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만의 촉을 다듬자
어제 잠시 집 앞 서점에 들렀는데 요즘 서점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책을 마음껏 뽑아 읽어도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다. 서점 안에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문구류 등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동시에 마련되어 있어서 책을 사러가는 곳이 아닌 책과 함께 다양한 문화적 체험을 즐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과거 커피숍과 지금의 커피숍이 완벽히 달라진 것과 같은 변화다.
예전 커피숍에서는 자리에 앉으면 종업원이 찾아와 메뉴를 주문받고 준비된 음료를 서빙받았다. 대부분 방문한 사람 수만큼 음료를 주문해야 했다. 몇 시간 동안 차 한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은근히 눈치를 봐야 했다. 매상을 올려주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 입장에서는 불청객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지금 커피전문점이 예전처럼 운영하는 곳이 있을까? 어쩌면 요즘 10~20대들은 위에서 언급한 사례를 딴 세상 이야기라며 전혀 납득하지 못할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혹자들은 대형 자본가들이 외국의 대형 커피 체인을 수입하여 자본의 힘으로 판도를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스타벅스, 커피빈, 투썸플레이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면서부터였다고 말이다. 맞는 것 같지만 이것만으로 완전히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조금 다른데, 이 변화의 근원이 “커피숍이라는 공간에 대한 관념의 전환”이 만든 결과라고 생각한다. 커피숍이 더 이상 차를 마시기 위해 들르는 곳이 아닌, 차를 마시지 않아도 찾는 곳, 다시 말해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 전환이 커피점을 과거 우리 삶에 존재하던 동네 슈퍼 앞 평상 같은 마실 가는 공간으로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차를 마시지 않아도 되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찾게 된다. 주변의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나도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피워낸다. 그 결과로 점점 사람이 많이 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매상이 오른다. 예전에는 3명이 오면 3잔을 주문했었지만, 6명이 와서 4잔을 주문하면 오히려 이익이 되는 것이다. 또 그곳이 북적이면 더 찾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사이클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테이블과 의자의 크기와 모양도 다양해졌다. 또, 음료를 팔던 곳에서 약간의 다과와 가벼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메뉴도 다양해졌다. 생활 패턴이 서양식으로 변한 것에 발맞춰 브런치 손님들도 찾게 되었다. 또, 도서관이라는 딱딱한 공간을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고 편한 곳에서 혼자 차와 함께 휴식을 즐기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커피숍은 스터디의 성지라는 인식도 생겼다.
커피숍은 이제 더 이상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다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차를 마시기 위해 커피점에 들르는 것이 아니라 그 분위기를 즐기며 소통하기 위해 찾는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곳에 스토리가 생기고 흥미가 생기고 이익이 생긴다. 이렇듯 자그마한 인식의 변화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만들었고 서서히 삶에 스며들었다.
비단 커피숍뿐일까? 서점, 워터파크, 놀이공원, 클럽 … 수많은 공간이 변했고 또 변할 것이다. 우리는 그 변화에 발맞춰 나아가면서 조금 더 일찍 변화 속에 꿈틀거리는 기회를 발견하면 된다. 이런 관심의 깊이와 폭이 여러분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것이다.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예민한 촉수를 가다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