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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Aug 24. 2021

그냥, 내 주변의 소리에 집중해본다


창틈 새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아프게 들린다.


늦은 8월의 태풍. 초여름 장마 때 제법 많은 비를 봤지만 이번 여름 태풍은 없었다. 간혹 일본으로 지나간다는, 우리나라는 비껴간다는 소식을 포탈 메인의 한두 줄로 접했을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내 기억 속 태풍은 언제나 더위가 한 풀 꺾인 시점에 온 것 들이었다. 명절을 즈음해서 말이다. 아닌가? 지리산 계곡의 물이 불어 피서객들이 구조를 기다린다는 소식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보면 휴가철에도 태풍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틀째 비다. 바람이 세다. 창문을 열면 비바람이 들이친다. 창문을 닫으면 갑갑하고 덥다. 바깥은 제법 쌀쌀하기까지 한데, 나는 에어컨을 켠다. 방바닥이 끈적하다. 며칠 닦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서 어제는 열심히 바닥을 닦았는데 그래도 발바닥에 끈적함이 묻어온다. 슬리퍼를 신었다. 그랬더니 또 발이 뜨거워진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 선풍기를 켜고 발을 식힌다. 요즘 내 머릿속 상황과 몸의 상황이 매우 비슷하다. 무엇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하기는 싫고, 애써 의욕을 만들어보지만 상황은 나를 자꾸만 그 자리에 있게 한다. 이런 자신이 안타깝지만 몸은 자꾸 무겁기만 하다.


빗물이 스며든 아스팔트를 차가 달린다. 마찰음이 평소보다 심하다. 이 새벽, 특히 자동차 소음이 심하게 들리는 것은 날씨 때문인지, 내 기분 때문인지 모르겠다. 앉아있는 의자조차 삐걱삐걱 소리를 낸다. 평소 들리지 않던 소리였는데. 아마도 내가 많이 예민해졌나 보다. 무엇 때문일까?


이 예민함의 원인을 찾으려고 나는 책 읽기를 멈추고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을 스치는 것들을 하나 둘 여백에 옮긴다. 그러다 보면 무언가 잡힐 것이다. 길어진 머리카락이 자꾸만 흘러내려 눈을 가린다. 넘겨보아도 자꾸만 다시 내려온다. 말 안 듣는 자식 같다.


소리와 빛에 집중해본다.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테라스를 때리는 빗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작지만 벌레들과 개구리 소리도 들린다,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내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 같다. 내 마음의 소리에도.


좋은 음악 한 곡 들으면서 기분 전환하고 다시 책에 몰입해야겠다. 50분을 맞춰놓은 타이머가 15분밖에 남지 않았다. 이 몇 줄의 문장이 30분을 넘게 나를 홀렸다.


그랬다.


- 그냥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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