하는 <손자병법>의 문장 “졸속이 지완을 이긴다.”라는 말을 여기서 다시 꺼내본다. 완벽을 위해 현재에 멈춰 서서(지완) 고민하기 보다는, 별 것 아니더라도 일단 시작(졸속)하는 것이 더 빨리 가고 제대로 가는 것임을 잊지 말자!
꼭 한 줄이라도 써놓고 다음 문장을 고민하길 바란다. 분명 한 줄이 두줄,..., 열 줄이 되는 순간이 도래할 것이다. 건투를 빈다.
글쓰기는 자기 계발의 최고 수련과정이다. 자기계발은 독서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왕 자기 계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글쓰기를 통해 적극적인 아웃풋에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하루는 느리지만 일주일은 빠르고, 한 달, 일 년은 금세 지나간다. 느린 하루를 글쓰기로 알차게 채워 가다 보면 금세 몇 개월에서 일 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부쩍 생각이 많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될 그 날, 이 글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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