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쌍화차 2021/11-

by tea웨이


호숫가 찻집과 서점이 콜라보하여 한 달에 한 번 프로젝트를 한다


프로젝트 이름은 다독다독 (茶讀茶讀) 프로젝트.

매달 얼마를 내면 새로운 책 한 권과 차를 배송해 주는

프로젝트로 벌써 일 년이 되어간다.


다독 , 다.. 독...

茶. 차 마시는 것, 讀. 독서하는 것

이 둘은 닮았다.


우선 이 둘은 꼭 하지 않아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는 일이라

생존에 절대적인 밥 먹는 일 , 그다음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화장, 다이어트, 주식, 성형 눈으로

단번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내면세계 일이라서

읽고 마시면 좋지만 안 읽고 안 마셔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 일을 일 년이 넘게 해오고 있는 찻집과 서점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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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티움 대표님이 선정한 책은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책 제목이 그로테스크해서 멈칫했으나

유명한 윌리엄블레이크 시의 한구절이었다.

다 읽고 난 지금은 매력적인 교사 출신의 주인공 두세이코 할머니의

동물에 대한 애정과 동물을 사냥하는 인간에 대한 미친 증오.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과감한 행동, 그러면서도 어딘가

어리바리하고 착한... 캐릭터에 푹 빠져 전혀 괴기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능청맞은 유머와 낙관적인 태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늘 아침 요가 시간에 선생님이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70년 후에 해운대가 없어진데요"

라고 시작한 이야기가 결국 채식. 생태주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다.

저 ,, 먼 유럽 작가님의 마음이 바로 우리 일상과 무관하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찻집 주인의 찻잔 관점으로 보면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 스님이 제자 스님들의 질문에 있다고도 없다고도

대답하여 불성이라는 문자 자체에 마음이 잡혀 보이지는 않지만 정말

봐야 할 자신의 실체인 진짜 마음을 보지 못하는 제자를 깨우치려 한 질문이 생각난다


찻잔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논리 객관의 세계가 아닌

직관. 마음의 세계다.

그러니 사회유지의 틀과 가치관과는 늘 충돌하고 미친 취급당하고

중심에 서기보다는 변방으로 몰린다.


변방에 몰린 4인방

찻잔처럼 직관적이고 마음에 따라 움직이며 별자리가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는

주인공 두세이코는 체제유지를 기반으로 하는 문자가 소통수단인 교사는 정체성에 안맞는다.

변방의 별장관리인으로 일할수밖에 없다. 자신의 고유한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내는

이웃 친구 괴짜, 중고 옷가게 점원 기쁜 소식, 블레이크 시 번역하는 제자


세상의 시각으로 보면 별 쓸모가 없어 보이는 하찮은 변방의 네 인물들이

같이 협력하여 자기보다 더 나약한 자연의 생명들을 지켜내려고 하는 그리고

실제로 지켜내는 이야기


이런 인물들이 어딘 가에 존재한다는 것이 위로가 된다

꼭 안마셔도 꼭 안 읽어도 세상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하찮게 생각하는

책과 찻잔도 존재한다는 것이 위로가 되기를........


오랜 만에 내 인생 책,

두고두고 밑줄 쳐 가면서 꺼내보는 그런 책을

소개해 준 티움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이 달의 차는 이 책 속에 나오는 이국의 추운 변방의 소외된

영혼들에게 국민음료 쌍화차 한 병

보내드린다

뜨끈뜨끈한 황토방 아랫목에 앉은 것처럼

훈훈해지시기를...




도시 근교 호숫가에 있는 우리 차실에는 커피가 없다. 인근 카페가 모두 커피이니

한 공간쯤은 차만 팔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두 팀은 , 특히 돈이 되는 계모임 단체 손님들 중 커피가 없다고

되돌아 가시는 분들이 많다. 그래도 눈 한번 꿈쩍 안 했으나

메뉴에 쌍화차를 끼워 넣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젊은 연인들이 대부분인 손님들 사이에 쌍화탕 메뉴는 올드한 손님들을 불러들여

차실 분위기를 흐린다는 직원들의 충고에 나도 일정 부분 수긍했다.

특히 차실에서 차향과 섞이는 쌍화탕 냄새는 그동안 나름 맑은 차향을 지켜온

내 자부심을 깨는 것이기도 해서 메뉴에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메인 메뉴 같은 젊은 자식 가족들 사이에 서브메뉴처럼 따라 나온 어르신들이

익숙지 않은 차 메뉴들 사이에서 난감해하고 , 고심하는 것을 본 순간

내 맘에 무언지 모를 강한 반발이 일어났고 결국

한약 전문가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말 좋은 약재로 쌍화차를 만들어 메뉴에 포함시켰다.

.

찻집 쌍화탕 스토리입니다. 한번 끓일 양의 재료를 계량하고 나누는 일은

꼭 제 손으로 하다 보니 약초 상태가

한눈에 보인다. 거기에 날마다 한통씩 끓여내는 가족의 노동력

원가 계산기로 두드리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손님들에게 왜 이 집 쌍화탕에는 밤, 견과류가 없냐고.. 불만을 들을 때면

잠시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견과류라는 포장없이 좋은 한약재로 맑고 깊은 차맛에만 집중한 쌍화차 한 잔'

을 대접하고 싶은 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것이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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