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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l 28. 2020

삼성에서 겪어본 4가지 리더 유형

 | 당신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리더십 하면 떠오르는 책이 있다.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이다.



2004년 삼성에 입사해서 처음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책과 <괴짜 경제학>이었다. 특히 짐 콜린스의 이 책에는 level 1~5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 나는 당시의 내 모습과 앞으로 리더로 성장해 갈 내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리고 17년. 현재 나는 같은 회사에서 근무 중이고, 이제는 중간 관리자(?) 정도의 자리가 되었다. 내가 모셨던 아니 겪거나 지켜봐 온 많은 리더들을 통해서 나는 점점 내가 바라는 리더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진행형이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래의 내 말에 다들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일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

우리는 퇴근 후 술자리에 모여 삼삼오오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사에서 생긴 일에 대한 이야기를 안주삼아 하루를 마감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회사에서 생긴 사람들 간의 일에 관한 이야기다. 그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도 “상사(윗사람)”에 관한 이야기 일 것이다. 그 이야기는 뒷담화 일수도 있고 칭찬일 수도 있다. 비율은 상상에 맞긴다.

내가 삼성에서 겪어본 많은 리더들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보았다. 그들은 확연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성격의 차이를 떠나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분들이 경험한 직장상사들과 내가 겪어본 상사 유형을 한번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물론 내가 언급하는 4가지 유형은 단지 4가지일 뿐이다. 유형은 수없이 많다.


1. 엄친아 유형


우리 회사에는 이 유형이 가장 많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학벌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부하직원들은 그들이 어느 대학 출신인지 안다.

맞다. 여러분들이 상상하는 바로 그 대학 출신이다. 리더는 그 대학 출신이 제일 많다. 최근 들어 더욱 학벌이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그만큼 리더(임원)의 문은 좁다.

 
삼성에는 S급 인재라는 인재풀이 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황창규 사장이 S급 인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문을 검색해보면 현재 부회장인 김기남 대표도 S급 인재라고 나와있다. 아마도 권오현, 진대제,... 스타 CEO들은 대부분 S급 인재였을 것이다. 그들은 일단 최고의 학벌 + 박사급 인재다. 말로만 듣던 엄친아가 바로 그들이다.
이런 스타 CEO와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비슷한 학벌의 리더들이 현재 내가 근무하는 주변에도 제법 많다. 그들은 똑똑하고 일처리가 빠르고 명확하다. 주저하는 것도 없어 보인다. 근거가 명확하고 냉철하고 판단력이 좋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이 힘들다. 논리가 맞지 않으면 반박을 당하고,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면박도 피할 수 없다. 그들은 항상 “잘한다. 잘한다.”라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잘 못하고 느린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아니 리더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삼성은 수직체계로 구성되어 있기에 그들은 상급자에게 철저하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하급자들은 자신에게 맞추길 원한다.
이런 리더들은 실적이 좋은 편이나, 조직력과 인간미 같은 인성적인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겪어본 엄친아 유형분들 중 대부분은 매우 워커 홀릭하고 채찍질에 능하고 익숙했다. 일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면 이런 리더를 만나면 된다. 똑똑함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시간을 회사에 갈아 넣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2. 철학자 유형



(원론적으로 말하다 보면 모든 건 하나로 통하게 되는 이상야릇한...)

이런 분은 딱 두 분을 경험했다. 제조업 회사는 모든 것을 수치로 파악하고 정량화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숫자에 강한 놈이 유리한 곳이 바로 제조공장이다. 그래서 리더들도 대부분 이과계열이다. 그런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수치보다는 사람의 본성을 중시하는 경향을 느끼게 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논리적이어야 하지만 스토리텔링이 되어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자료, 수치가 명확해도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감정이 개입되므로 그 점을 건드리는 사람이 위에 많이 분포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과생들이 몸으로 제품을 만들어내면, 문과생들이 위에서 펜을 굴려 제품을 판매하는 그런 조직으로 변해간다.

내가 만나본 철학자 유형의 리더들은 한마디로 참 어렵다. 한참 이야기를 듣고 나왔는데 내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이런 분이 리더로 오면 그 말을 해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아주 모호하게 말을 하기 때문에 핵심이 무엇인지 아랫사람들이 모여 다시 회의를 하는 일이 잦다. 그리고 한 가지 일에 대해 이번에는 A가 맞다고 했다가 다음 회의에 가면 B가 맞다며 혼내기도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할까? 그래서 아랫사람들이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큰 그림을 잘 그리고, 작은 일을 멋지게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멋진 화술로 사람을 잘 설득한다. 그래서 보통 이런 부류의 리더는 자신은 승승장구하고 아래는 곪아 터지는 유형이다.  


