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안녕, 날 저기로 데려다주지 않을래?"
누군가 지나가는 바람에게 말을 걸었다.
바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름드리 나무에는 꽃이 화사하게 만개해 있었다.
그 화려한 축제에 바람은 누가 말을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바람이 주저하자 한 꽃잎이 발끈한 채, 옆에 핀 꽃잎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야 나. 나는 얘랑 다르잖아. 자세히 보라구. 내가 가장 밝고 아름답잖아.
여기서 태어난 건 축복이야.
꼭대기 쪽에서 태어나지 않아 좋은 양분을 먼저 받을 수 있었고, 가지 안쪽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햇빛도 확실하게 받을 수 있었어.
꽃잎 중 내가 제일 먼저 사랑을 품게 될 거야. 내가 가장 아름다우니까."
바람은 나무 아랫단, 가지 끝의 우쭐한 꽃잎을 어렵사리 찾아냈다.
그 직후 바람은 떠올렸다.
무수한 꽃잎들이 맺힌 수많은 가지들,
그 각각이 뻗은 나무들,
그 나무들이 모인 끝없는 수림을.
그러나 바람은 꽃잎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가만히 있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나를 불렀니?"
"날 저기로 데려다줘."
꽃잎이 저 멀리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왜?"
"왜냐니? 지금껏 저기까지 간 녀석은 아무도 없었어. 대부분 바로 요 앞에 떨어져서 부대끼며 쌓인단 말이야. 난 다르잖아. 이렇게 태어난 이상 여기서 못난 것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저 강을 타고 멀리 가서 내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어. 네가 도와주면 강으로 갈 수 있을 거야. 수없이 많은 바람을 기다렸지만 너처럼 적당하게 세고 빠른 바람은 만나지 못했단다. 제발 날 저기로 데려다줘."
바람은 꽃잎의 애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날 꼭 잡아."
바람은 꽃잎을 태우고 허공을 쏘아갔다.
'안녕, 내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워. 넌 완벽한 바람이야.'
꽃잎은 말없이 바람을 놓고 천천히 팔락이며 낙하했다.
한참을 날아가던 바람은 꽃잎이 사라져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꽃잎은 잘 도착했을까?'
바람이 생각할 무렵, 물가에는 수천 개의 낙화가 물결과 함께 출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