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슛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으며
우연히 #슛뚜 라는 유튜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녀의 책을 읽고 있다.
나는 일상과 여행을 분리하는 사람이다. 왜냐면 그래야 여행이 좀 더 낯설게 느껴지고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일상에게 조금씩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전혀 없는 그저 그런 하루하루의 루틴들. 그런데 이런 일상이 없다면 여행이라는 것이 특별할 수 없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하나지만 분리되어 생각되는 것이 바로 일상과 여행이다.
진귀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면 잔뜩 배를 곪으며 '많이 그리고 맛있게 먹어야지' 생각하지만 현실은 금세 배가 불러오고 속이 더부룩하기 일쑤다. 그냥 집에서 아내가 끓여주는 찌개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하얀 쌀밥이 훨씬 편하게 소화된다. 매일 김치에 된장찌개를 먹고살 수는 있어도, 매일 뷔페식당에서 밥 먹기는 곤욕일 거다.
이렇듯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평범한 일상이 때론 특별하고 때론 낯설기도 하다. 문득 데자뷰가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슛뚜. 그녀의 여행기를 읽고 있다. 책 속 문장을 떠나서 그냥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아마도 그녀의 유튜브 몇 편을 보게 되면서 생각이 가지를 친 것 같다. 그냥 그런 그녀의 일상을 담아놓았는데 영상을 좋아하는 팬이 많다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물론 그 영상을 완성하기 위한 진한 노력은 1000% 이해한다. 나도 유튜버니까) 이상하게도 나는 그녀의 영상을 보면서 자꾸 나를 견주고 있었다. 나의 20대를 말이다.
나는 참 많은 것을 가진 녀석이었다. 또 더 많은 것을 같기를 원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책상 위에도 수많은 것들이 흐트러져 있는 것을 보면서 슛뚜의 일상 속 정갈함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브런치 북으로 준비 중인 여행기가 좀 더 간단명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은 혼자 있어본 적 있어?"
"맨날 집에 혼자 있는데."
"그런 것 말고, 나 혼자구나 싶은 순간 같은 그런 낯설고 조금은 불안하고 우울한 그런 느낌의 순간 말이야."
"음..."
더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아내에게 "혼자"라는 느낌을 물어본 이유는 슛뚜 그녀의 문장에서 혼자를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혼자였던 적이 참 많다. 철저하게 혼자라는 시간을 아끼고 즐기는 존재이기도 했다. 친구, 애인, 가족이 언제나 연결되어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 속에서는 나 혼자만의 공간을 동경했고 집착했고 그래서 혼자만의 단절을 즐겼다. 단체 여행을 가도 숙박비를 더내고 독방을 사용했다. 혼자 걷는 걸 좋아하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차를 마시고,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회사 / 집 / 커뮤니티 등에서 많은 사람들과 엮여 관계 속에서 나를 드러내고 알아가는 재미도 좋지만, 어느 순간 불쑥 사라져서 혼자 있는 것도 좋다. 물론 가끔씩 이런 고독이 독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그 독이 치명적이지는 않은지 자꾸만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일상에서 "낯섦"을 발견하는 일이 잦다.
책 그리고 음악, 길, 커피, 하늘, 구름, 태양 이런 것들 속에서 문득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만난다면 그때가 바로 나 자신 속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다. 또 일상이 낯설어지는 순간이다.
그런 순간이 잦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