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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20. 2022

아저씨 술잔 ,청춘의  찻잔

-세상을 떠도는 찻잔 -- 


찻집의 주 고객은 아줌마들이었다. 찻잔 들고 쏟아내는  그들의 수다는 모두 자신에게 온 인생의 손님들에 대한  솔직하고 안타까운  고백이었다. 시어머니 흉 , 아이 성적, 다이어트, 드라마, 아파트 시세, 성형...  차 마시며 다 쏟아내면 가벼이 일어나 귀가했다. 내 상상대로 였다

 그러나 아저씨들은 참 달랐다. 요즘은 좀 다르지만 찻집 연 초창기에는   직장의 여직원들이나 여자 동창생들 모임에 끼어서 오는 아저씨들이 대부분이었고 , 놀란 것은 자기  이야기가 아닌 거의 정치 , 주식... 남의 인생 이야기였다. 


왜? 찻집보다는 술집을...

왜 자기 내면 이야기는 피하나?


한국에서  아저씨로 생존하며 밥그릇을 지키는 것이 

영화 오징어 게임 장에서 게임하는 사람들

처럼 위태위태하고 언제 아웃될 줄 모르는 불안과 더불어 사는 것이라는  

아저씨들의 찐 내면을 온전히 이해한 것은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에서였다.


아저씨들에게 밥그릇과 찻잔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자화상을 낯선 손님에게 공개하는 것은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르는 손님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공개하는 것으로 

언제 물어뜯길지 모르는 일. 

취해 자신을 잠시 잊거나 아님 과대포장하거나...

찻집보다 술집이... 

흔들리고 나약한 내면을 직시하게 하는 찻잔보다는 

잠시 외면하고 피하고 싶기에는  소주잔이......

더 편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태어나 처음 밥그릇의 세계에 진입한 청춘이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으로 

생존한다는 것이 제대로 된 찻잔 아니 찻잔은 사치, 밥그릇조차 위 태위태 

한 잔인한 현실이라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청춘은  꿈이라는 씨앗이 있어야 시간이 흘러 꽃을 피울 텐데 

주인공 아이유는 아예 꿈이라는 씨앗부터 거세해버리는 잔인한 갑질과 왕따를 당한다 

꿈은 밥그릇이 아니라 찻잔의 영역이다. 비정규직인 아이유는 꿈은커녕 밥그릇도 불안하다. 


찻집 주인의 시각으로 본 이 드라마는 

무한경쟁 , 1등만 생존하는 냉혹한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답게 살려고 고군분투하는 

밥그릇 든 한국 아저씨의 대표주자 이선균과 

 

 흑수저 출신인 조손가정, 사채업자에 쫓기며 , 어두운 과거를 가진 그래서

 희망이라고는 티끌도 없는 비정규직 이십 대 청춘 아이유의 성장 이야기다  


이 아저씨와 이 청춘은 서로를 의심하는 적군으로 자기에게 온 진상 손님으로 전투를 벌이다가

 서로의 귀한 손님이 되어 인생이 달라지는.. 성장을 하게 된다는 드라마다  

 

 아이유 입장에서는 

 훔쳐온 믹스 커피를 두 세 개씩 허겁지겁 뜯어서 마시던  유리 찻잔이 

당당한 내 돈으로 산 테이크 아웃 프랜차이즈 커피 찻잔으로    로 바뀌기까지의  성장 드라마.  


비정규직이라  휴게실에 있는 믹스커피도  눈치 보여서 당당하게 마시질

못했던 아이유. 

아이유의 찻잔입니다.                                





회사 휴게실에서  한 움큼 훔쳐 온 

스틱 믹스커피를 허겁지겁 타서 마십니다.






 

그러다 밥그릇 , 찻잔들 , 술잔을 거쳐 





엔딩씬은 이렇게 정규직이 되어 

직장 동료들과 당당하게 프랜차이즈 커피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자기를 도와준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 맞는 찻잔을 들고 사는 것이 제대로 살고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삶의 진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아저씨들 캐릭터가 현실 아저씨들보다 더 리얼한 것에 놀랐는데 

그 배경에는 소주라는 한국아저씨들의 술잔 스토리가 있습니다

극 공감해서 본 나의 해방일지 역시 술이야기...

이 작가님의 손에 찻잔 하나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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