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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Apr 21. 2022

젊어지고 오래살으라고??진심인가요?

-밀라논나, 윤여정,문숙 ,박막례 이분들처럼?         -


방울방울..

유리 주전자에 끓고 있는 찻물이 온몸으로 밀고 물 천정까지 뻗치고 올라가다

 더 이상 길이 없어 물표면에  물방울로 뭉쳐  용트림한다.

 수줍게 웅크리고 있던 벚꽃잎이  가슴을  펴고 더 이상 펼 수 없을 때까지 피었다.

  만개한 꽃은 아름답다. 만개 뒤에 급히 낙하하며 지는 운명의 시한폭탄이 장전되어

있기에 더 아름답다. 끓는 물 역시 남은 일은 하강이라는 식어야 하는 길이 내장된

동작이라 더 역동적인 몸짓으로 비명 지른다

 


활짝 핀 꽃들은 작가로 말하면 대가다.

사람으로 치면 늙은 사람이다. 다 피어버린 꽃들은 훌륭하되

 그 이후에... 기대하는 상상력과 설렘이 사라져 허전하다.   

 

  반대로 이제 막 줄기를 뚫고  꽃대 올라오는 덜 핀 꽃은 신진작가 , 젊은 사람과 비슷하다.

    활짝 만개한 모습에 대한 상상력과 기대가 가득해 설렘을 준다.


바람에 만개한  벚꽃잎들이 떨어지면서

한없이 가볍고 가볍구나.. 허무하고 허무해...

신진작가 역시 만개한 이후는 같은 모습, 같은 언어로 중얼거릴  테지만

아직 피지 않았기에 남은 상상력과 기대.. 그게 젊음이다.



 찻집 전시관에

전시 중인 대가 선생님 작품과 그 제자인 작가님 작품을 보고 든 생각이다.


 늙은 사람의 모습은 어찌 되었든 만개한 꽃 다. 한분 한 분

인생에 대가인 자신의 작품이며  지금 모습이  자신의 최선이다.

늙어보면 안다. 인생이 개인이 계획하는 스케줄대로 착착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성실한 노력만으로도 안 되는 운이라는 것도 있으며 공평하지도 않고

룰도 없다는 것을... 개인의 힘은 받아들이냐 안 받아들이냐 정도가 내 인생의

관여라는 것을.


늙은 사람이 지는 꽃이라면  젊은 사람의 모습은 피는 꽃이다.


향기는 벌써 진동을 하는데 무슨 꽃이 나올지 상상의

공간과 기대하는 시간의 여유가 많다. 

 늙은 사람보다 젊은이를 좋아하는 이유다  



그래서 모두  젊어지려고 기를 쓴다. 

  늙은 사람은 젊게 , 젊은 사람은 더 젊게



 그러나 찻물도 너무 끓으면 물이 노쇄해서 차맛이 덜하다.

베이스캠프인 가지를 떠날 때를 알아 머뭇거림 없이   쿨하게  떠나는 늙은 사람이 있어야

무엇이든지 한 번은 끓어 올라서 자신의 바닥과 자신의 그릇을 확인하는

젊은 사람의 자리도 생기는 법이다.


늙은 사람은 끓는 찻물을 잘 식히는 법, 가지에서   떨어져서 품위 있게 잘 사라지는 길

젊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끝과 바닥까지  올라가 봐야 하고 

끓어봐야 한다.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은 각기 다른 길을 걷기에 걷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그런데 사회는 늙은 사람도 무조건  젊은 사람이 되라고 부추긴다


젊은 구독자를 엄청 거느린다는 늙은 사람 4인을 롤 모델로 삼아서.


쿨한 윤여정, 럭셔리 명품 밀라논나, 내추럴 문숙, 천진난만 박막례처럼....






병원에 실려온 누군가의 몸이 누군가의 휴가를 망치고 또 누군가의 통장의 잔고를 털게 한다면 그래서 평온한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다


내 브런치 몸 이야기에서 쓴 이야기다. 늙어가는,  이미 늙은 사람인 자매들이 서로 속내를 털다 보면 자식들로 인한 속상함이 남편에 대한 갈등보다 많다. 남편은 늙어서 더 기대할 것이 없어지고  어딘가 망가진 몸 때문에 아프다 보니 갈등도  연민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자식과의 관계는 참 어려운 관계라서 어디까지가 버려야 할  욕망과 집착이고 애정인지 헷갈린다. 특히 우리 자매들은 38세에 혼자되신 엄마의 헌신적인 모성애로

키워져서 그 기준에 턱도 없는 엄마 노릇에 늘 죄책감을 가져왔다.

 그래서 윤여정의 쿨한 엄마 이야기에 공감하고 꼭 실천해야 할 노후의 첫 번째 강녕으로 삼았다. 

 


. 쿨하다.




 자식에 대한 온갖  집착과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억압하지도 피하지도 말고 

차분하게  끓는 찻물을  숙우에 따라 식히면서 차 한 잔 우리면 좋다

 잠시 자식 일과 거리를 두면서

저 위 사진 속 개처럼 물끄러미 응시하는 자세. 내게  쿨하다는 것은 이 여유,


집착하고 소유하지 않으려는 정신적 내공의 거름망이 쿨이다.         



윤여정은 적나라한 자신의 속된 욕망도 자신과 매스컴 사이에 쿨한 적당한 거리 두기를  잘하는 분이다. 윤여정처럼 쿨하게 늙어야 한다.



다음 문숙은 어떤가?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이 세속을 떠난 자연인인데 그 자연인 여자 버전이지 않을까. 좀 더 세련되고 판타지를 가미한...

 떨어지는 꽃이 가지에서 떨어질 때는  인위적 사회적 옷을  다 벗어내고

  자연 속으로 천천히 흡수되어야 하는데 그녀만큼 인위적인 것 다 벗어내고

  자연스러운 자태인 분이 없다. 예식장 하객 옷차림, 정장 차림의 옷은 이제 벗고 그녀처럼 낡은 리넨의 블라우스와 낡은 헐렁한 요가 리넨 바지를 입고 그녀의 수많은 자연식 레시피를 카피하여 오늘도 머위 된장무침, 드룹전 , 쌉싸름한 오가피 나물 , 된장 배춧국에 밥 말아먹었다.


유투버 박막례 , 이 분은 사회에서 할머니에 대한 혐오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것들의 총집합이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할머니의 따뜻함과 천진난만한 솔직함을 더해서 오히려 젊은이에게 한 수 가르치며 웃음을 만든다.

거기에 걸쭉한 욕까지 하는 장면은 젊은것들에 위축된 할머니들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 본 푸른 커피 이디아 커피 이야기는 할머니 자신의 아우라가 아닌 철저한 손녀의 기획에 의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며 결국 화장품 광고모델  영상으로 변신하고 주류 신문사의 기획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급 흥미를 잃은 밀라논나님 유튜브처럼 실망이었다. 순전히 내 개인 취향이고 내 오해일지 모른다. 계속

지켜볼 뿐이다. 유튜브 뜨면.. 그다음에 이어지는 과정이 똑같다. 이게 성공인가?

 


지는 꽃의 길은 피는 꽃의 길과 달라야 하고

끓는 찻물은 식히는 찻물과 달라야 한다


우리에게 젊어지라고  세뇌하지 말라.

잘 늙고 싶은 늙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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