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Aug 14. 2020

20년간 방치했던 컴퓨터를 정리하다

 | 인생이 정리되는 느낌을 갖고 싶다면...




마음먹고 서재를 정리하다 보니 오랜 기간 그저 쌓아두기만 했던 컴퓨터의 하드 디스크들이 생각났다.



"언젠가 한 번은 정리해야 하는데"라면서 쌓아둔 세월이 자그마치 20년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을 복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나만의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누나와 같이 쓰긴 했지만)



컴퓨터는 사람과 같아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하드디스크의 곳곳에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이 남는다.


나는 예전부터 하드디스크의 운영 드라이브(OS-Windows)와 데이터 드라이브(Data 저장용)를 분리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컴퓨터는 새로 변경하더라도 데이터를 저장하는 디스크는 매번 함께 탈착 해서 개수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과거 내가 만든 각종 파일과 사진 / 영상 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폴더를 지정하여 깔끔하게 저장하지 못했고 이리저리 중구난방으로 저장하다 보니 자료가 중복되는 경우와 못 찾아서 다시 만드는 경우가 잦았다. 그런 세월이 20년이다.



특히, 사진 파일이 그랬다.



내 소중한 취미가 사진이다 보니 90년대 후반 필름 카메라부터 2000년 초반 디지털카메라와 DSLR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만들어낸 우후죽순 같은 결과물들이 하드디스크에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윈도용 PC를 네 번 바꿨고, 매킨토시 컴퓨터도 3개째 사용하다 보니 이제 사진이 곳곳에 널려있어 큰마음을 먹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서는 정리가 불가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 컴퓨터는 사람과 똑같다.


계속적으로 정리 / 관리해 주지 않으면 금세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몇 년 전,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NAS(Network Access Server, 개인용 네트워크로 접근 가능한 서버 타입의 하드디스크 시스템)를 구매해서 사용 중인데, 사진만 일부 정리가 되었을 뿐 그 외 다른 파일들은 정리를 하지 못했다.


또, NAS의 최고 장점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저장한 파일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기에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그 속에 다운로드해놓는 일만 열심히였다. (실제 내가 저장해 둔 영화 / 드라마 / 애니메이션의 1%도 못 봤다. 책 읽느라 영화 볼 시간도 내기 힘든데... 욕심만 과해서. 죽기 전에는 꼭 보겠다는 그런 마음으로 모았다.)


그러다가 #넷플릭스 와 #왓챠플레이 등장으로 저장해 둔 영상들도 거의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ㅠㅠ


그래서 이번 휴가 때 이걸 정리하는 작업을 서재를 뒤엎는 작업과 함께 병행하기로 했고 지금 진행 중이다.




기존에 모아둔 사진만 62,000장이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우선 3가지 방향으로 정리를 해보기로 정했다.


1. 사진은 중복을 없애고 모두 하나의 디스크에 옮겨 백업해둔다.
2. 자료(강연 / 글 / 추억 관련)들은 일단 한 폴더에 담는다.
3. 영상은 모두 지운다. (다시 못 구하는 영상은 없다.)


사진 정리를 하다 보니 추억 돋는 사진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온다. 나의 20대 사진들, 아내와 연애하던 모습. 잊고 지냈던 친구들 ^^


그러다 보니 정리하겠다는 마음은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다시 추억에 빠져들고 말았다. ㅠㅠ



어릴 때 우리 집, 그리고 20대 내 모습 ㅋㅋㅋ


폴더 폰 쓰던 나! ㅋㅋㅋ


사진 찍는 나, 그리고 친구들


파일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것들도 많이 발견했다.




2013년 사용하던 포켓 다이어리인데 100일간 40권 읽기 진행 중이었던 기록이... ㅋㅋㅋ


예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 사진도 있었다. 2013년 사진인데 그때도 "참 열심히 독서를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어서 대견 & 뿌듯하기도 했다. 그 시간의 합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총 8개의 하드디스크와 5대의 컴퓨터를 정리하여 파일을 모으고 지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내 머릿속 복잡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느낌이 든다. 뭐든 정리를 하다 보면 무언가 새로운 생각도 들고, 과거의 일들을 들추어보면서 통찰도 생기고 하나보다.



별것 아닌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데 내 20년의 흩어진 파편을 맞추는 작업 같아서 즐겁다. 이 작업 덕분에 3번째 쓰고 싶은 책의 콘셉트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안! 비! 밀!



즐거운 하루가 또 흘러가고 있다. 좋다. ^^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작가의 이전글 그래도 계속 달리고 싶은 이유는 뭘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