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핑의 성지! 필리핀 시아르가오섬

우먼센스 1월호 기재

by 이맑음




시작과 함께 먼저 밝히자면, 이곳에 머물며 진심으로 이 섬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시아르가오는 발리와 더불어 세계적인 서핑 대회가 열리는 세계 3대 서핑지 중 하나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아직 직항 노선이 없어 마닐라공항을 경유해야만 올 수 있다, 그래서인지 4박 5일 내내 아시아 사람보다 서양인만 잔뜩 보고 왔을 정도다,


여행을 위해서는 숙박이 중요한 법.

시아르가오의 메인 스트리트 제네럴루나는 오두막을 개조한 건축물들이 블록마다 이어져 있어 이 섬만의 독특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코지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준다

영어를 잘하지 못해도 도로 전체에 고루 흩어져 있는 가판대를 보면 어느 나라 음식을 파는지, 어떤 종류가 인기인지 쉽게 알 수 있어 현지인이나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크고 작은 상점, 카페, 레스토랑이 골고루 모여 있어 이쪽으로 숙소를 잡으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DAY1

일단 이곳에 온 관광객은 스쿠터 대여(하루 300페소)부터 시작한다

(툭툭이도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 사람당 25페소)

낮의 일상은 뜨거운 태양아래 조용하지만 생기가 가득하다,

혹시 사고가 날까 봐, 길을 잃을까 봐 걱정했는데 막상 스쿠터 대여해 타보니 잘 닦인 단순한 길이 대부분이라 걱정이 무색할 정도였다

역시 뭐든 시작전이 제일 불안하다는 결론.


DAY2

시아르가오의 아침은 빨리 온다

특별히 아침을 푸짐하게 먹어야 하는 성향의 필자 같은 사람은 이런 분주함이 신난다,

오전 6시부터 유럽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한잔의 커피를 마셔보고 싶다면 ‘스포티드피그 카페(spotted pig cafe)’를 추천한다

수란을 얹은 버터 바른 에그베네딕트와 바로 내린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 바삭한 스콘의 향과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필자와 사진 찍기 좋아하는 친구가 모두 대만족 한 카페.



이제 서핑을 하러 가보자

가격은 1시간에 500페소, 초급 코스의 경우 필리핀 강사와 바다에 같이 들어가 혼자 일어설 만한 파도를 골라준다

강사의 ‘stand up’ 소리가 들리면 잽싸게 일어나 파도에 몸을 실으면 된다

시아르가오가 서핑의 성지가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좋은 파도가 시도 때도 없이 온다는데 있다

생애 처음 도전한 서핑임에도 1시간 동안 여덟 번의 파도를 탔을 정도.

파도를 기다려주는 강습생들과 소박하게 아침인사를 나누고 엄지 척도 날려주며 성공을 함께 기뻐한다.

그 성취감과 힐링이 끝내준다

점점 이 섬의 리듬과 분위기에 적응해 간다


서핑을 끝내고 간단히 샤워할 수 있는 곳이 따로 없는 탓에 다들 흐트러진 자유로운 모습으로 돌아다닌다

그렇게 걷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넝마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 외국에 왔구나 를 실감하게 된다

시아르가오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모이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처럼 조용하지만 낭만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저녁에는 화덕피자로 유명한 리조트 레스토랑 ‘커밋 (kermit surf resort and restaurant siargao)’에 갔다

관광객들의 식습관이나 취향이 이 지역 특성으로 스며들어선지 이 집 피자도 이국적이고 풍미가 넘쳤다

따뜻하고 푸짐한 피자는 그냥 간식으로 먹어도 되고,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그중에서도 시크릿 피자를 추천한다)



DAY3

숙바 라군(sugba lagoon)이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서핑의 천국으로 알려진 섬이지만 서핑 외에도 즐길거리가 많다

차로 40분 방카로 30분을 가면 다이빙스폿과 함께 맑고 투명한 천연수영장이 있다

에메랄드빛 물아래로 바닷속이 훤히 비칠뿐더러 물고기가 살 수 없을 만큼 짠맛이 강해 수영에 자신 없는 사람도 물놀이를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양한 수중환경을 즐길 수 있는 스노클링, 카약, 패들보드 등을 모두 빌릴 수 있다

단 플라스틱병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꼭 텀블러에 물을 담아가는 센스를 발휘할 것!

