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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30. 2020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 원칙

하루키가 처음 소설을 쓰면서...


하루키의 글쓰기 5원칙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중에서

1. 어렵게 고민하지 않는다.

2. 글은 1인칭으로 쓰고 주인공은 '나'로 정한다.

3. 되도록 허구로 쓴다.

4. 문장은 최소한 세 번 이상 고쳐 쓴다.

5. 자기변명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아직은 "독서"와 내 신변잡기 위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도 소설을 써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상상 속의 인물들을 창조하고 인물 간의 관계와 갈등을 요리조리 엮어서 사건을 만들어 가다 보면, 애초에 내가 기대했던 길과는 다른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로 훌쩍 들어가 버릴지도 모른다. 글이란 아닌 것 같지만 매우 즉흥적인 창조물이기에 이런 우연의 중첩을 통해 내 속에 있는, 아직 나도 발견하지 못한, 나 밖에 만들지 못하는 이야기를 끄집어 내고 싶다.



그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머리말을 보면 하루키가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을 기록해둔 구절이 있다.



스물아홉 살의 어느 봄날

진구 구장의 맨 흙더미 외야석에 누워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 것이다. 재능이나 능력이 있든 없든, 아무튼 나 자시을 위해 무언가 써보고 싶다고. 그 옛날 뭔가 쓰려고 하면 느껴지던 부담감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는 야구장을 빠져나와 신들린 것처럼 바로 신주쿠에 있는 기노쿠니야 서점에 가서 5천 엔짜리 만년필을 샀다. 집에 돌아온 하루키는 새로 산 만년필을 만지작거리며 먼저 소설을 쓰기 위한 자신만의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나도 하루키처럼 글을 쓰고 싶었던 순간이 명확했으면 좋겠다. 혹시 아는가? 나도 누구처럼 아주 유명한 작가가 될지 ^^. 인터뷰에서 하루키처럼 멋들어지게 글쓰기가 내게 불현듯 꽂힌 그 순간을 서정적으로 풀어볼 수 있게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참 성실한 소설가다.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는, 어찌 보면 무식하게 자신을 단련하는 작가다. 그의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어보면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 원고지를 채운다. 그리고 매일 뛴다. 그의 작가적 성공은 결국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다. 그걸 알기에 그를 좋아하고 닮고 싶다.



멀어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오늘처럼,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고, 샤워를 하고, 밥을 챙겨 먹고, 다시 서재로 들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채워가고 싶다. 건강을 위해 아내와 함께 강아지들을 데리고 공원을 산책하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책을 읽으며 졸고 싶다.



내 글은 내 생각을 가감 없이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날카롭기보다는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차갑기보다는 따뜻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생각을 어루만져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내가 바라는 내 글의 미래다.


한걸음 한걸음 착실히 걸어가 보겠다. 목표가 있어서 더 행복하다.


그리고 오늘도 한 뼘 성장한다.



Photo by Art Lasov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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