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40대의 금요일
벌써 금요일이다.
한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또 금요일이다.
지난 일요일 밤 아들의 푸념이 떠오른다.
“주말은 정말 너무 빨리 지나간다.”라며 “또 어떻게 금요일 밤까지 오락을 끊어야 할지 걱정이다.”라며 푹 꺼진 한숨을 쉬더라.
이번에 아들 녀석 컴퓨터를 바꿔주면서 엄마랑 했던 약속이 바로 “금요일 학원 마치고(밤 10시경)부터 일요일 밤 9시까지만 오락을 하겠다.”였다. 엄마가 무서운 것인지? 또, 컴퓨터가 포장되어 창고로 들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인지? 녀석은 한 달째 그 약속을 잘 지켜내고 있다.
참 쓸데없는 고민 같아 머리를 한대 쥐어박고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시기는 달랐지만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 생각에 픽~ 웃으며 “아들아! 시간은 항상 똑같이 흘러간다. 네가 그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느낄 뿐이다.”라는 꼰대 같은 말을 했다.
그 말이 무색하게 오늘 아침 스트레칭을 하면서 ‘벌써 금요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면서 내 삶에는 1장 1단이 생겼다.
장점은 눈치 안 보고 주말을 쉴 수 있다는 거다. 매번 금요일 저녁이 되면 딸이 “아빠 내일 회사가?”라며 묻는다. 매번 “갔다가 일찍 올게!”였는데, 최근에는 “안가!”로 바뀌었다. 딸은 웃으며 “놀아줘!!”라고 말하지만 실상 주말에 우리는 각자 논다. 물어보면 그냥 아빠가 집에 있는 게 좋단다. 매번 “아빠는 왜 나한테만 뭘 시켜?”라고 틱틱거리는 딸이지만, 녀석은 혼자 놀더라도 항상 서재의 내 옆에서 무언가를 한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재미를 즐긴다. 그게 좋고 편하단다.
단점은 주말근무를 하지 않게 되면서 월급이 줄었다는 것이다. 주말근무 수당은 의외로 쏠쏠했다. 주말근무를 두 번 정도를 하게 되면 한 달간 후배들에게 으스대며 내는 술값 정도는 충분하다. 그런데 그게 사라졌다. 물론 내 으스댐은 줄지 않았다. 그래서 나름 타격이 있다. 그 덕에 나는 돈을 아껴 쓸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주말에 어떻게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할까?’라는 고민에 빠졌다. 아직 이 생산적 활동이 빵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도움이 되는 날이 오리라는 기대로 제법 열심히다.
언젠가부터 금요일 딱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그 아무것이란 일일 루틴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 금식을 지키지 않는 것, 글을 쓰지 않는 것 이런 것들은 꽤 잘 지켜낸다.
그런데 그 아무것 속에 포함시켜두지 않았던 영화를 보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휴대폰을 만지는 것 등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물론 일상의 루틴 속에 정해진 납기가 있는 것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면 그것도 해 놓아야 쉴 수 있다.
오늘 같은 경우는 내일 밤 유튜브 업로드가 있는데, 아직 촬영을 하지 못했다.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하면 되는데, 내일은 따님과 서울 가야 할 일이 있어서 영상을 붙들고 있을 시간이 없다. 즉, 퇴근 후에 나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까지 해야 한다....
이런 일상이 내 온전한 휴식을 방해하지만 또 이런 것이 있어서 즐겁기도 하다.
내가 어쩔 수없이 봉급쟁이라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바로 금요일 퇴근시간이다. 마냥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차에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으면서 괜히 콧노래가 나온다. 집에 가기 전 카페에 들러 책 좀 읽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맑은 날은 맑아서 좋고,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다.
금요일은 참 금요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