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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21. 2020

아들 같은 독자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 HANDAL 11-6 | 작가의 맛을 느끼는 아침


글쓰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한 권의 책을 출간하고 싶어한다. 자기 계발을 희망하는 사람과 자기 계발을 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독서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번져가는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의 자기 계발도 이런 일반적인 흐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독서량을 늘리기에 힘썼고, 독서만으로 채워지지 않던 (읽은 것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흩어지고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 불안감이 “쓰기”라는 시도를 해보게 만들었다. 그렇게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책도 쓰는데 나라고 못써볼게 뭐 있을까?’와 ‘내 주제에 책을 쓴다는 게 말이 되나?’ 사이에서 수년간 갈등했다. 그리고 “일단 저질러보자.”라는 생각으로 썼던 A4 120페이지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두 번의 노력으로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특히 올해는 두 번째 책 <독서의 맛>을 출간할 수 있었고, 더불어 브런치북 <월급쟁이 자기계발의 정석>도 출간했다. 브런치북은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 같은 습작 형태였지만 나름대로 반응이 좋았다.


아무튼, 이렇게 차곡차곡 내 생각을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내 글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아들 같은 중3 독자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래 사진에 이름을 지운 원본을 공개해본다.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름을 지웠다.)


지금 내 아들이 중1이다. 지금 우리 집은 녀석과 전쟁 중이다.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억지로 시키려 하는 부모, 무엇이 맞는지 틀리는지 알지 못한 채 각자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사랑과 관심 그리고 기대를 보낸다. 나는 돈을 벌어 매달 10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대고, 아내는 녀석을 먹이고 입히고 픽업하며 수고로움에 동참한다. 하지만 아들 녀석은 의욕없이 떠밀려 학원에 가는 듯하다. 이런 아들을 보며 최근 나에게 “불행하다”라는 말을 꺼낸 아내를 마주하며 시간이 해결해줄거라는 효과없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시기에 중3 학생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이 친구는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 아들 녀석과 비교해보는 것은 관뒀다. 녀석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기간만큼 이 인내의 시간이고 그만큼 아내와 나는 더 성숙한 부모가 될 것이다.



(다시 독자에게로 돌아가서)

독자로부터 메일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즐겁지만 또한 긴장하게 만든다. 첫 책이 출간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약 30여 통의 메일을 받았는데 이번 독자가 가장 어린 독자다. 이 편지 덕분에 잠시 내 중학교 시절 독서를 떠올려봤다.


중2 때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을 가지고 엄청나게 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이해가 잘되지 않았던 책인데 완독을 하겠다고 몇 달을 책가방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이 책을 끝내고 방금 시험을 끝낸 학생처럼 자유로움에 좋아하던 추리소설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다락방 시리즈> <닥터스> 같은 조금은 자극적인 책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책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냥 소설을 통해 재미를 얻었을 뿐이다.


그때 지금의 나처럼 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과연 나는 독서를 지속할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중3 독자분이 내 책 <독서의 맛>을 통해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독서의 방법론적 변화와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항상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는 집착보다 마냥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좋겠다. 중3 독자가 앞으로 읽게 될 책은 분명히 그에게 ‘왜 책을 읽는지?’, ’ 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려줄 것이다. 물론 곧이 아니라 ‘먼 훗날 언젠가’ 책이 그의 가슴속에 수북이 쌓일 때 즈음 말이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가 학창 시절 <죄와 벌>을 읽었던 에피소드가 나온다. 나는 이 책을 대학 1학년 때 읽었는데 유시민 작가 같은 깊은 생각으로 이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보려고 계획 중이다.) 중3인 독자는 비록 학업과 병행한 독서를 해야겠지만, 유시민 작가 같은 넓고 깊은 관점을 좀 더 일찍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좋은 선후배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참 기분 좋은 아침이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아래는 독자에게서 받은 메일 본문)



#독서의맛 #독자메일 #선물 #글의힘 #독서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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