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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Sep 24. 2020

가을은 가을이라서 참 가을답다

| 출근길 떨어지는 낙엽을 보다가



며칠 계속 추웠다.


한낮의 더위도 이제 한풀 꺾였다.

활짝 열어놓고 잠을 청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창문을 꼭 닫고 잠을 청한다.

까슬까슬하던 이불도 얇은 솜이불로 바꿨다. 침대 속에 들어가 이불에 폭 파묻히면 따뜻한 그 느낌이 좋은 계절이 온 것이다. 살짝 발이 이불 밖으로 삐져나오면 한기가 돈다. 벌써 이렇게 가을이 온 것이다.


요즘 재채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갑작스러운 쌀쌀함 덕분에 잠에서 깨면 코가 맹맹하고 콧물이 한가득이다. 양치질을 하다 보면 콧물이 주르르 흐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럴 때마다 가을이 왔음을 느낀다.


내가 움직이는 동트기 전 새벽은 보통 12도 정도다. 서재에 불을 켜고 창문과 테라스 문을 열면 금세 차가운 공기가 서재를 가득 채운다. 덕분에 몽롱했던 정신도 제자리로 돌아온다.

요즘같이 책 읽기 좋은 날씨라서 새벽부터 마음이 분주하다. 출근길에 한 페이지라도 더 읽고 싶은 마음이다. 회사에서 책을 읽는 것은 아무래도 눈치가 좀 보인다.



매일 출근하던 길이었는데, 오늘따라 길가에 쓸려 다니는 낙엽이 눈에 들어왔다. 앞차가 속도를 내자 낙엽이 나부꼈다. 내 차가 그 뒤를 따르고 있는데 괜히 내 차가 그 낙엽을 밟고 지나가는 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벌써 가을이구나 다시 생각했다.


가을은 짧다. 항상 그랬다.

학창 시절 중간고사를 끝내면 곧바로 겨울이 오는 느낌이었다. 가장 멋진 계절에 계속 시험공부했던 기억이 많다. (물론 공부는 안 하고, 마음만 불안했다. 사실은...)


그리고 항상 이 시기에 Autumn Leaves 이곡을 들었다.


오늘도, 지금도 이 곡을 듣고 있다.


진짜 가을이 왔다. 진짜 가을이.


가을은 정말 가을스러워서 좋다. 가을이라는 단어답게 조금 서글픔도 묻어있다.


그냥 그렇다.



https://youtu.be/tAXjTnKQi8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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