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Mar 10. 2020

글을 쓴다는 것

| 자기 계발과 글쓰기의 관계




매일 새벽이면 서재에 앉아 글을 쓴다. 이 습관도 3년을 넘겼다. 한 줄을 쓸 때도 있고, 몇 장을 쓸 때도 있다. 물론 한 줄도 쓰지 못한 날은 더 많다. 


글을 쓴다는 건 참으로 즉흥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의 방향을 기획하고, 글감을 정리해서 글쓰기를 시작하지만, 문장을 만드는 글쓰기의 본질은 글을 쓰는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을 그 순간 떠오르는 단어로 써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내는 단어들이 이미 기획된 것이라고 한다면 즉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글쓰기가 찰나의 행동(즉흥)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두 권의 개인 저서를 썼다. 첫 책은 멋모르고 썼다. 그래서 빨리 쓸 수 있었다. 지금껏 살아왔던 내 삶 그 자체가 모두 책 속의 한 꼭지 에피소드가 되었다. 자료보다는 내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글을 쓴다는 것이 내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하나씩 하나씩 들춰보는 꽤 즐거운 활동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학창 시절을 거쳐 연애하던 이야기와 직장에서의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나만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원하는 주제에 맞는 부분을 발췌하고 각색하는 과정은 글쓰기는 지난하다는 선입견과는 달리 의외로 매우 신났다. 그냥 성장에 맞춰 별생각 없이 살았던 것 같았던 내 삶을 하나 둘 돌아보며 조금씩 그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글을 쓰고 몇 차례 강연을 해보면서 소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독자와 청자들은 감동적인 문장이나 말보다는 사례에 공감했다. 그것도 아주 개인적인 사례, 다시 말해 나만의 경험에 공감했다. 과장보다는 소박한 이야기, 어디서 들어보지 못했던 나만의 스토리에 반응했다. 그래서 글에 내 생각과 내 이야기를 더 많이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출간했던 두 권의 책 모두 "독서"라는 키워드로 원고지를 채웠다. 한번 생각해보라. 책 읽기를 가지고 원고지 200장을 넘게 채운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말, 같은 소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몇 꼭지를 썼지만 다시 읽어보면 앞에서 썼던 내용과 별다르지 않은 내용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수십 번을 썼다 지우길 반복했다.


그러다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갑자기 극도의 신체적 정서적 피로감을 느껴 무기력증이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현상이다. 미친 듯 타오르던 불이 갑자기 확 꺼져버리는 현상과 같아서 이렇게 이름 지어졌다. 두 번째 책을 열심히 쓰던 중 이 번아웃 현상이 내게 찾아왔다. 어느 순간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더니 더 이상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노트북을 켜 둔 채 몇 시간 동안 단 한 줄의 문장도 쓰지 못한 채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며칠 동안 이런 날을 보내다 도저히 더는 쓸 수가 없어서 굳게 결심하고 노트북을 껐다. 그리고 몇 달을 글쓰기와 멀어졌다. 


글을 멈춘 기간이었지만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머릿속에 쌓아뒀던 것을 쏟아내는 데만 열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곳간이 비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자기 계발을 한답시고 열심히 자기 계발서만 읽었는데 오랜만에 소설과 에세이를 읽었더니 너무 재미있었다. 마치 시험기간에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몇 달을 글쓰기와 멀어진 채 책을 읽으며 지냈다. 


그 시기에 읽게 된 구본형 작가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를 통해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10년 단위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글쓰기(자서전)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나는 자서전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아주 개인적인 글을 써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를 시작했다. 내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오래 가지면서 조금씩 여백을 채우다 보니 중단했던 원고를 다시 쓰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초고를 깨끗이 갈아엎고 두 번째 책을 새롭게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속도를 낼 수 있어서 그리 오랜 기간을 들이지 않고 초고를 완성했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은 욕심이 났기 때문에 퇴고에 공을 많이 들이고 싶었고, 쓴 기간만큼 다시 읽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출간했다. 




글을 쓴다는 건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내 생각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일이다. 

일필휘지로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 다시 말해 잘 써야 한다는, 잘 쓰고 싶다는 부담감만 내려놓으면 글쓰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글쓰기가 부담되고 어려운 이유는 내 글을 읽게 될 독자에게 보잘것없는 내 글솜씨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마치 실체가 발가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면 과할까?

하지만 이런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우리는 발전의 궤도에 진입한다. 물론 내 보잘것없는 글쓰기 실력을 공개하는 것은 두렵다. "굳이 글 안 쓰고도 잘 살아왔는데 뭐 하러 일부러 창피를 당해야 할까?"라고 생각하지만 보잘것없는 문장이라도 써보고 드러내서 평가를 받아야 실력이 쌓인다. 


업무 메일만 읽어봐도 그 사람의 글쓰기 능력을 알 수 있다. 한 번 읽고 이해가 되는 글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슨 내용인지 전화로 다시 물어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조차 안 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자신이 이해하는 수준으로 글을 쓰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내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이해되는 글을 써내는 것이 글쓰기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 점을 잘 고민해서 내가 쓴 글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최고의 자기 계발 활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머릿속에 가둬 두었던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켜있던 자신의 생각을 한 올 한 올 풀어내고 드러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당신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직접 두 손으로 쓰기를 시작한다면 말이다.


#글쓰기 #회사생활 #월급쟁이 #자아실현 #자기계발

이전 09화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마법의 책장 만들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