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프롤로그 | 삼성맨의 자기계발법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자기 계발에 불탄다.
특히 직장인들은 더하다. 그 이유를 짐작해보면, 1(First / 1월 1일)이라는 숫자가 건네는 새로움이 한몫하는 것 같다.
학업을 진행하고 있는 학생들은 스스로 굳은 결심을 하지 않더라도 매년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고, 또 학교가 바뀌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 놓인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런 변화가 적다. 물론 업무적으로는 새해를 맞아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지만,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같은 사람들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을 한다는 말이다.
변화(change)의 기본은 장소의 변화, 사람의 변화, 생각의 변화다.
하지만 작년과 다를 바 없는 연속적인 일을 다루는 직장생활이기에 변화의 기준인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도 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나 같은 직장인들은 새해가 되면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기대감이 어느 누구보다 더 불타는 것이다. 외부 요인이 부족하기에 상대적으로 내재적 요인이 들끓게 되는 것이다.
18년 차로 접어든 삼성이라는 회사에서의 내 생활, 현재 내 위치와 상황을 이 브런치 북을 통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2021년 부장 2년 차.
매년 그랬지만 회사는 연초부터 “위기”라는 단어로 임직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사실 입사 후부터 지금까지 18년간 단 한 번도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 예상 밖의 시장 변동으로 회사는 흑자전환을 하였지만 지난 연말 임원인사 후 회사를 떠난 분들이 제법 많다. 그들이 추진하던 업무는 금세 새로 부임한 리더들로 덧칠을 시작했다. 새로 선임된 리더들은 시작 단계부터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프로액티브(proactive)하다는 변화를 보여주고 싶고, 예상보다 빨리 업무를 장악하여 주도하고 싶은 욕심과 열정이 넘친다. 그 가운데 부하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빈틈없이 빼곡히 채워진다.
리더들은 이미 인정받아서 명성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나 같은 서포터들은 몇 년 뒤 리더가 승진하거나 회사를 떠난 뒤 그가 있던 자리를 넘봐야 하기 때문에 실력을 과시해야 하고, 경쟁자들보다 도드라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귀를 열고, 관점을 넓히고, 일머리를 키우면서 열정이라는 박카스를 들이키며 성과에 몰두한다. 하지만 100명의 부장 중 임원으로 진급하는 사람은 1명이나 될까?
아직 회사를 떠나지 못한 내가 이런 말하긴 좀 그렇지만,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내가 사회의 주류처럼 보인다. 진짜 내 실력은 내 명함에서 회사의 이름이 지워진 그때부터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흔히 비유하는 전쟁터, 지금 나는 안전지대 안에 있지만, 그 바깥에 내 발걸음이 내디뎌지기 시작하는 그때부터가 진짜 내 실력이 드러나게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대기업에 적을 두고 있는 모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부서 선배들 10명이 퇴직을 하면 5~6명은 곧바로 새로운 직장을 잡는다. 몇 달 뒤 그들을 만나보면 “삼성이 제일 좋은 곳이다. 그래도 거기는 시스템이라도 있어. 삼성이 제일 합리적인 것 같다.”라는 말로 자신의 경험과 아쉬움을 알려온다. 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들은 여전히 회사 안에서의 갑갑함이 지금까지 직장생활의 대부분이었기에 “그래도 선배가 부럽다. 선배는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라고 말하지만 조금씩 말끝이 흐려진다. 삼성이라는 곳이 이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신입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다. 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이직률이 현저하게 낮아지는 곳도 삼성이다. 버티긴 어렵고, 버티다 보면 나가기 두렵다는 것을 정확히 반영하는 수치인 것이다.
회사를 퇴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갖지 못하신 선배들도 많이 봐왔다. 삼성맨이라는 존재는 능력 있고 스마트한 직장인의 다른 말이기에 퇴직을 결심할 때 이미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시작부터 대학교나 개인 사업, 그 외 다른 계획을 가진 분들은 10명 중 1~2명 정도다.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면 어쩌면 준비된 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회사를 떠났기 때문일거다.
준비 없이 의욕이 앞서 회사를 떠난 선후배들을 만나면 “미처”라는 말로 자신의 준비 부족을 탓하곤 한다. 그들의 삶은 예상보다 많이 힘들고 외로워 보였다. 처음 몇 달은 전화도 오가고, 술자리에도 자주 만나게 되지만 자신의 새 뿌리가 확실하지 못하면 점점 소식을 끊는다. 즐겨 찾는 전화번호에 등록되어 있던 그들의 번호를 누른 지 너무 오래된 것 같다는 것을 문득 느끼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런 때다. 그렇다고 나는 그 번호를 쳐다보며 통화 버튼을 눌러볼 용기도 없다.
그렇다. 이것이 흔히 얘기하는 보통 직장인의 삶이다. 점점 달궈지고 있는 냄비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개구리,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실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시작하면 바꿀 수 있다는 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당장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 하루하루는 팍팍하고, 순간은 버겁다. 항상 오늘은 결심이고 시작은 내일이다. 그래서 “준비”라는 단어는 잡히지 않는 미래가 숨어있다.
건강은 젊을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항상 건강을 잃고 나서야 후회한다. 목숨을 담보한 비싼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뼈저린 후회와 함께 운동을 삶의 1순위로 채운다. 남들은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너무 쉽게 몇 달만에 연봉을 벌어내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하면 손해가 난다. 이런 부조리한 것의 연속, 그게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다. 남의 떡만 커 보이고, 내 손에 쥔 만원은 하찮케 보이는 것 말이다.
이번 <삼성맨의 자기 계발법>에서 나는 이런 평범한 직장인들이 회사 업무를 통해서 준비할 수 있는 자기계발법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18년 동안 시도하고 실패하고 또 성공해왔던 내 몸안의 나이테 같은 경험들을 한 줄씩 되새김질해보면서 독자들과 공유해보려고 한다.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공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00. 프롤로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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