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Mar 30. 2022

 한국의 델마와 루이스 할머니 를 꿈꾸나요?

 -힙한 노인 판타지- 

늙고 망가진 몸은  균형 잡히지 않는 보행으로 비틀비틀. 동행자 들을 불안하게 할 것이다. 느린 속도는 동행자들을 갑갑하게 하고  내 짐을 덜어주려 다 본인들 짐을 용량 초과하여 몸살이 나기도 할 것이다. 눈, 코, 입, 귀, 혀... 늙고 망가진 몸은 인생의 미세한 오감 감각도 점점 빼앗아 갈 것이다. 제주도 논지 골의 아침 풍경도, 대평리 그 바람소리도, 펜션에서 마시던 그 무이암차 향기와 맛도 점점 희미해질 것이다

망가진 몸은 점점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멀어지고

늙고 망가진 몸에게 사회는 이전과 다른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늙는다는 것은 몸이 망가진 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이런 늙은 몸은  무엇으로 살아야 하나?



영이와 순이는 

인생 이 막에서 만난 사이다.

순이는 교사에서 작가로, 영이는 이미 유명한 쇼 구성 작가에서 드라마 쪽으로 

 터닝해 보려고 들어간 작가교육원에서 만났다. 순이는 끝까지 가보고 돌아왔지만 영이는 

 딱 몇 달이었다. 이미 유명 작가로 돈 버는 영이었었다.  

     

  늘 잡음으로 지지직 하던 라디오가 주파수를 딱 맞춘 느낌의 인연은

  만날 때마다 "델마와 루이스" 한국판 버전 "영이와 순이"

의 다큐 촬영하는 느낌이 들었다

 쇼 구성작가답게 앞에 있는 상대방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영이. 



    몸이  회복되면  젤 먼저 그녀와 여행하고 싶었다.




순천만 습지.


세 시간 반쯤을 걸었다.

좀 더 노쇄해진 순이를 위해 아직도 팔팔한 영이가 순이의 무거운 옷과

핸드폰 가방을 들어주고 

순이는 화장실에 간 영이의 짐을 들고 기다려 주고.. 

 


 서울촌놈인 영이의 서대전 경유 차표를 기어이 직선거리인

기차표로 바꾸어주는 아날로그적인 따뜻한 역무원이 있는

순천이라는 도시에

 

모두 일자리로 돌아간  일요일 밤 시간.


커피, 식빵, 샐러드, 잼, 시리얼, 음료, 컵라면.. 조식이라기보다는

 해장식이라고 해야 어울릴  한국적 조식을 주는   


 문 열면 논밭 뷰가 보이는 호텔.

짝퉁의 화려함보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되  

 그것만큼은 제대로 갖춘 , 인생도 그렇게 살고 싶은 

 

영이와 순이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속마음을

 쏟기에 딱 맞는 장소였다


 




첫 손님으로 입장해서

정원 여행을 했다.




영이와 순이는  이른 봄 이제 새싹이 올라오는 

아직은 쌀쌀한 정원 속에서 


젊고 아름다운  요정 대신

춤추고 노래하는 힙한 노인의  판타지를 만났다


첫 만남에서부터 줄곧  꿈꾸었던

한국판 델마와 루이스

영이와 순이라는

 힙한 노인의 판타지 정원을 만들자는 꿈,

 




오랜 만에 영이가 옷 사입는다는 사이트에 가서 

오십 프로 세일한다는 그 아이보리빛 긴 리넨 블라우스도 

사 입고 사람도 만나고 

 먼지 수두룩한 방도 치우고  내 박쳐둔 화단도 들여다봐야겠다

 

늙고 상한 몸도 꿈에는 당할 도리가 없다는 걸 알게 된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무너지는 몸에 마음은 상처 입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