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씨의 공장기 #7
7호선 남구로역에서 나와 도무지 카페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길을 걷다 보면 낡은 건물에 느닷없이 정겨운 색감의 붉은 벽돌과 나무 창틀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미의 네 번째 공간인 ‘음’이다. ‘음’은 이미의 앞 글자를 딴 로고이기도 하고, ‘음, 이 집 커피 맛있군’의 의미이기도 하다.
운이 좋게도 가오픈 기간의 첫 손님 타이틀을 꿰찰 수 있었다.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바 겸 테이블이 중앙에 크게 차지하고 있고, 작은 스피커에서 잔잔한 음악이 연이어 흘러나온다. 나무 테이블이 손에 닿는 느낌이 따뜻해 정겹다. 햇살이 큰 창을 통해 네모나게 가게 안을 비춘다. 도끼다시를 갈아내 깔끔하게 마감한 바닥이 새로 만든 공간임에도 옛스러운 느낌을 주어 마음이 편안하다.
가정집의 거실 공간을 모티프로 만든 이 곳은 이미 사장님의 글쓰는 공간이자 상담과 세미나의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커피와 파운드 케익을 맛보며 사장님과 마주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니 거리가 가까운 듯 멀어 편안하여 집중이 잘 된다.
안쪽에는 로스팅룸이 본 공간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다. 기존 홍대 이미의 로스팅룸을 이 곳으로 옮겨온 것이다. 커다란 무광의 로스팅 기계가 괜스레 든든하다.
앞으로 사람들이 오고감에 따라 이 공간이 어떻게 변모할지 기대되고 설렌다.
d. 2019.02.25 카페 이미 4호점의 가오픈을 축하하며
공장기(空場記) :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록
우리는 매일 여행을 하며 살아갑니다. 집에서 회사로, 학교로, 카페로, 서점으로, 그리고 다시 집으로. 여행에서 만난 공간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담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