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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Oct 01. 2020

그냥 이 순간이 좋아요.

| 집 앞을 거닐었습니다.



그냥. 지금 이 순간이 좋습니다.


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내가 좋습니다. 

참 오랫동안 쉼을 뿌리치고 살았는데, 정말 오랜만에 쉼이라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명절이라서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가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어찌 보면 약간의 정신적인 해탈 같다고 할까요?


그냥 지금 이 순간 너무 좋습니다.


새벽 5시에 눈을 떴습니다. 평소보다 1시간 늦은 시간이었는데 일부러 늑장을 부려보았습니다. 바깥은 여전히 어두웠고, 조금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매섭도록 차가운 바람이 이불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들더군요.


더 여유를 부릴 수도 있었지만 그냥 일어났습니다. 양치질을 하고 서재 책상에 앉아서 스탠드를 켰어요.

어제 읽던 책을 계속 읽어나갔는데, 중간중간 계속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른 생각이 저의 집중을 방해했습니다. 휴일이고 특별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자꾸 "새로운"것을 의식하나 봅니다.

하지만 그냥 평소처럼 똑같은 아침을 열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동이 터오고 있었습니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테라스 문을 열고 나섰는데 바깥바람이 차더라고요. 카메라를 들고 있던 몸을 멈칫할 정도로 찬 바람이었습니다. 테라스에 놓여있던 화분의 나뭇잎 색이 바랜 것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29층에서 보는 하늘은 언제나 좋습니다. 조금 아쉬운 것은 오늘 아침은 구름이 조금 많았다는 것 정도...


아래 공원을 바라보았더니 휴일이라 운동하는 사람이 한 명도 안보이더군요.

내가 첫 운동하는 사람으로 기록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살짝 귀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몇 장 남기고 다시 서재로 돌아와 책을 읽고 기록을 했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부모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여전히 아내와 아이들은 자고 있네요.


그래도 그냥 이 순간이 좋습니다.


영화를 한 편 보고,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차를 마시고, 청소를 하고, 강아지에게 밥을 주고, 아이들 밥을 챙기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이 순간이 좋습니다.


시간을 잊은 채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순간이 좋습니다.


그냥 이 순간이 좋습니다.


계속 좋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이 순간이 좋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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