3. 국대급 토스 유형

(내게 들어온 숙제는 모두 토스토스...)

사실 이 유형의 리더들을 가장 많이 겪었다. ”자신은 일을 받는 사람이고 아랫사람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유형이다. 자신의 역할은 아랫사람이 만든 성과를 윗선에 보고하는 역할이다. 그래서 그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의 윗선 연결을 차단하는 역할을 함께하는 못된 경우도 있다.

보통 그들은 자신의 옆에 보좌하는 사람을 두세명 거느린다. 그리고 자신의 메일을 대신 써주는 사람, 생각을 대신해주는 사람을 만든다. 그 보좌역에 들어가게 되면 매우 피곤하지만 좋은 평가로 보상을 받는다. 이런 유형의 리더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 씨. 지금 A사원에게 전화해서 내게 전화하라고 하세요.”

자신이 전화하면 될 일을 두 번에 거쳐 전화받기를 원한다. 매우 권위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런 유형의 리더를 만나면 아랫사람들이 잘 뭉치게 되고 술자리가 잣다. 회의에서는 어김없이 뒷담화로 포문을 열어 “나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로 마무리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비슷하게 닮아가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다.

지금 당신의 리더가 이 유형에 속한다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인내의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에 그가 변하는 것보다 그 자리에 새로운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편이 빠르다. 물론 내가 자리를 옮기는 방법도 있다. 또한, 그 리더의 바운더리 속 인사이더가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정신적으로 수월한 방법일 수도 있다. ^^


4. 중용의 덕을 갖춘 유형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정말 만나기 힘든 유형의 리더이자, 내가 다가가고자 하는 리더의 표상이다. 카리스마도 있고, 부하직원들을 다독일 줄 알며, 부하직원을 당기는 법도 풀어주는 법도 아는 리더다. 회사 생활 17년간 딱 2번 이런 리더를 만나보았다. 그리고 그 한 번이 지금이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에 욕심을 내지만 순리대로 풀어가길 원한다. 본질에 집중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땜질식 문제 해결을 지양한다. 그래서 하급자들이 힘들다. 하지만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을 당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게 된다. 자발성을 심어준다고 할까?

앞서 말했던 <Good to Great>에서 짐 콜린스가 말한 Level 5 리더십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가장 비슷한 유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현재 나는 우리 부서의 팀장에게서 일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도 사람인지라 모든 일에 100% 열정을 쏟을 수는 없다.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며 일을 한다. 하지만 팀장님은 내가 강일 때는 약으로 약을 때는 강으로 서포트하면서 일을 리드해주고 있다. 그래서 내가 적게 채운 것은 팀장님이 조금 더 챙겨서 100에 가까운 완성도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이런 부분을 본능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와 같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짐 콜린스의 베스트리더는 물 같은 역할을 하는 리더다. 우리 팀의 리더가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부서의 일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순환되고, 필요한 순간에 그곳에 항상 존재하는 리더. 노자에서 말하는 #상선약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그런 리더가 레벨 5 리더다.
앞서 말했던 3가지 유형 중 엄친아 유형은 레벨 1 또는 3 또는 4의 리더십(카리스마 유형)에 가깝다. 그리고 철학자 유형과 국대급 토스 유형은 레벨 1~5로 정의하기 어려운 리더의 유형이다.


직장생활을 20년 가까이하다 보니 사람 보는 눈이 조금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자신의 행동과 말투(습성)로 미루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머릿속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카리스마가 있는 유형은 아니며, 후배 사원들과의 유대감을 무기로 그들에게 일하는 맛을 알게 해 주는데 주력하는 리더다. 그들의 결과물을 조금 더 빛나게 데코레이션을 하는 것과, 일의 방향을 잡고 기획하여 아래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율하는 리더이고 그렇게 평가받고 싶다.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깊이 있는 지식과 기술력은 더욱 똑똑하고 역량 있는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나는 부드러운 지휘와 그들의 일에 책임을 져주는 일을 하고 싶다.

언젠가 회사를 졸업하는 그 시점에 나도 후배들의 머릿속에 제법 괜찮은 리더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법의 난이도가 10이라면 아랫사람에게 잘 보이는 법의 난이도는 1000 정도 되는 것 같다. 진짜 어렵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참고> 짐 콜린스의 레벨 5 리더
레벨 1 : 역량이 뛰어난 개인
레벨 2 : 자신의 능력 + 팀워크 활용하는 리더
레벨 3 : 효율적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관리자
레벨 4 : 저항할 수 없는 분명한 비전을 가진 카리스마형
레벨 5 : 겸손과 융합/조화를 만들어내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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