아름다운 자연 생태계에서 온몸으로 자유를 만끽한 오전을 보내고 오후 시간은 시아르가오의 맛집 스폿 중 하나인 ‘샤카(shaka)’에 가서 거대한 요거트 스무디 한 그릇을 먹었다

필리핀에서 먹는 망고는 설명이 필요 없다

망고=행복=진리

몸도 마음도 가벼워 늘어지는 오후의 여유에 힘을 보탠다

요가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곳곳에 있다

찾아간 곳은 오후 4시에 즉석으로 400페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는 곳

커밋(kermit) 서프 리조트 2층으로 , 할리우드 힐링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무드였다

평범한 삶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우울함, 불안함에서 탈피하고 진정으로 평안한 상태를 찾기 위해 떠나는 여행기를 담은 그 영화, 누구나 꿈꾸는 그런 하루,

주인공 줄리아로버츠는 자신에게 남은 1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지! 시아르가오 역시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이 섬에 와서인지 내적인 친밀감을 빠르고 직접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너무 소중해 자신도 모르게 그 일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필자 역시 딸린 식구만 없다면 이곳에 뿌리를 내렸을 텐데..



DAY4

스쳐 지나가는 이 순간을 멈출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전 5시 꼭두새벽부터 파도를 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날! 앞뒤로 열심히 서핑을 하고 있는 서퍼 모두 이런 자유로움에 매료된 여기 있는 거겠지 싶었다

아쉬운 순간들을 그래서 더 사진에 담아보게 된다

오후에는 그날 잡은 생선으로만 요리하는 페루 세비체 음식 전문점 “씨이브이(C.E.V)”식당에 갔다

생선의 수가 제한적이라 예약제로 운영된다(현지에서 무척 유명한 곳이니 강추)

신선한 흰 살 생선을 레몬즙으로 재운뒤 양질의 코코넛과 올리브오일로 구운 가지, 호박, 양파를 올려 차게 먹는데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이 가격에 먹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이 집 주인은 신선하고 건강한 비건음식 만들기에 일생을 걸었다고 한다.

시아르가오의 밤은 낮과는 다른 새로운 기운이 있다

낮의 색은 따뜻하고 매력적이라면

밤의 색은 요란하지만 어쩐지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

한 손에 산미구엘 맥주를 들고 라이브 가수의 공연을 찾아다녀도 보고, 시아르가오의 핫한 클럽도 놓치지 말자

어느새 옆 사람들의 밝은 기운과 활발한 성격에 쉽게 전염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어디를 가나 환영받는 이 기분을 꼭 느껴보고 오기를

휴 벌써 돌아갈 시간이 됐다

서핑으로 피곤한 와중에도 좋은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시간을 할애했던 지난 며칠

저렴한 일대일 서핑 배우기만으로도 시아르가오에 와야 할 이유가 충분하지만 그 이상의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 같아 마치 고향집을 떠나는 기분이다

도시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분위기

일찍이 서양사람이 많이 찾고, 투자로 이루어진 곳이라 어느 식당을 가도 이 섬만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미적으로도 아름답고, 어떤 종류의 입맛이나 기호도 맞출 수 있는 미식가의 천국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인스타그램 감성과 유기농 비건이 섬으로 변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도시에서 절대 느낄 수 없는 진정한 쉼, 그리고 모두가 감탄한 맛집들!

이 모두가 어우러져 ‘우리가 행복했구나’하고 진정으로 느끼게 해 준다

한번 다녀온 사람들이 절대 주위에 알려주고 싶지 않다는, 나만 알고 남들은 정녕 몰랐으면 한다는 그들만의 보물섬,

시아르가오!


웃어서 더 즐거워지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면 이곳 시아르가오에서 이 겨울 함께 웃어보는 건 어떨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