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태 Aug 13. 2020

그래도 계속 달리고 싶은 이유는 뭘까?

 | 오늘도 달렸다.






오늘도 달렸다.


이른 아침부터 불볕더위였지만 뛰었다. 뛰고 싶었다.



내 달리기는 올해 2월에 시작되었다. 예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후배로부터 런데이(RUNDAY)라는 어플을 소개받으면서부터다.



(아랫글 참고)



기록을 찾아봤더니 지난 2월 22일이 첫 런데이 어플을 켜고 뛴 날이었다. 오늘도 173일째다.

그동안 나는 평균 주 2.5회를 뛰었다.

런데이 어플에서 시작한 8주 완성 30분 달리기의 마지막 날이 4월 29일이었다. 그리고 5월부터는 뛸 때마다 5km 정도를 뛰었다.


5월 : 12회 57.14km

6월 : 16회 66.73km

7월 : 15회 62.25km

8월(13일 현재) : 29.3km


물론 이 기록 중에는 일부 걷는 운동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보다 내가 이렇게 6개월간 꾸준히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어느 순간부터 쉬는 날이나 일찍 퇴근한 날이면 러닝복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아내와 아이들 모두 이런 내 운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덕분에 하체는 확실히 탄탄해졌다. 심장과 폐 기능도 좋아졌으리라. (이번 종합검진에서 확인해볼 예정)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달리기 전에는 항상 두렵다. 난 보통 거리를 설정해두고 뛰는데 매번 뛰던 길이라 어느 지점을 통과하면 몇 킬로미터인지를 안다. 물론 운동을 체크해 주는 시계에서 친절하게 1km마다 알려주기도 한다.


집을 나서며 운동화 끈을 꽉 조이고 첫발을 뛰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계속 도착점을 상상한다. 처음에는 이어폰에서 흐르는 비트 있는 음악과 뺨을 때리는 시원한 바람에 속도를 내보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본래의 페이스를 되찾는다.



달리기는 참 정직하다. 절대 편법이 없다. 어쨌든 내 두 다리로 땅을 발로 차서 뛰어야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 그동안 내 몸은 점점 달궈지고 심박수는 180 정도로 올랐다가 계속 유지된다. 2킬로미터 정도 뛰었을 때 (11분~12분)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고 등이 축축해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훔치기에 바쁘다. 덕분에 얼마 전에는 두꺼운 헤어밴드도 구매했다. 그렇게 목표하는 거리가 채워지면서 땀은 비 오듯 흘러내리고 몸은 점점 개운해진다.



목적지가 다가오면 점점 마음이 바빠진다. 그래서 요즘은 차라리 거리를 좀 멀게 해 둔 채 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더 힘들 거라는 생각이 선뜻 진행은 못하고 있지만) 목적지가 1킬로미터 안으로 들어오면 '그만 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기 시작한다.



'조금 덜 뛴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어차피 운동하기로 한 건 했는데. 그냥 멈춰도 돼!' 마치 메피스토가 내 머릿속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며 멈춤을 강요하는 듯하다. 몇 번 그렇게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멈춘 적이 있는데 멈추는 순간은 좋지만 조금 지나고 보면 '그래도 완주할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멈추지 않고 원하는 거리나 시간이 다 되었다는 알림이 오면 달리기를 멈춘다.



달리기를 끝내는 그 순간이 가장 기쁘다. 만족감, 성취감, 안도감, 개운함 등등... 얼굴과 피부는 멈추는 그 순간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한다. 심박수는 바쁘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나는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한다. 달리기를 마치고 마시는 한 캔의 "파워에이드"는 정말 꿀이다. 세 번 정도 나눠 마시는데 매번 두 개를 마실까? 고민하지만 부족한듯한 게 더 좋다. 금세 한 캔을 비우고 천천히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걷는 10~20분 정도의 시간 동안 근육을 풀어주는 마무리 운동을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다. 샤워를 마쳐도 몸속의 열기는 가라앉지 않아서 계속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직 "러너스 하이"를 맛보지 못해서, 어쩌면 내가 인지 못하는 것일지도, 더 좋은 어떤 기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계속 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몸 안의 노폐물이 빠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내 몸을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신선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뛰었다. 내일도 뛰고 싶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작가의 이전글 서재를 발칵 뒤집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