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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Dec 08. 2021

중2 아들을 대하는 아빠의 태도에 관하여

| 영화 <파수꾼>을 보고서…


 

나는  넓은 호밀밭에서 재미있게 노는 꼬마들의 모습을 상상하곤 했어.  아득한 절벽 옆에  있어. 내가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같으면 재빨리 잡는거야. …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

- J.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파수꾼이라는 단어가 Catcher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지키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밀밭의 파수꾼> 원제가 The Catcher in the Rye  것을 보고 Catcher 것을 알았다.

 

 

영화 <파수꾼>은 삼총사 같은 고등학생 세 친구(기태, 동윤, 희준)에 관한 이야기다. 기태(이제훈)와 동윤(서준영) 둘은 중학교 때부터 절친이었고, 희준(박정민)은 고등학교 와서 친해졌다. 녀석들은 매일 함께 다니며 부모가 아닌 친구만이 채워줄 수 있는 그 시기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영화는 기태가 죽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면서 시작된다. 기태 아빠(조성하)는 갑작스러운 아들의 죽음에 혼란스러워하며 뒤늦은 죄책감과 책임감에 아들이 왜 자살했는지를 알아가기 위해 아들의 삶을 뒤쫓기 시작한다. 학교를 찾아가면서 아들 기태에게는 절친 두 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중 한 명은 전학을 갔고 나머지 한 명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태 아빠는 이 두 친구를 한 명씩 찾아 그들의 입을 통해 아들의 모습을 알아간다. 친구의 입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아들의 학창 시절을 알아가면서 어리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삶도 어른의 삶과 똑같은 감정의 파도가 있음을 깨닫는다. 가장 중요한 기태와 동윤, 희준 이 셋의 갈등 원인과 기태의 자살에 대한 인과관계는 직접 관람하면서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주인공들과 별 다를 것 없는 학창 시절을 겪어왔던 우리는 영화 속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말은 정반대로 나와버려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시절을 겪으며 우정이라는 단어로 정의되는 감정의 폭풍 속 틈을 벌리고 때로는 메우며 성장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학창 시절의 우정이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속 전화번호 한 줄로도 기억되지 못하는 친구도 있고, 전화번호는 있지만 쉽사리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성숙한 시절의 소통법 때문에 자아가 무너지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기태의 자살을 관찰하면서 현재 내게도 이와 비슷한 어려움이 존재함을 느꼈다. 영화 속에서는 친구들 사이의 관계였지만 나와 내 아들, 즉 아빠와 자식 간에도 소통법의 차이와 삶아온 경험의 차이로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순간의 감정으로 큰 소리가 오가고 삐지고 울고 쾅하고 방문이 닫히는 경우가 잦다. 사춘기라며 감정의 기복을 이해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아내와 지금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나의 경험적 관념이 충돌한다.

 



J.D. 샐린저가 말했듯 드넓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누군가 떨어질 것 같을 때 잡아주는 존재가 되고 싶은데, 지금 나의 행동이 정말 일촉측발의 상황에서 손을 뻗는 것인지 절벽의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저쪽은 절벽이라며 두 팔 벌려 막아서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파수꾼은 손을 잡아주는 존재라는 , 절대 어느 구역을 지키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본다.

 

#중2병 #아빠의마음 #파수꾼 #호밀밭의파수꾼 #샐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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